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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읽기29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과 프루스트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한나 아렌트의 'banality of evil'의 '악의 평범성'으로 번역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봤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보면서 banality of evil이라고 말하는 것은 악은 평범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가 아니라 '악과 사유능력'과의 관계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banality라는 말을 '평범성'이라는 말로 번역하면서 오해가 생긴다는 말이었다. ​ 사실 '악은 평범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라는 말과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면 - 피상적으로밖에 생각하면' 평범한 누구라도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중적인 번역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번역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해볼수록 좀 더 감각적인 말로 표현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2024. 1. 24.
프루스트가 보여준 세계 2023년도 다시읽기를 마무리 한 지 2주일이 지났습니다. 강의를 마치는 시간부터 '프루스트 읽기'를 마무리하는 글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추워지는 날씨에 점점 더 게을러지네요. 정신 없이 지낸 여름을 보상하면서 겨울잠을 자야하는 건 아닌가 핑계를 대보면서 말입니다. 역시 강제적인 데드라인이 없으니 쉽지가 않네요. 강의에서는 자기 안에서 넘처 흐르는 무언가(something)를 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 다행히 마지막 시간에 읽었던 예술에 대한 프루스트의 이야기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체험하는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 이 삶은 어떤 점에서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매 순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삶을 밝.. 2023. 11. 24.
다프자1) 잡동사니 혹은 보물창고 다시, 프루스트를 읽자 1) 잡동사니 혹은 보물창고 ​ ​ 프루스트를 읽다보면 자주 ‘도대체 내가 뭘 읽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분명 소설을 읽고 있는데 별다른 이야기의 전개도 없고 결론도 없으며 그렇다고 스펙터클한 사건도 나오지 않는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 같기도 하고 아주 긴 독백 같기도 하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시적인 은유가 한 페이지 넘게 나오다가 난데없이 음악 작품에 대한 비평이 한 편의 논문이 될 정도로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그림이나 조각, 심지어 건축물에 대한 너무나 상세한 묘사들이 몇 장에 걸쳐 실려있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 하다. 주인공이 수준 높은 예술적 감각과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 그런데 이미 읽기 시작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 2023. 4. 16.
프루스트에 대한 아주 사사로운 해석 프루스트에 대한 아주 사사로운 해석 : 누가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런 날들의 오후는 평생 동안 경험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그 사건들과 관계되는 인물들은 사실 프랑수아즈의 말대로 ‘실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인물의 기쁨이나 불운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모두 이런 기쁨이나 이런 불운에 대한 이미지의 매개를 통해서만 생겨나는 것이다. … 우리가 아무리 실제 인물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할지라도, 그 인물 대부분은 우리 감각에 의해 지각되고, 말하자면 우리에게 불투명하게 남게 되므로 우리 감성으로는 들어 올릴 수 없는 죽은 무게를 제공한다. 불행이 한 실제 인물을 휘몰아쳐도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불행에 대한 .. 2023. 1. 19.
모기향과 종이신문 - 나의 홍차와 마들렌 모기향과 종이신문 …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오게 하셨다. …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86쪽 … 이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 두 번째 모금을 마셨다. 첫 번째 모금이 가져다준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세 번째 모금은 두 번째보다 못했다. 멈춰야 할 때다. 차의 효력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내가 찾는 진실은 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23. 1. 19.
모두를 통과하며 빚어지는 나를 만나는 과정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글쓰기 후기 차곡차곡 정리된 '사랑'에 대한 멋진나무샘의 글을 읽으면서 이전에는 잘 보지 못했던 소년 - 청소년이라는 성장이 보였습니다. 지난 번에 썼던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에 대한 부분까지 읽고 보면, 프루스트의 책 자체가 점점 더 성장해가는 한 개인의 모습을 사랑론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 지니지니샘의 사랑론을 읽으면서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정신/개인의 탄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전체로부터 나오는 '개별화'를 지니지니샘이 콕 집어서 말한 이후로 이 개별화라는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생각해보니,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비롯해서 사랑하는 대상을 '개별화'하는 작업을 통과해야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유아기에 우리는 나와 주변을 개별화.. 2023. 1. 19.
모든 것은 빛난다 - 마르셀의 (자기)의식 변천사 "모든 것은 빛난다." 프루스트의 말로 바꿔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모든 순간에 (자기 의지의) 기호를 방출하고 있다'가 아닐까요? 플라스틱, 돌멩이, 원자력발전소, 달팽이, 사마귀, 냉이, 사과나무, 강아지, 스컹크, 고슴도치, 인간, 원숭이까지. 모든 것은 존재하는 순간 순간 기호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기호 방출은 특별한 기술이기보다는 물질(신체)를 가진 모든 것들이 세상을 향해 뿜어내고 있는 자기의지인 것 같습니다. 샤를 뤼스, 쥐피앵, 알베르틴만이 아니라 마르셀, 프랑스와즈, 발베크의 벨보이도 자기도 모르게 기호를 방출합니다. 사실 이런 기호들은 언어화될 수 없습니다. 기호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화학적인 요소들로 구성된 냄새일 수도 있고, 미묘한 공기의 파장을 바꿔주는 호흡이나 눈의 깜박거림.. 2023. 1. 19.
