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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이야기59

TV가 사라졌다 1991년 12월 9일 1시간 빠른 8시 SBS뉴스가 출발했다. KBS와 MBC 이외에 새로운 방송사가 출범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은 8시 뉴스의 시작이다. 뉴스가 새로 시작한 것이 뭐 그리 큰 일일까? 그런데 8시에 시작하는 SBS의 뉴스는 생활리듬면에서 획기적이었다. 뉴스는 항상 9시였기 때문이다. 9시만 되면 우리 집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집에서는 저녁을 먹고 하루를 정리하는 9시 뉴스를 봤다. 9시 뉴스 이후에 '착한 어린이'들은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9시 뉴스 이후의 시간은 어른들의 시간이었다. 주말이 되면 유일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토요명화, 주말의명화때문에 좀 더 늦게 잠자리에 들곤 했다. 9시 뉴스를 본다는 것은 거의 전국민에게 일정하고 비슷한.. 2024. 2. 8.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 - 거짓말의 세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커뮤니티'라는 말에 꽂혀 공동체 실험을 하는가보다 봤는데 예능정치게임이지만 구성 자체가 아주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남성 6, 여성 6명이 등장하고 각자는 아래 4개의 성향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 (보수/진보) 젠더 (이퀄리즘/페미니즘) 계급 (금수저/흙수저) 개방성 (꼰대/MZ) 너무 심플하게 나눈 것 아닌가 생각할수도 있지만 각각의 성향은 3단계로 나눠져 있어서 단순하지 않다. 보수-이퀄리즘-금수저-꼰대, 진보-페미니즘-흙수저-MZ 이렇게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페미니즘인 사람도 있고, 흙수저-보수인 사람도 있다. 꼰대이면서도 진보적인 사람도 있고, MZ(개방성에서)이지만 보수도 있다. 제목에 다 드러나 있지만 이게 예능정치게임이 되는 것은 서로의 사상을 맞추면(검증하면) 승리하는 .. 2024. 2. 2.
시를 읽어주는 도슨트가 필요해 아직 공지를 올리지 않았지만 3월부터는 한 달에 한 권의 시집을 각자 읽고,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시를 낭독하고, 암송하고, 또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이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진행자가 될 것이다....그래야 한다. ^^;;) ​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 자주 이야기했지만 22, 23년 2년동안 프루스트를 읽으면서 '시(詩)'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지금도 매주 시를 읽고, 낭독하고, 또 읽어보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詩를 읽고 싶고 듣고 싶고 줄줄 암송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읽고 또 읽어도 느낌이 오는 게 잘 없다. 물론 읽다보면 애착이 가는 詩와 시인을 만나기도 한다. 다만 내가 워낙 문학 .. 2024. 1. 24.
예술과 AI - e.想세계_낯선정원展 오랜만에 미술관에 갔습니다. 매주 화요일은 양평에 있는 몇몇 분들과 걷는 날인데 아침 날씨가 영하 14도를 넘나드는 날씨라 살짝만 걷고 가까운 군립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올해는 양평 근처에 있는 미술관, 전시관들을 자주 찾아보려고 한다. ​ ​ 양평군립미술관에서는 이 펼쳐지고 있었다. 인간과 사물, 사물과 AI, AI와 자연의 조화를 모색하는 전시였다. 일반적인 회화들도 좋았지만 이번에 눈에 띄는 작품들은 주로 최신의 기술을 반영하는 작품들이었다. 관람자와 대화하면서 점점 변화하는 정신(?)을 갖게 되는 큰머리들, 21년과 23년도 각각 다른 시간에 똑같은 시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품. 바닷속 오염을 해결하려는 오션머신과 전통의 용신을 결합하는 단편 영상들까지. ​ 대화하는 큰머리 AI는 '전시장에 있으.. 2024. 1. 24.
기억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오랜만에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엄마 생일이기도 하고, 버릴 가구들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형제들이 다 모였습니다. 외식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서 케익, 소화제, 과일을 사려고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낯설어진 풍경에 조금 놀랐습니다. 예전의 허름한 건물들과 주택들은 모두 사라지고 신도시의 아파트처럼 신축 아파트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동네는 제가 수십년 동안 친구들과 놀고 울고 웃고 넘어지던 동네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여러가지 추억과 기억들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그런 동네. 그런데 이번에는 케일을 사고,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사고 또 마트에서 과일을 사는데 전혀 낯선 도시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이전의 기억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 2024. 1. 16.
