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놀, 5권
니체는 자신의 후손들이 높-이 날기를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바다와 사막을 건너서야만 진정한 자신의 세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격려하면서.
아침놀을 통해서 니체는 기존에 우리를 묶고 있는 도덕으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라고 재촉한다. 그는 사자후와 같은 대담함으로 호통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길을 걸어갈 동료들에게 따뜻하고 세밀한 지침서를 써주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치명적인 도덕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나의 정신 깊숙이 뿌리 박혀 있고 아무리 깨끗이 씻어 버렸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도덕은 자본에 대한 유혹, 갈망, 두려움이 아닐까. 나를 창피하게도 하고, 우쭐하게도 하고,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그동안의 노력이 스물 스물 쓰러져 버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드는 위력 덩어리!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한 발자국의 부딪침을 만들어 냈고 함께 할 동무들을 얻었다는 것. 이제 필요한 것은 가능한 깊숙이 내 영혼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약을 극소량으로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위대한 일이 단번에 성취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바다와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박한 사물들을 대변하는 위대한 사람들처럼.
이제는 황금으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갈망하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오해할지라도 내가 먼저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죄에 대한 일 년 동안의 사면을 미리 약속하는 것으로 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피를 흘리며 얻어낸 진리들이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내 자아의 샘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그 고독의 시간을 견디어 나가고 싶다. 앎과 삶을 통해서 그 시간을 꾸역꾸역 메꾸어 나가야 한다.
자신이 몸소 머리를 진흙탕에 쳐 박으면서 지하에서 작업한 결과를 친절히 우리에게 알려주면서 그렇게 니체는 우리들을 초대하고 있다. 초대에 응한 우리가 맞닥뜨린 곳이 편안하게 만끽할 수 있는 ‘천국’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광야와 어둠속에 있을지라도 체념해서는 안 된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바로 ‘이곳’에서야 우리는 순수한 눈으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순수하게 밝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여기서 자라고 있는 아기가 우리보다 위대해질 것이라는 은밀한 희망을 놓지 말고, 정신의 비행사가 되어 높이 날아오르자! 함께.
201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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