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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48

스피노자 정치학으로 보는 문탁네트워크 (2017년 스피노자를 공부하면서 썼던 에세)스피노자 정치학으로 보는 문탁네트워크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 대해 우리는 ‘문탁에는 대표도 없고 조직도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동시에 문탁에 고정된 제도나 법칙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문탁에서 1, 2년 공부하고 활동한 사람들조차도 문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인문학) ‘공동체’라고 말하는 곳에 기본적인 구조가 없을 수는 없다. 분명 문탁에서도 뭔가를 함께 결정하고, 운영회의를 비롯하여 수많은 회의가 이뤄지며 새로운 공부와 활동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문탁의 운영원리를 모르겠다는 말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문탁의 의사결정방식이 다른 조직과 상당히 다르고, 규칙과 제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8. 4. 3.
감정은 어떻게 움직이나 - 프루스트 & 스피노자 진짜 세부적인 것(사실)에는 여러 면이 있어서 서로 붙어 있는 진실의 조각들 사이에서밖에는 끼어 있지 못하는데도 그녀는 그중 하나를 제멋대로 뽑아내 자기가 꾸며 낸 세부적인 거짓말 사이에 끼워 넣으려 했고, 그 꾸며 낸 세부적인 거짓말이 어떠하든, 거기에는 지나친 면과 채워지지 않는 면이 있기 마련이어서, 바로 이점이 진짜 세부적인 진실이 있을 곳이 그녀가 꾸며 낸 거짓말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했다. (민음사, , p162) 우리는 어떤 대화를 채우는 숱한 몸짓이나 말, 하찮은 사건들 속에서 우리 주의를 끄는 것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것들 앞에서는 발길을 멈추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p164 프루스트를 소개하는 많은 책들은 농담반 진담반 를 읽을 수 있는 .. 2018. 2. 28.
어려운 텍스트는 없다 어려운 텍스트는 없다 키워드 : 양식type-스타일, 디자인de-sign, 변덕-변화,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영리한사람-현명한사람, 문사-무사, 글쓰기는 몸의 문제=버릇과 생활양식, 사람의 무늬를 조형하고 보살피려는 공부 (이하 )은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개념이 어렵다기보다는 합리성으로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이 있다는 뜻이다. 단편으로 이루어진 김영민의 글은 사실 그 내용상으로 어렵지 않다. ‘양식과 스타일’, ‘디자인de-sign’, ‘영리한 사람과 현명한 사람’, ‘문사/무사’의 이야기는 개념상으로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왜?너무 짧기에 강렬하고 집중적이기에 중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맞다. 시간이 필요하다. 녹여내고 소화시켜서 몸 속의 뼈에 새길 시간. 공부란 생각이 .. 2017. 11. 14.
정념에 대하여 정념에 관하여 인간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의 감정은 불행한 사람에게는 동정을 표하고 부유한 사람은 시기하며, 자비를 베풀기보다는 복수를 선호하는 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승리한 사람은 자신을 이롭게 했다는 사실보다는 남을 해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더 자랑스러워한다. (, 1-5) 어떤 괴팍한(?) 사람도 친구가 되면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생활하다보면 그가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 언어로 표현하자면 어떤 사건의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발리바르의 를 읽고나서야 스피노자의 근원적 문제제기가 보였다. 스피노자가 , , 에 걸쳐서 지속해서 붙들고 있는 것은 정념의 문제였다. 스피노자는 인간들의.. 2017. 7. 9.
복종과 진리 복종과 진리는 다르지 않다 신학과 철학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나 친화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 철학의 목적은 진리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으며, 신앙의 목적은 오직 복종과 경건이다.(p274) - 스피노자, 14장 스피노자가 를 쓰게 된 것은 심혈을 기울여 쓰던 를 잠시 손에서 내려 놓을 정도로 네덜란드 정치 상황이 무질서해지고 난폭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에서 시종일관 차분하게 정의, 공리, 정리로 논지를 전개하는 것과 달리 에서는 다소 과격한 문체와 논조들이 나타난다. 신앙은 복종을 요구하고, 철학은 진리를 요구한다는 매우 이분법적인 주장! 그렇다면 는 이성적 논증을 시도하는 철학서이고, 은 정념에 사로잡힌 대중의 이해를 목적으로 쓴, 그렇기에 이성적 논리가 아니라 네덜란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 2017. 4. 14.
