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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읽기

다프자1) 잡동사니 혹은 보물창고

by 홍차영차 2023. 4. 16.

다시, 프루스트를 읽자 1)

잡동사니 혹은 보물창고

프루스트를 읽다보면 자주 ‘도대체 내가 뭘 읽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분명 소설을 읽고 있는데 별다른 이야기의 전개도 없고 결론도 없으며 그렇다고 스펙터클한 사건도 나오지 않는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 같기도 하고 아주 긴 독백 같기도 하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시적인 은유가 한 페이지 넘게 나오다가 난데없이 음악 작품에 대한 비평이 한 편의 논문이 될 정도로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그림이나 조각, 심지어 건축물에 대한 너무나 상세한 묘사들이 몇 장에 걸쳐 실려있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 하다. 주인공이 수준 높은 예술적 감각과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미 읽기 시작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루스트는 <스완네 집 쪽으로>를 시작하면서 의식과 무의식을 왔다갔다 하는 꿈과 현실 사이를 수십장씩 묘사해준다. -.-;;;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체를 보더라도 상당 부분에서 현대정신분석학의 사례집보다도 더 자세한 행동 묘사와 심리 묘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프루스트의 글은 소설이기도 하고 이기도 하며, 견문록이면서 예술비평서이고, 심리학분석학 책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프루스트의 글은 일부러 쓸데 없는 것들만 모아놓은 잡동사니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읽는 사람이 잡동사니처럼 보이는 것들의 먼지를 닦고 들춰보는 시도를 해준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보석들이 널려 있는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루스트의 책을 읽을 때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기 중요하다.

프루스트를 읽는 키워드가 맨 아래 따로 나열해 놨다. 많은 것 같지만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서 프루스트 전체를 읽어가면 좋겠다.

첫째,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

두번째 다양한 감정들의 현상학

놀랍게도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다양하게 펼쳐지는 감정들은 바로 자아(ego) 혹은 자기(self)라고 하는 나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인데도 우리는 일평생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을 비롯해서 질투, 호기심, 분노, 연민, 동정, 놀람, 무시와 같은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실제로 질투가 무엇인지, 연민이 무엇인지 질문한 적도 없을 뿐더러 이러한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프루스트가 보여주는 질투의 감정을 직면하면서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기도 할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삐져나오는 잔혹한 분노의 표출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고통스럽다고, 놀랐다고 하면서 피하면 안 된다. 바로 이 때가 자신을 제일 잘 알 수 있는 때이고,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루스트를 읽는 것에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다행히도 프루스트는 개념을 설명해주는 철학자가 아니라 글을 통해서 그 개념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가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프루스트를 따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이다. 의심하지 말라.

자, 바로 지금부터 프루스트 읽기를 시작해보자. 

1. 의식과 무의식

2. 자발적 기억과 비자발적 기억

3. 다양한 감정들 -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질투, 호기심, 동정, 연민, 분노 등등

4. 습관과 일상

5. 현실과 꿈 - 진실과 거짓

6. 예술(의 부활)과 감각

7. 시간과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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