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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주권없는학교] 김영민의 공부론

by 홍차영차 2013. 8. 29.

 

 

 

인이불발引而不發, 당기되 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에 공부론의 총체가 들어 있다. 이후에 나오는 이소룡의 스타일, 내야수의 긴장, 인연법, 미야모토 무사시가 강조한 차림새가 없는 듯이 차림새가 있는 모습 등은 모두 인이불발의 지적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과 태도에 관한 김영민의 메모 모음이라 하겠다.

 

나에게 김영민이 이야기하는 인이불발(引而不發)의 뜻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식인의 표상에서 언급한 지적 망명혹은 스피노자가 강조하는 '마음과 육체의 평행 이론'과 동일한 뜻으로 다가 온다. 주류의 바깥에서 끝까지 저항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특권을 주장할 수 없는 어떠한 권력에도 구속 받지 않을 수 있는 지적 망명 상태를 유지 하는 것이 바로 바로 공부의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니겠는가? 또한, 마음과 육체의 평행을 유지할 수 있는 천연덕스러운 변용의 능력을 갖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공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김영민이 이야기하는 공부는 단순히 공부(study)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삶의 사건들에 대한 태도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 공부는 바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사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칼집에서 칼을 뽑듯이 내가 이런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임한다면 섣부른 오만과 허영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부란 관념이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과 동일한 맥락에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지금의 공부란 숫자들로만 판가름 나고 떨어지느냐 붙느냐의 시험결과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진짜 공부의 길로 들어가기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쉽지 않게 되었다. 3분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인스턴트 식품과 언제라도 원하는 어떤 것이든 보여주는 TV, 세상의 어떤 지식도 검색 한 번으로 쉽게 얻어지는 인터넷 세상에서 엉덩이로 공부하라는 말과 근기를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지식만 쌓아가는 공부가 아니라 머리 속에서만 돌아가는 관념이 아닌 내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하기 원한다면 김영민의 공부론이 위안과 희망의 단초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살아가기 원하는 이들이 패스트 푸드가 아닌 슬로우 푸드를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타인의 규범과 기대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것으로 진짜 삶을 살아가는 출발점으로 삼으면 좋겠다.

 

 

 2013. 08. 29

 

추신: 김영민의 공부론은 한번에 쓰윽하고 읽히는 책이기도 하지만,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낯선 단어 뜻을 찾아가며 읽어보면 더욱 맛이 나는 책이기도 하다. 김영민은 자신의 책읽기를 통해서 공부론이 실천되기를 원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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