혁명, 책을 새롭게 읽는 행위! 혁명, 책을 새롭게 읽는 행위 나는 이제 신이 인간에게 계시하는 방법과 수단으로 넘어가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 이 주제에 대한 결론은 오직 성서에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리고 오늘날 어떤 예언자도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성서에서의 예언자의 언급을 독해하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 오직 성서 안에서 예언이나 계시였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나 또는 다른 해석의 여지 없이 맥락상 오지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것만을 우리는 예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670년 은 오랫동안 준비하고 쓰고 있던 저작을 멈추고 썼던 대담한 책이다. 을 썼던 홉스조차도 이 책에 대해 “나보다 막대기를 멀리 던졌다. 왜냐하면 나는 감히 그렇게까지 대담하게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 4. 3.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법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법 “인간은 이성의 지도에 따라 살아가는 한 본성상 언제나 필연적으로 일치한다.” (4부 정리 35)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성에 따라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들은 하나의 일관성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그 일관성은 ‘기하학적 질서로’ 풀이되는 ‘신, 즉 자연’이라는 실체 가운데 스스로를 파악할 때 알 수 있다. 그런데 스피노자 역시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어째서 이 가정 혹은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그 발생적 원인을 아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스피노자는 기쁨의 정서를 통한 촉발을 이야기 한다. 자유롭지 않더라도 기쁨의 정서를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기쁨의 정서는 개체를 좀 더 자.. 2017. 3. 27.
에티카를 읽는다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윤리학, Euclid's Elements of Geometry, Model for the Rational Method of Spinoza's Ethics 왜 기하학적 증명일까양심과 죄책감에 호소하는 도덕과 달리 윤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다른 개체와 맺는 관계 속에서 고려해야 할 일종의 내재적인 규칙이다. 다른 말로 풀어보면 윤리학이란 자신이 견지해 온 삶의 방식이고, 사물과 사람을 대하는 삶의 태도와 관계된 것라고 할 수 있다.스피노자는 지금까지 서구의 윤리적 전통이 ‘미신적 편견’과 대중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정치 권력’에 의해서 극단으로 왜곡되어 있음을 더빗 형제의 죽음으로 경험했다. 스피노자가 꿈꿨던 노예의 삶을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들의 새로운 사회체를 구성하려먼 지금까.. 2017. 3. 12.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 마주침의 유물론, 우발성의 유물론 세계를 생성하는 지속적인 마주침(응고)“비가 온다.”이렇게 감성적인 문장으로 시작되는 철학책이 있던가. 알튀세르는 아무런 이로움 없이 그저 땅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면서 새로운 유물론의 계보를 완성한다. 에피쿠로스, 스피노자, 마키아벨리, 홉스, 루소, 그리고 맑스, 하이데거와 데리다까지. 그가 나열하는 철학자 각자의 이론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자들의 마주침, 그것도 지속적인 마주침이 세계를 생성한다는 주장이다.마키아벨리가 보기에 이탈리아가 민족국가가 되는 것은 한 번의 마주침으로는 불가능하고, 맑스의 눈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그저 돈 많은 사람과 프롤레타리아트가 만나는 것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알튀세르는 반복해서 ‘지속적인 마주침’을 언.. 2017. 1. 18.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by 매튜 스튜어트 (교양인) 스피노자가 아니다. 라이프니츠가 찾아온 것이다. 제목을 보면 스피노자가 라이프니츠를 만나기 위해서 간 것 같지만, 독일 하노버에서 네덜란드 헤이그로 시대의 추방자, 망명자로 악명 높은 철학자를 만나러 온 것은 바로 라이프니츠였다. 시대를 넘어서는 두 천재를 다루고 있지만 매튜 스튜어트는 나처럼 라이프니츠보다는 스피노자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 같다. 24살의 나이에 한권의 책도 출판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유대인 공동체에서 추방을 당하고, 이란 책을 출판했을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신성모독적인 사상을 담은 책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렌즈 세공사의 일을 하면서 수도사와 같은 삶을 .. 2013. 9. 14.
[주권없는학교] 김영민의 공부론 인이불발引而不發, 당기되 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에 공부론의 총체가 들어 있다. 이후에 나오는 이소룡의 스타일, 내야수의 긴장, 인연법, 미야모토 무사시가 강조한 차림새가 없는 듯이 차림새가 있는 모습 등은 모두 인이불발의 지적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과 태도에 관한 김영민의 메모 모음이라 하겠다. 나에게 김영민이 이야기하는 인이불발(引而不發)의 뜻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식인의 표상에서 언급한 ‘지적 망명’ 혹은 스피노자가 강조하는 '마음과 육체의 평행 이론'과 동일한 뜻으로 다가 온다. 주류의 바깥에서 끝까지 저항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특권을 주장할 수 없는 어떠한 권력에도 구속 받지 않을 수 있는 지적 망명 상태를 유지 하는 것이 바로 바로 공부의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니겠는가? 또한, 마음과.. 2013. 8. 29.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라 눈물닦고 스피노자 by 신승철 (동녘) ‘눈물닦고 스피노자’는 사랑을 주장하는 책이다. 넘쳐나는 물질과 풍요 속에서 점점 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라고, 사랑이야말로 지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21세기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불안증, 우울증, 신경증, 강박증 등에 대해서 단순히 너의 마음을 바꾸어보라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개인의 자세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상태들을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현실과 관계들을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다. 스피노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유연한 신체적 변용 능력이다. 나를 하나의 틀 속에 규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해서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 예를 들어, 50대의 가장이 부엌이라는 장소를 불과 물의 흐름으로.. 2013.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