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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16

상실의 기쁨 부탁할 것이 있어서 12월 초에 함께 공부했던 호수님을 만났다. 3년도 더 못본 것 같은데 보자마자 반가웠고 오랜만에 일상의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아마도 함께 밀도있게 공부하면서 나눴던 공통의 감각들이 신체에 새겨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도 좋은 친구. ​ 헤어질 때쯤 호수님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함께 공부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수님은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번역한 책을 선물로 주셨다. 이 책은 아마도 내 관심사와 좀 맞닿아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번역해서 출판사에 넘겼다는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2권의 책이 더 궁금하긴 했다. 어서 빨리 출판되서 나오기를 바란다. ​ 선물받은 책이면 당연히 읽어야하겠지만 사실 다 읽지는 못한다. 의외로 선물받은 책들은.. 2023. 12. 27.
반려철학 요즘 저는 '반려철학'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기가 어려워진것 같아요. 그래서 반려철학을 하자고 권합니다. 철학을 친구처럼 대하면서 평생을 지내면 좋지 않을까. 물론, 철학을, 문학을 읽다보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집에 들이고나서 힘들다고 버리지 않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친구로 가족으로 함께 살려면 현재 자신의 삶이나 습관들이 변해야 합니다. 반려철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반려철학이든 반려견이든 '함께'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숫자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긴장시켜주는 야전침대같은 친구들 말입니다. 2021. 7. 30.
'몸'은 생각보다 빠르다 ‘몸’은 생각보다 빠르다- 드라마 워크샾, 악어떼와 극단 의 꼴라보레이션- 몸은 느리다?얼마전 민들레출판사가 문탁에 놀러왔습니다. 식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민들레는 요즘 ‘춤’에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매주 한 번씩 모여서 춤을 추고 있다고. 그러면서 현병호 선생님과 몸의 유연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한치의 의심 없이 오랜 세월 체득된 몸의 습관을 바꾸기는 것은 쉽지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몸을 바꾸기 위해서 ‘공부’를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선생님은 여기에 다른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유연합니다.”라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몸도 몇 주 동안만 산길을 걸어도 몸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입니다. 2달 정도만.. 2016. 6. 10.
동굴의 비유로 바라보는 배움 - 2 2.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직이며 먼저 동굴 비유에 나오는 첫 번째 변화 과정(1→2단계)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왜냐하면 벽면에 비추는 그림자를 진리로 여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개를 돌려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로 하여금 일상을 살펴볼 수 없도록 하는 수많은 장치들에 둘러 쌓여있는 현실을 돌이켜 볼 때, 동굴의 비유에서 지금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과정은 바로 일상적 삶의 마찰력을 넘어서야 가능한 첫 번째 과정이다. 동굴의 비유 첫 단계에서 플라톤은 인간을 한마디로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로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실재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물의 ‘그림자’이다. 죄수는 그림자를 보면서도 그림자가 다른 어떤 것의 그림자인 줄 모르고 .. 2014. 5. 2.
동굴의 비유로 바라보는 배움 - 1 동굴의 비유로 바라보는 철학함 혹은 배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인간에게 자유와 계몽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철학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굴의 비유 속에 나오는 상승과 하강과정을 통해 좋음의 형상을 아는 자(철학자)가 무지한 자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계몽주의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비유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계몽주의는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동굴의 비유는 폐기되어야 하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는 하이데거의 ‘비은폐성(alētheia)’ 개념을 통해 너무나 많이 파헤쳐져서 이제는 한 조각의 보물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 ‘동굴의 비유’에 여전히 논의할 부분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 중에서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함 혹은 배움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2014. 5. 2.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배움으로부터의 도주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던 일본의 아이들이 이제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토 마나부는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꼽는다. 근대화 과정은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여전히 일본의 아이들은 세계 최상위의 공부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나 최근의 데이터에서 학교 교육 외 공부시간으로 바라본 공부의욕에 있어서는 비교 국가 중에서 최하위 권을 나타내고 있다. 이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일본보다 더욱 압축된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 역시 동일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사토 마나부가 분석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교육 근대화 특징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첫째 동아시아 국가 모두가 압축된 근대화 과정을 .. 2014. 1. 21.
[라이프Q] 에세이 by JH. Park ‘공부론’과 연관하여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고서, ‘나’의 현실을 먼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되, 단순히 감상적으로 내뱉는 고백이 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자 했다. 부끄럽지만 이렇게나마 글로 나의 지난날을 다시 마주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까지 참으로 공부란 것을 싫어했다. 진정한 공부란 것을 하려고 한 적도 없으니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나에게 공부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항상 눈앞에 있는 취미활동에만 전념했었다. 과제든, 시험이든, 공부와 연관된 것들은 할 일의 맨 마지막으.. 2013. 12. 19.
공부, 남자를 구하다 -3 공부, 남자를 구하다 - 3 4. 공부, 남자를 구하다?!퇴직 후 5개월밖에 안된 신참 백수. 평일에 놀러 갈 수 있는 자유를 맛보고 있고, 여유 있는 아침 시간과 하고 싶은 것(여행하기, 공부하기, 영화보기)들을 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4개월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문탁에서의 공부가 없었다면 과연 나는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해주는 ‘지식인의 표상’은 나에게 지식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동시에 내가 선택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리스-로마시대까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푸코가 주장했던 ‘자기 배려’ 개념을 통해서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이상향을 쫓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2013. 11. 28.