상실의 기쁨 부탁할 것이 있어서 12월 초에 함께 공부했던 호수님을 만났다. 3년도 더 못본 것 같은데 보자마자 반가웠고 오랜만에 일상의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아마도 함께 밀도있게 공부하면서 나눴던 공통의 감각들이 신체에 새겨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도 좋은 친구. ​ 헤어질 때쯤 호수님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함께 공부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수님은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번역한 책을 선물로 주셨다. 이 책은 아마도 내 관심사와 좀 맞닿아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번역해서 출판사에 넘겼다는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2권의 책이 더 궁금하긴 했다. 어서 빨리 출판되서 나오기를 바란다. ​ 선물받은 책이면 당연히 읽어야하겠지만 사실 다 읽지는 못한다. 의외로 선물받은 책들은.. 2023. 12. 27.
동지(冬至)의 다른 관점 어제와 그저께는 영하 15도 밑으로 훌쩍 내려가는 얼음장같은 날씨였죠. ^^;; ​ 겨울 날씨를 꽤 좋아하는 저도 이렇게 온도가 내려가면 걱정이 많아집니다. 한낮에는 집에서는 쩍~쩍 굳었던 몸을 펴는듯한 나무들과 금속들의 외침들이 들려오고, 또 밤새 물이 얼지 않게 물도 살살 틀어줘야 하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하지만 이런 추운 겨울에는 사물들도 잘 견뎌주기를 기도하면서 만반(萬般)의 준비를 잘 해야합니다. ​ 어제 송년회가 있어서 몰랐는데 돌아와서 보니 어제가 바로 동지(萬般)더군요. 팥죽을 먹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는데 이제 '동지'면 아직도 겨울이 한참 남았구나 생각이 들어서 따뜻한 봄날은 언제오나 생각했습니다. 동지 뜻을 찾아보면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니.. 2023. 12. 24.
나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지 모른다 이게 뭔 소린가? 나는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머릿 속에서 생각(thought)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생각이 도대체 뭐길래? ​ 흔히 생각은 '나와의 대화'라고 말한다. 일상적인 대화가 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면 생각이란 스스로가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는 정의다. 우리는 타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과 다른 생각에 놀라고, 신기하기만 한 타자의 이야기에 낯설어 한다. 타자의 이야기는 자신의 신체에 흔적을 남기고 새로운 나를 생성하게 한다. 물론 비슷한 주장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화가 대화다운 것은 서로 다른 생각들이 섞이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때이다. 뭔가 멋진 정의(definition)다. 그런데 나는 이 정의에 맞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까? ​ 생각해보니 (자꾸 생각이란 말을.. 2023. 3. 9.
반려철학 요즘 저는 '반려철학'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기가 어려워진것 같아요. 그래서 반려철학을 하자고 권합니다. 철학을 친구처럼 대하면서 평생을 지내면 좋지 않을까. 물론, 철학을, 문학을 읽다보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집에 들이고나서 힘들다고 버리지 않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친구로 가족으로 함께 살려면 현재 자신의 삶이나 습관들이 변해야 합니다. 반려철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반려철학이든 반려견이든 '함께'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숫자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긴장시켜주는 야전침대같은 친구들 말입니다. 2021. 7. 30.
내가 가진 최악의 조건은 내가 내가 되는 데 최고의 조건이다 내가 가진 최악의 조건은 내가 내가 되는 데 최고의 조건이다 어떻게 나는 내가 되는가?나는 나다. 내가 가진 조건 그 자체가 내가 내가 되는 토대이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것으로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내는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키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모방하려고 한다거나, 키가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의 민첩성을 따라가려고 한다면 그는 항상 그의 아류가 될 수밖에 없다. 손가락의 길이가 짧은 사람이, 호로비츠와 같은 손가락 크기를 가진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한다면, 호로비츠가 그 호로비츠가 되게 만들었던 기술과 지혜는 그에게 노하우know-how가 아니라 고통이 된다. 아무리 해도 그는 호로비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명창이기 때문에 평생 국악을 들어봤을테지만 27살이 되어서야 처.. 2020. 8. 31.
강아지풀 꽃꽂이 환경이 달라지니 하는 짓도 달라지는 듯.오늘도 산책다녀오는 중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을 뜯어왔다. 꽃병에 꽂아놓으니 더 없이 좋아 보인다.들에 피는 풀들이 이쁘다는 것을 조금씩 발견하는 중이다. 2020. 7. 8.
