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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일과 불안6

유동하는 세계로부터 온 편지 견고한 세계에서 액체 근대로 이제 우리는 어떤 것이든 오래 지속되는 것들을 참지 못한다. 무료함 속에서 결실을 일구는 법을 우리는 이제 모른다. 따라서 모든 질문은 이렇게 응축된다. 인간 정신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을 과연 정복할 수 있을까? - 폴 발레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단력이 가해지면 다른 부분에 대한 한 부분의 위치에 계속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 변화가 바로 유체의 고유한 특성인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고체는 전단력이 가해지면 비틀리고 구부러진 채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의 원제목은 이다. 바우만은 왜 지금의 세계를 액체근대(Liquid Modernity)라고 부를까? 사실 근대는 그 시작부터 어떤 액화의 과정이었다. 마르크스 역시 에서 부르주아 자본주의 .. 2019. 4. 14.
개인과 공동체 개인과 공동체 - 질서잡힌 카오스 은 함께 읽으면서 몸을 깨우고, 텍스트를 나침반 삼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각자에게 보이지 않던 길을 걸어보기를 꿈꿉니다. (2017)은 자신의 삶에 대한 연구자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부하면서 고독한 연구자가 되기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아는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8) 앞선 두 문구는 의 슬로건으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때마다 사용하던 문장들이다. 잘 살펴보면 이 문장들에는 너무 자주 쓰여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강조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 ‘함께’라는 단어. 또한 2018년에 다음과 주제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일과 가족’ - ‘돈과 인류학’ - ‘길 위의 앎과 삶’ - ‘개인과 공동체’까지. 현재 우리에게 주어(나)와 동사(살.. 2018. 10. 24.
할 수 있음에서 하지 않는 능력으로 할 수 있음에서 하지 않는 '능력'으로 4장 실존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가 없는) 밤에 자고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에 일어난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깜깜한 밤에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자는 수밖에. 하지만 전기가 시골 촌구석까지 다 공급되는 지금 저녁 9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있을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과거에 그냥 살아가면 충분했던 일들이 ‘능력’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자연스러웠던 일들을 유지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낮에 충분히 일하고, 사색하고, 놀기가 그리 쉽지 않다. 바깥에 나가 삽질을 하던지 도끼질을 하고, 마음껏 토론하고, 신나게 소리 치며 놀 수.. 2018. 4. 11.
남편, 아이, 강아지, 그리고 애완돌? 남편, 아이, 강아지, 그리고 애완돌 그 다음은?- 2, 3장 - ‘애완돌’ 키우는 사람들 애완돌(pet rock) 키우는 사람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비싼 수석도 아닌 애완돌을 사람들은 왜 키울까? 조금 더 조사해보니 애완돌은 이미 1975년부터 미국에서 팔리고 있었다. 처음 애완돌을 판매한 사람은 3개월에 150만개의 돌을 팔아서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검색창에 ‘애완돌’을 쳐보면 제법 많은 곳에서 애완돌을 팔고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려고 했는데 출장이 잦은 편이라 항상 돌봐야 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기가 부담스러웠다. 손이 덜 가고 죽지도 않아 평생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보다 돌멩이가 낫다.” (조선일보, 2016. 4.30일 기사 인터뷰) 현상을 자세히 .. 2018. 4. 3.
가족을 위협하는 사랑 가족을 위협하는 사랑? - 1장 - .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한다.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은 “사랑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이야말로 현 상황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은 가족 관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요소이고, 또한 사회를 안정되게 하는 강력한 요소가 아닌가. 물론 사람들이 살다보면 성격 차이 혹은 실수로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전제 역시 사랑으로 하나되는 가족이 아니였던가. 그런데 사랑이 우리 사회의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을뿐 아니라 가족을 위협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울리히 벡은 근대 이후 지속되는 강력한 ‘개인화’의 파도와 남녀 양성의 ‘평등화’가 사랑을 위험한 것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청들로 인해서 오랜 시간.. 2018. 3. 28.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김지영과 정대현으로 함께 살아가기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김지영과 정대현으로 함께 살아가기 마르크스는 상품(교환)이라는 형태(form)에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비교할 수 없는 상이한 특성을 가진 다양한 사물들이 ‘상품’이라는 동일한 형태를 취하면서 상호 교환가능하게 되었다고. 또한 이반 일리치는 ‘매일매일 동일한 장소에서 교사라는 사람과 연계된’ 학교의 형태는 근대 사회의 중요한 면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일리치가 보기에 이런 학교의 ‘형태’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중요한 생활양식을 종교적 의례처럼 배우고, 전달하는 장소였다. 형태가 중요하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마치 오래 전부터 원래 그렇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구조를 잘 살펴봐야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들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일.. 201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