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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69

낯선 사람을 만날 때는 생강을 씹어 밷어라 트로브리안드 섬의 키리위나 사람들은 말리노프스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도부섬 사람들은 우리처럼 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잔인하고 인육마저 먹습니다. 우리가 도부 섬에 도착할 때에는 그들을 경계합니다. 우리를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생강 뿌리를 씹어서 뱉으면 그들의 정신이 바뀝니다. 그들은 창을 버리고 우리를 환영합니다." 축제와 전쟁 간의 불안정한 관계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것은 없다. 마르셀 모스 280쪽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점점 더 와닿는다.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긴장이 되고,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익명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더 그렇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인데도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2024. 3. 21.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2021, 22년 계속해서 문학읽기를 하고 있는데 2022년 마지막으로 선택한 사르트르의 는 뭔가 새롭다. 를 통해서 사르트르를 좀 더 알고 싶어졌다. 11월은 사르트르의 달이 될 것 같다. 읽고나서 적어놓지 않으면 잃어버릴 것 같아서 적어본다. 사르트르라는 이름이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는데, 책을 읽다보니 생생한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 다른 작가들의 세계가 넓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미셸 투르니에, 밀란 쿤데라, 스탕달, 카프카, 마르케스의 한 작품만으로도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세계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 광대한 세계를 다 이해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장 폴 사르트르는 좀 달랐다. 라는 작품 하나만.. 2022. 11. 11.
해석으로서의 진리와 객관성으로서의 진리 해석으로서의 진리와 객관성으로서의 진리 : 마르셀 에나프, 진리의 가격? 의 저자 마르셀 에나프는 은유로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진리의 가격”을 살펴보고 싶다고 말한다. 어떻게 “진리의 가격”이 증여, 선물, 화폐가 연결될지 흥미를 가지고 살펴보았다. 하지만 ‘소피스트와 돈’로 시작한 책이 ‘정정당당한 소피스트’로 끝날 때까지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진리의 가격과 선물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인가? 진리의 가격은 얼마란 말인가? 정신의 발견 이후, 공동체와 증여 책의 초반부와 마지막을 다시 읽으면서 이 ‘진리의 가격’이 ‘개인(정신)의 발견’ 이후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공동체를 이룰 것인가라는 문제제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의 발견’ 이후에 스스로를 새로운 그리스 .. 2021. 5. 11.
진리와 주체 혹은 진리의 가격에 대한 문제 진리와 주체 혹은 진리의 가격에 대한 문제 : 1장 소크라테스의 문제제기 소크라테스의 문제제기는 이것이다. 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그리스 최고의 영웅인 아킬레우스에게 비유했다. 이는 단순한 영웅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면서 시대에 ‘생각과 행위에 간극’이 없었던 호메로스적 인간에 대한 환기이기도 하다. 호메로스의 영웅 시대에도 물질(전리품)이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동맹이었고, 그에 대한 정당한 선물과 보증이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가 그리스군이 거의 패배할 때까지 전투에 나가지 않았던 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상호적 인정으로 주어진 전리품을 빼앗겼기 때문에, 이러한 시위를 통해서 시대의 윤리로 작용했던 선물로 이어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자 했다. 이렇게 보면.. 2021. 3. 16.
모호함이 주는 풍요로움 모호함이 주는 풍요로움 : 조르주 바타이유, 희생된 포로의 몸도 전사의 것이다. 그는 그 몸을 집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소금이나 고추 이외의 다름 양념을 치지 않고 불에 구워 축제 동안 먹는다. 하지만 그 제물을 먹는 사람들은 그를 데려온 전사가 아니라 초대받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전사는 그 제물을 아들, 또다른 하나의 자신으로 여기기 때문에다. 축제의 끝에 이르면 전사는 제물의 머리를 손에 들고 춤을 춘다. 95쪽 멕시코인들의 전쟁과 제의에서 보여주는 너무나 잔혹해보이는 행위들은 바로 ‘공동체적 감성’을 각인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집단의식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멕시코전사 역시 생명을 죽이는 행위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문자 이후에 정신이 발명되었다고 해도 자아, .. 2021. 2. 24.
사소한 것이 모든 것이다 사소한 것이 모든 것이다 : 아이아스와 지영씨는 왜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3, 4장 메모 지난주(2021.2.5) 방영된 ‘궁금한 이야기 Y’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계속해서 한숨이 나왔다. 전남자친구가 몰래 지영씨 집을 침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까지만 해도 ‘이런 놈이 또 있었네’정도였다. 다행히 지영씨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고, 전남자친구를 잡아서 자백까지 받았다. 사건 발생 이후 곧바로 아버지가 올라와서 집 안팎에 CCTV를 설치하고 한주일정도 함께 생활하다 더 이상 스토킹이 없음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에 퇴근한 지영씨는 죽음을 택했다. 왜지? 일이 다 잘 끝난 것 아닌가? 스스로 신고해서 경찰과 함께 전남친을 찾아갈 정도의 사람이 왜… 모든 것이 다 잘 풀렸.. 2021. 2. 9.