시간과 기억에 대한 낯선 감각들 - 프루스트를 기억하며 2 시간과 기억에 대한 낯선 감각들 - 프루스트를 기억하며 2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왜 외국어는 알 수 없는데, 몸짓과 목소리의 톤은 부분적으로 알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언어는 디지털이고, 몸짓과 준언어는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언어란 0과 1로 이루어진 정보이자 지식이다. 야옹 야옹하며 울고, 혀로 자신의 온 몸을 치장하고, 어느 순간 어떻게 떨어져도 절대적인 신체 균형 감각으로 멋지게 착지하는 동물을 ‘고양이’라고 부르는 순간 지금 내가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며 관계맺고 있는 ‘그’ 고양이는 사라진다. 고양이라는 언어레는 시간을 배제당한 정보만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에 인간인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고양이의 몸짓과 울음은 아날로그적인 .. 2022. 7. 23.
프루스트를 기억하며 - Reynaldo Hahn “À Chloris” 프루스트를 기억하며 - Reynaldo Hahn “À Chloris” ​ ​ ​ 마르셀 프루스트는 마흔이 넘는 나이에 쓰기 시작해서 단 하나의 소설을 썼다. 40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국일미디어 11권, 펭귄클래식 12권, 민음사 13권(예정)) 이 방대한 소설에서 그가 말하려 하는 바는 간단하다. 일상의 아름다움, 매번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표현되는 ‘차이’들에 대한 발견. 그래서 그에게 삶은 예술적이어야 했고, 그에게 예술이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대한 표현이어야 했다. (그래서 프루스트는 진부한 표현에 거친 언어를 담아서 욕하곤 했다.) ​ 그의 소설에 거대한 사건은 없다. 소설 전체에 걸쳐 드레퓌스 사건이 나오고 마지막 권에서 1차 세계 대전이 나오지만 이러한 사.. 2022. 7. 23.
다시 읽을수록 빛을 발하는 책 - 게르망트쪽 다시 읽을수록 빛을 발하는 책, ‘게르망트 쪽’ 에서 가장 길다는 '게르망트쪽'을 다 읽었습니다. 마르셀에게도 낯설었겠지만, 유럽인도 아니고 귀족(?)같은 존재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선지 저에게도 낯설었습니다. 5권에서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에서 펼쳐지는 말과 행동이 참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6권에서 수백페이지에 펼쳐지는 게르망트 사교계의 기호들은 익숙한 듯하면서 전혀 이질적이어서 난감했다는. ​ 2022년 지금도 많이 쓰는 똑같은 말과 행동(기호)인데, 지금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면서 통용되는 것을 보면서 100년전 서유럽 귀족들의 사교계는 지금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정신구조의 인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은 기호이지만 그 체계가 다르기에 같은 기호가 전혀 다른 의미와 목적을 보이면서 쓰.. 2022. 7. 19.
귀족과 왕족이라는 다른 종의 세계에 입문하다 귀족과 왕족이라는 다른 동물 종의 세계에 입문하다 발베크에서 맺어진 빌파리지 부인과의 인연을 통해서 마르셀은 드디어 게르망트 공작부인의 살롱에 입성한다. 이제 진짜 게르망트다. 마르셀에게 '게르망트'는 단순한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스완네 집쪽으로'에서 마르셀 가족이 주로 산책 다녔던 메제글리즈쪽과는 전혀 다른 게르망트쪽의 세계! 사랑하지만 알 수 없는 연인의 미소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세계들이 상상되는 것처럼, 마르셀에게 게르망트는 지금 내가 딛고 서 있는 현실의 법칙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세계, 마법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르에서 봤던 생루의 차가운 모습과 '300만 프랑의 금덩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차갑게 보였던 게르망트 공작을 통해서 상상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너무나 오랜동안 .. 2022. 7. 19.
표음문자와 부사 프루스트 읽기 을 읽고 있어요. 아래 문자와 '부사'에 대한 부분이 아주 흥미롭니다. 주어, 동사가 아니라 부사가 더 많은 것을 드러내준다는 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일단 발췌만 올려봅니다. 나는 문자를 일련의 상징으로 간주한 후에야 표음문자를 사용한 민족들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을 내 삶에서 따르고 있었다. 여러해 동안 사람들이 내게 자발적으로 제공해 온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서만 그들의 실제 삶과 생각을 모색해 온 내가, 지금은 그들의 잘못으로 인해 진리의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표현과는 다른 증언에만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말 자체도 당황한 사람의 얼굴에서 피가 치솟거나 갑자기 침묵하는 식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만 뭔가를 가르쳐 주었다. 이런 저런 부사(副詞)가 불쑥 솟아 나오는 경우, 대화 상대자가.. 2022. 4. 21.
