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by 고병권 (그린비)
니체는 끝없는 야단주의자다. 다수에게 인기있는 것은 망치로 부수려 하고, 다시 그들이 새로운 것에 열광하면 그는 다시 부숴버리려 한다.
니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높디 높은 벽면에 천 개의 창을 만들어 주면서, 우리의 삶에는 내가 걸어온 길 이외에도 무수한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성의 철학자가 칸트라면, 감성 철학의 문을 만들어낸 철학자는 바로 니체이다. 모두가 경험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생 깊숙히 덮여져 있는 내면을 들춰내어 현실을 대면하게 만드는 철학자.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고 의지하는 마지막 하나까지 정말 그러한 것이 맞는지 너 스스로 확인해 보라고, 우리의 정신에 찬물을 끼얹는 야단주의자, 니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 학교, 직장 하다못해 취미 생활 모임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어하거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 자신의 모습을 답답하게 여기는 이유는, 자신은 세상 일에 전혀 영향 받지 않는 듯이 쿨(cool)한 척하는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겠지만, 실상 자신 속에 덮여져 있는 -혹은 자신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실제 모습들을 직시 할만큼 담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체는 21세기 현대인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 현재 드러난 현대인의 표상은, 니체가 100여년 전에 감지하고 미리 작성해 온 답안지처럼 보인다. 관습과 제도라는 중력의 영으로 인해서 자라지 못하는 난쟁이, 한 부분에만 정통하고 뛰어난 지식을 가진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비정상적으로 큰 귀를 가지고 있는 불구자의 모습, 이것이 바로 현 시대가 자랑하는 발전의 결과가 아니가. 현대는 세상 모두가 불구로 살아가고 있기때문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위버멘쉬’(초인)를 추구하며 살아가려는 자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이상스런 사회가 되어 버렸다.
‘신은 죽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인해서 많은 크리스천들이 니체를 두려워하거나 버렸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니체의 책들이야말로 진짜 알곡과 쭉정이를 걸러낼 수 있는 얼음장같이 시원한 바람이고, 교회로 나가 사회생활에 필요한 형식만을 취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에게 그들의 마음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보게 만들어주는 참된 경종인 듯 하다.
차라투스트라가 되고자 했던 ‘위버멘쉬’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상식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담대함과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가진 상태를 그려놓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위버멘쉬’는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소유한 지식인이라기 보다는, 삶 속에서 서로 다름을 용납하고 차별이 아닌 구별을 체질화시켜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의 달인에 더 어울리는 말인 듯 하다.
현재의 삶을 현상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니체의 책이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함께 공명하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주도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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