생태원리로서의 증여, 그리고 탈자아 구성 방식으로의 증여 2장 메모 단상 생태 원리로서 증여 “쿨라는 그 기본적인 형태에서는 사실 트로브리안드 도민들의 경제생활과 비종교적인 생활 전체를 포괄하는 것처럼 보이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광대한 체계 중에서 가장 엄숙한 한 순간에 불과하다.”(114쪽) “그러나 트로브리안드 섬의 ‘쿨라’가 선물교환의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틀래치도 북서부 아메리카 연안 사회에서는 선물제도의 일종의 기형적인 산물에 불과하다.”(165쪽) 우발라쿠Uvalaku 대항해원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들과 학문의 발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수백킬로미터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수년동안 꼬박 대형 배를 만드는 것에만 종사하는 무리들이 있었을 것이고(화학/물리/항해술), 또한 안전하게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기술(천문학)은 필수적이.. 2021. 2. 1.
반려동물, 반려악기.....그리고 반려철학! 집에 반려철학(자) 하나 들이세요! 반려동물 -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 지금은 사람보다도 강아지와 고양이와 지내면서 '함께'의 의미를 더 잘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웃고 울고, 함께 먹고 자고, 함께 산책하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더 잘 알게되니까요. 반려악기라는 말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프로연주자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지만 평생 피아노, 리코더, 바이올린, 대금, 가야금과 같은 악기들을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연주하는 것. 그러면서 조금씩 이전에 하지 못했던 테크닉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세밀한 감정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된다면 삶의 고통과 즐거움을 그것 자체로 잘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반려동물, 반려악기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함께 하면 좋을 것이 바로 철학(인문학).. 2021. 1. 29.
<증여론> 서문 및 1장 Q1. 서문에서 모스는 자신의 연구가 ‘선물에 답례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탐사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즉, 선물을 받았을 경우, 의무적으로 답례를 하게하는 법, 이해관계의 규칙은 무엇인지. 받은 물건에 어떤 힘이 있기에 수증자는 답례를 해야 하는가 를 규범적으로가 아닌 형태적으로 보려고 한다. 선물은 형식적으로 자발성(개인들이 알아서 하는것이라는)을 띄지만, 실제적으로 강제적(집단의 배경 안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가능성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1) 모스는 이를 사모아섬의 올로아와 통가, 그리고 마오리족의 타옹가를 통해서 답한다. 그가 보기에 타옹가(taonga)는 사람/씨족/토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그냥 물건이 아니라 그.. 2021. 1. 26.
또 다시 <증여론> ‘총체적 사회적 사실’로서의 증여는 ‘파편적 개인적 사회’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까 : 1장 메모 * 에 대한 기본적 이야기는 이전 글들을 참조. 순수한 증여나 완전한 사리사욕은 없다 선물을 되갚아야하는 이유 - 하우(hau)의 비밀 서문에서 모스는 자신의 연구가 ‘선물에 답례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탐사임을 명확히 밝힌다. 그리고 물건의 영이라는 하우hau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그런데 모스가 하우를 찾아낸 것은 태고사회의 규범에서가 아니다. 그들이 물건을 주고 받는 형태form/formation를 통해서였다. 형태가 중요하다. 축구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어떤 형태(442, 431, 4141)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그 팀의 축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축구에서도 포메이션(.. 2021. 1. 25.
개인도 없고 개인주의 가족도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것만 존재할 뿐 개인도 없고, 개인주의 가족도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것만 존재할 뿐 :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 문학테라피 서로 사랑한다는 건 언제 아는 걸까? 저녁 아니면 아침? 아직 시간이 있을때, 아니면 이미 너무 늦어 버렸을 때? 나는 모니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52 인샌은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거라고 하시는구나. 그러니까 그 운명에 맞서 싸워야 하는 거라고. 이겨야 한다고. 60 내 자리에 가서 앉고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월급을 받으려면 사람들이 내게 어마어마한 일을 시킬 거라는 사실을 간파했으니까. 예상한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96 한 번만 베면 충분할 것을 난도질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던 거다. 그때 나는 눈물을 글썽였다. 131 ‘애.. 2021. 1. 18.
나쓰메 소세키를 읽으니 프루스트가 떠오르네 나쓰메 소세키를 읽으니 프루스트가 떠오르네 : 나쓰메 소세키, 더보기 “이제 그만두자. 마음대로 되라지. 아등바등은 이것으로 끝이다.” 이제 앞발도 뒷발도 머리도 꼬리도 자연의 힘에 맡기고 저항하지 않기로 했다. 점차 편해진다. 괴로운지 기쁜지 잘 모르겠다. 물 안에 있는지 방 안에 있는지 분명치 않다. 어디에 어떻게 있어도 상관없다. 단지 편하다. 아니, 편함 그 자체도 느낄 수 없다. 해와 달을 떨어뜨리고 천지를 분쇄하여 불가사의한 태평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죽는다. 죽어 태평을 얻는다. 태평은 죽어야 얻을 수 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모든 것이 고맙고 기쁘도다. 가볍게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집어들었다. 일단 제목이 좋지 않은가. , 뭔가 가벼우면서 재미난 장난이 많이 들어있을 것.. 2021. 1. 16.