1830년의 스탕달과 1920년 프루스트 연휴동안 프루스트를 함께 읽고 있는 논병아리샘이 추천했던 스탕달의 을 읽었습니다. '열린책들' 번역으로 봤는데, 줄과 줄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서 이미지상으로는 그리 읽고 싶지 않았다는. 하지만 주인공 줄리앵 소렐이 나오기 시작하는 부분부터는 아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줄리앙 소렐이 목수의 아들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뛰어난 지성과 감각으로 당시 최고의 귀족이던 라몰 후작의 비서가 되고 귀족의 이름을 받기까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1830년대 작품인데 19세기 후반, 20세기에 들어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 이해되었습니다. 혁명과 반혁명이 여전히 진행되는 불안한 시기였는데, 줄리앙은 지금의 현대적 인물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다스리면서도 야망을 가지고 점점 더 높은 위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2022. 2. 8.
프루스트의 글쓰기와 예술작품들 프루스트의 글쓰기와 예술작품 -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 '게르망트쪽', 3장 '게르망트 쪽' 초반부를 읽어내려가다보면 프루스트의 소설은 마치 유럽 전체의 근현대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수많은 사건들, 전쟁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정치적 사건들과 인물들이 나온다. 프루스트의 광범위한 묘사는 사회, 정치적 사건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체가 하나의 '예술비평'에 관한 책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은 예술작품들에 대한 비평과 묘사들이 들어가 있다. 수많은 그림들은 물론이고, 음악 작품에 대한 너무나 세세한 그래서 지루하게 읽히는 비평들이 녹아들어 있다. 물론, 건물과 장소, 자연에 대한 풍부한 감정들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500명의 이름들이 나.. 2022. 1. 12.
프루스트 사랑론 생각해보니,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비롯해서 사랑하는 대상을 '개별화'하는 작업을 통과해야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유아기에 우리는 나와 주변을 개별화해서 볼 수 없습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 옆의 물건이 부서지거나 사람이 다치면 자신도 아파하고 힘들어하죠.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나와 세계를 다르게 보게 되는 정신의 복잡화를 겪는 것 같아요. 바로 이게 정신-자아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 자아라는 것은 결국 나와 세계를 연결시키는 하나의 매개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전에는 나와 세계를 연결시키는 것은 신화와 같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산타를 믿지 않는 순간은 바로 전체 속에 있던 내가 '개인'이 되는 순간,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 2021. 12. 14.
물질성의 콩브레 사회와 문자로만 사고하는 사교계 물질성의 콩브레 사회와 문자로만 사고하는 사교계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내가 삶에서 욕망하는 것이 순전히 물질적인 것이었으며, 또한 나는 지성의 즐거움 없이도 얼마나 잘 견뎌냈던가! …… “아닙니다, 선생님. 제게서 지성의 즐거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건 그런 즐거움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즐거움을 맛본 적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걸요.” 253 쪽 … “그렇다네, 창녀와 결혼한 남자가 아닌가. 그의 아내와 만나기를 원치 않는 부인네들이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한 남자들의 뱀을 쉰 마리나 날마다 삼켜야 하는 모욕을 감수하고 있다네.” 이처럼 오래전부터 자기를 환대해 왔던 친구들의 손님에게 하는 베르고트의 악의적인 말투는 스완네 집에서 매 순간 그들과 함께 했던 그의 애정 어.. 2021. 11. 6.
프루스트와 말러 교향곡 예전에 말러 교향곡과 들뢰즈의 에 대해서 메모를 적었던 적이 있어요. https://lifecuration.tistory.com/459 그런데, 이번에 프루스트를 계속 읽다보니 말러의 교향곡들과 프루스트의 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들뢰즈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 프루스트 이라는 걸 생각하면 말러-프루스트-들뢰즈의 연결고리가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 두 사람의 생년월일을 찾아보며서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프루스트는 파리 코뮌이 있었던 1871년에 태어나서 1922년에 죽었는데, 말러(1860~1911)는 그보다 11년 전에 태어나서 같은 51년의 생애를 보내고 죽었습니다.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고 똑같은 기간의 생애를 살았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 2021. 11. 5.
프루스트 예술론과 니체의 강자 프루스트 예술론과 니체의 강자 천재의 작품이 즉각적인 찬미를 자아내기 어려운 이유는 작품을 쓴 자가 예외적인 인물로서 그와 비슷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천재를 이해할 수 있는 드문 지성을 생산하고 또 배양하고 증식하는 것은 바로 작품 자체다. 베토벤의 사중주곡(12번, 13번, 4번 15번) 자체가 오십 년이나 걸려 그 작품을 이해하는 청중을 낳고 길렀으며, 그리하여 모든 걸작이 다 그렇듯이, 예술가의 가치가 아니라면 적어도 지식인 사회에서(걸작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폭넓게 구성된, 즉 그 작품을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발전해 나간다. 우리가 후대라고 부르는 것은 작품의 후대를 말한다. 작품 자체가 이런 후대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