공부, 남자를 구하다 - 2 공부, 남자를 구하다 - 22. 퇴직의 최적 조건 나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 초기 RA(Research Assistant)라는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지낼 때도 있었으나 이후에는 전문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원하는 연구 주제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지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잦은 야근과 ‘월화수목금금금’을 할 때에도 나는 초기 7~8년정도는 6시 이후에 퇴근해 본 횟수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회사에서 저녁을 먹을 때면 나를 알고 있는 동료들이 의아해 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엄~청나게 바쁘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후 새롭게 시작한-정말 될까 하는 의구심으로 시작했던- 신기한 ‘공명(resonance)방식의 무선전력전송 연구’가 의외의(?) 성.. 2013. 11. 28.
공부, 남자를 구하다 -1 공부, 남자를 구하다 -1 요즘 나는 매주 월요일 아침 ‘문탁’에서 마을교사아카데미, 저녁에 ‘남산강학원’에서 자연학세미나, 그리고 토요일 같은 곳에서 논어를 배운다. 일주일동안 이 외의 스케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주 심플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생활이다. 시간이 남을 것 같지만, 오히려 각각의 세미나에서 보는 책들과 개인적으로 선정한 공부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12시간이 모자라게 느끼며 지내고 있다. 여기서 나는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왜 이런(?) 생활을 하게 됐는지와 어떻게 ‘문탁’을 기웃거리게 됐는가, 나의 퇴직 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회사를 나올 수 있는지의 조건, 그리고 짧은 백수 기간 동안 느꼈던 정체성 혼란을 남성의 입장에서 공부라는 관점과.. 2013. 11. 28.
2013 문탁네트워크 인문학 축제 요즘 함께 공부하고 있는 ‘문탁네트워크’에서 2013년도 인문학 축제를 합니다. ‘공부, 요물!’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뿔옹도 문탁에서 마을교사세미나를 마치면서 정리했던 것을 이야기 할 기회(11/28, 목, 19:30~)를 가졌습니다. 이번 기회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다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네요. 2013. 11. 27.
[라이프 Q] 멤버쉽 세미나 5 [라이프 Q] 멤버쉽 세미나 5 (10/10, 목) 주제 : 책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 영화 - 서칭 포 슈가맨참석 : JH. Jeon, 뿔옹장소 : 강남 토즈타워점 생각은 관념일 뿐, 생각한다는 것이 아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양식으로 그 생각이 내 몸에 새겨져 있을 때, 생각이 앎이 된다. 실천 없는 생각들, 내 삶에 아무런 균열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교학상장을 꿈꾸며 진행해 온 멤버쉽 세미나. 배움이란 받아들이는 쪽의 긴장감에 비례하는 것인 데, 나는 이 모임에서 어느 정도의 지적 긴장감을 느끼는가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한 달에 한번이라는 너무나 여유 있는 시간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배움이 서로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 2013. 10. 15.
[주권없는학교] '다른 삶'으로의 진격 - 2 '다른 삶'으로의 진격 - 2 3. ‘다른 삶’을 위한 배움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잠시 멈춰서는 일이다. 요즘 우리 일상생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보면 언제나 바쁘게 지낸다는 것이다. 직장인이건, 주부이건, 청소년이건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바쁘다는 것이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라도 하는 듯 모두가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멈춰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멈추어 서서 무엇이 나를 바쁘게 만들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왜 우리는 바쁘다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여기서 공부가 필요하고 배움이 필요하게 된다. 멈춰서는 것에는 용.. 2013. 9. 7.
[주권없는학교] '다른 삶'으로의 진격 -1 ‘다른 삶’으로의 진격 - 1 1. ‘다름’을 부정하는 시대 내가 국민(초등)학교 입학할 당시를 되돌아 보면 동네의 부잣집 아이, 가난한 아이, 콧물을 흘리며 어수룩해 보이는 아이, 단정한 옷차림의 똑똑해 보이는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서로 다른’ 모습의 우리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한 것이 우리 동네에는 그 외의 ‘특별한’ 학교들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주변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모습을 보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똑같은 브랜드의 아파트, 비슷한 평수, 비교적 동일한 경제적 수준의 부모들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옷가지 하나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질까 몸서리.. 2013. 9. 7.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도 있듯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경쟁 속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는데 어쨋거나 공부도 이기고 봐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학교까지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은 ‘샐러던트’라는 이름으로 직장인들도 이러한 공부 스트레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말 우리는 왜 공부하는 걸까?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일까? 그래, 좋은 직장까지 들어갔다면? 빠른 승진과 퇴직 후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생각하듯 여기서 ‘좋은’이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돈, 여유로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뜻한.. 2013. 6. 13.
돈의 창조적 사용법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by 고미숙 (그린비) 돈의 원래 의미로 돌아가 창의적 사용법을 발명하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은 어른처럼 회식을 하고 쇼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물질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조절하고, 우정과 사랑도 구매, 교환, 환불하려고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버린걸까 학교에서는 옆 친구보다 더 성적이 좋아야 하고 대학교에서는 더 높은 스펙을 갖추어야 하며 직장에서는 승진과 좀 더 나은 고과를 위해서 인생의 전부를 바치고 있는 현실. 일반 서민(?)들의 삶의 목표는 10억이라는 숫자 아래에 모두 매몰되어 버렸고 강남의 아파트 한 채에 자신의 인생에서 꿈이라는 단어를 지워 버렸다. ‘요즘 아이들’이란 수식어로 핑계를 대기에는 우리들이 겪.. 2013.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