(단독)주택에서 살아가기 1 주택에서 살아가기 1 - 이불을 널자! 산에 둘러쌓인 아파트 단지에서 2년을 살았다. 가끔 산에 올라가고, 산책하다 보니 산이 좋아졌다.산에 둘러쌓인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좋은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자동차 소음이 없다. 이거 굉장히 중요하다. 현대사회의 기본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질환은 거의 이 소리, 특히 자동차 소음으로 인해 생긴다.(고 나는 거의 확신한다.) 주변이 항상 소음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소음 없는 집에 살아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관계도 확실히 안정된다.둘째, 공기가 다르다. 사람들은 탄천을 앞에 둔 집이나 한강뷰를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민)물을 근처에 두고 살아보면 사실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다. 여름철마다 냄새가 나고, 항상 걷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니 여유 있.. 2020. 7. 6.
은행 없이 1억 구하기 은행없이 1억 구하기 겁도 없이 이사갈 집을 먼저 계약했다. ‘2달이 넘게 남았는데 전세계약이 안 되는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사 갈 날짜가 다가오는데 계약이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몇몇 있었지만 이사 날짜가 정해져 있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문자만 계속해서 돌아왔다. “이런! 이러다가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서 따로 구해야할 수도 있겠는데……” 이사 날짜까지는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았지만 집 계약에서 4주 정도가 거의 마지막 마지노선이기에 보증금을 따로 구해보기로 했다. 돈을 빌리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짧으면 2~3일, 길면 2~3주 정도면 충분히 전세계약이 이뤄질 것 같았다. 이 정도 기간이면 .. 2020. 5. 3.
아이돌 인문학 게시판 카테고리에 '아이돌 인문학'을 만든 지 몇 달 되지 않은 것 같다. 딱히 '아이돌'만이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니다. 아이돌이 점점 더 상품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아이돌의 모습이 위태로워보였기 때문이다. 자꾸만 죽어가는 아이돌은 바로 우리 사회와 나 자신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언론을 보면 아이돌을 준비하는 팀이 3000이 넘는다는데, 아마 연습생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친구들이 이런 무대와 삶을 동경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성공한(?) 아이돌이나 데뷔 무대 한 번 서지 못한 아이돌 모두가 같이 불확실성으로 불안해하는 것 같다. 만인의 아이돌이지만 정작 함께 이야기 할 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화려한 무대위가 아닌 일상을 꾸리는 일의 소중함을.. 2019. 11. 26.
다른 퇴근길(2) - 치킨집, 커피숍이 아니라 다시 대학에서 다른 퇴근길(2) - 치킨집, 커피숍이 아니라 다시 대학에서 사실, 오늘 이야기에서 남기고 싶었던 것은 점심을 먹은 후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이다.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나무들과 건물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한적하게 걷는 사람들(휴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과 곳곳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오랜만에 걸어보는 캠퍼스가 참 좋았다.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퇴근길’에 대한 생각으로 뻗어나갔다. 요즘 정년 퇴직이란 개념은 거의 없다. 다양한 이유로 40, 50대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의 방식은 계속해서 다른 ‘임금 노동’으로 갈아타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커피숍, 치킨, 피자집과 같은 자영업 사장님.. 2019. 10. 11.
정신 공간의 분수령 3부에 나오는 '정신 공간의 틀'. 이반 일리치는 12세기에 비주얼 텍스트의 탄생과 함께 평민 문자문화(lay literacy)가 만들어졌고, 20세기까지도 이런 정신 공간의 틀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정신 공간으로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일명 컴퓨터 문자문화(computer literacy). 정신 공간의 틀이 다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좀 더 확연하게 살펴보기 위해서 몇 가지 예를 들어봄. 1) 거짓말이 없는 세계 - 호메로스(구전문화)의 시대 일리치가 말하는 정신공간의 틀을 따라가다 보면 거짓말, 자아, 개성이라는 것은 평민 문자문화의 영향 아래서 발명된 것들이다. 알파벳이 없었더라면 거짓말이라는 것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이 없는 세계가 가능할까? 혹.. 2019. 4. 26.
빨리감기와 건너뛰기의 시대 몇 개월 전 ‘넷플릭스Netflix’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원하는 영화가 있다면 핸드폰이나 컴퓨터, TV 상관없이 원하는 디바이스에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신박한 프로그램…… 그런데 한 달간의 무료시청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 서비스를 끊어 버렸다. 한 달밖에 되지 않는 경험이었지만 점점 더 ‘빨리감기’와 ‘건너뛰기’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넷플릭스를 사용하기 전에도 이런 능력을 잃고 있었는데, 넷플릭스를 한 달간 이용하면서 그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는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이제 내가 역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볼 수 있는 방법은 영화관에 가거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볼 때(공동체 상영)뿐이구나…… 영화보는 것을 '능력'이라고 부르다.. 2019. 4. 16.
돈과 (예술)공동체 콩브레마을 두번째 공통개념세미나 모집!신청은 요기에서 ↓↓↓http://cafe.naver.com/bewithmusic 2017.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