5년 후, 결혼갱신제 결혼갱신제 : 정여랑, “결혼 갱신제. 이런 제도가 대한민국에서 시행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세랑의 소설이 대세인 것 같은데, 이번에 정여랑의 소설 를 읽었다. 아주 짧다. 한 나절이면 다 읽고 남는 분량이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아주 직접적이면서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상상을 담고 있다. 결혼 갱신제! 인구 감소가 너무 심해지면서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제도가 시행되었다. 결혼할 때 종신제 혹은 갱신제를 선택할 수 있다. 갱신제를 선택할 경우 5년마다 결혼을 지속하겠다는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신청이 없을 때 결혼은 지속되지 않는다. 재기발랄한 ‘상상’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20년부터 사망인구가 출생인구보다 많아졌다. 벌써.. 2021. 1. 4.
괴물의 뱃속에서 살아가는 가족 괴물의 뱃속에서 살아가는 가족: 중에서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도나 해러웨이가 쓴 의 마지막 문구는 바로 니체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철학자 디오니소스의 제자이다. 나는 성인이 되느니 차라리 사티로스이고 싶다.”( 中에서)해러웨이는 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하나의 통일적일 주체성은 환상이며, “영원히 부분적인 정체성”으로 구성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율성을 확보하고 막강해지며 신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주체됨은 환상이며, 그 때문에 타자와 함께 종말의 변증법에” 들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가 관점에서 현대는 사이보그, 사티로스 - 바야흐로 잡종의 시대였다. “사이.. 2020. 12. 29.
정치 - 조직화된 기억체 정치는 행위로 구성되는 ‘조직화된 기억체’: 한나 아렌트, 5장 우리의 정체는 이웃나라들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남을 모방하기보다 남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의 이익을 위해 나라가 통치되기에 우리 정체를 민주정치라고 부릅니다. 시민들 사이의 사적인 분쟁을 해결할 때는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합니다. 그러나 주요 공직 취임에는 개인의 탁월성이 우선시되며, 추첨이 아니라 개인적인 능력이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누가 가난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위해 좋은 일을 할 능력이 있다면 가난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는 일도 없습니다. (투퀴디데스, 中 2권 페리클레스의 추도사) 한나 아렌트는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사후의 슬픈 지혜’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아테네와 스파.. 2020. 12. 5.
니체 철학 전집 약어 니체 관련 책들을 보면 약어로 니체의 책들을 언급할 때가 많다. 점점 익숙해지겠지만, 그때까지 자주 봐야할 것 같아서. ^^아래 자료는 Journal of Nietzsches Studiesd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www.hunter.cuny.edu/jns/style-guide/abbreviations-and-citations-of-friedrich-nietzsche2019s-works Abbreviations for titles of published worksAOM = Vermischte Meinungen und Sprüche (in 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 II): frequently translated as Assorted Opinions and Maxims .. 2020. 11. 17.
기술 시대의 '인간의 조건' 기술 시대의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1장 근대는 노동을 예찬하면서 시작되었고, 모든 사회를 노동 사회로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근대 세계의 모든 인간들은 ‘노동 없는 사회’,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한다. 바로 이 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노동’에만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온 근대 사회는 노동 너머의 활동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해방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사적 삶의 향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왕이 되어도 그들은 자신의 일을 오로지 ‘노동’, ‘직업’의 관점에서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이렇게 보면 나카마사 마사키가 에서 ‘인간’의 의미를 세네카(기원전4~65년), 키케로(기원전 106~ 기원전43)의 글을 다시 소개하고자 했던 르네상스 시대.. 2020. 11. 5.
비인칭의 문학 비인칭에서 비인칭으로: 모리스 블랑쇼, 1장 문학은 세계가 존재하기 이전의 사물들의 현전이요, 세계가 사라지고 난 이후의 사물들의 투지이며, 모두가 지워지고도 남아 있는 것의 완강함이요, 아무것도 없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부터 오는 얼떨떨함이다. 그래서 문학은 밝히고 결정하는 의식과 혼동될 수 없다. 문학은 나 없는 나의 의식이요, 광물의 빛나는 수동성이며, 멍멍함 그 밑바닥으로부터의 명철함이다. (, 50쪽) ‘날카로운 말을 쓰러뜨린 자’, ‘백색 태양을 죽인 자’, ‘말 없는 푸른 늑대’ - 인디언의 이름들은 하나같이 고정된 무언가를 말하기보다는 흘러가는 풍경 속의 한 장면 같다. 다시 말해, 명사가 아니라 동사 형태로 이름을 지으면서 어떤 존재도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한 순간도 그대로 멈춰 있.. 2020.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