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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주권없는 학교] 지식인의 표상

by 홍차영차 2013. 7. 21.



지식인의 표상 by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 (마티)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람시적 현실1)을 인정하면서도, 지식인이 추구해야 할 표상으로는 방다의 이상2)에 동조하고 있는 형상이다. , “모든 사람이 지식인이기 때문에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지식인의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p19)”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지식인의 기능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패된 언어로써 진부하고 고루한 말이나 정치적인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 아니라, 국경과 민족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국가와 민중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치에 집중하는 작업이다. 또한, 주류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없는 소수자를 위해 건전한 소음을 만들어 내고, 그러한 타자의 어려움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것이다.


 

지적 망명이란 용어는 이들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주류의 바깥에서 끝까지 저항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특권을 주장할 수 없는 어떠한 권력에도 구속 받지 않는 삶. 세계에 대한 인식과 자유를 추구한다는 지식인의 근본적인 입장에서 보면, 지적 망명이야말로 지식인의 실제적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적 망명자는 자신의 이익이나 보상이 아닌 이념과 가치를 가지고 도덕적 문제제기 하고, 지식전문가가 아닌 비학문적 지식인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마추어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삶이라 하겠다. 위험을 감수하고 불확실한 결과를 선택하는 것은 망명자로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살펴보면, 지적 망명자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고 회피하지 않으며, 권력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데에서 자신의 살아갈 유일한 희망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제시한 지식인의 모습은,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그의 독특한 태생과 이스라엘 건국 이후 그가 겪었던 삶의 경험이 녹아 들어가 있고, 자신이 그러한 망명자로서의 실질적인 활동과 소신있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기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책의 첫 장에서 그람시가 언급한 유기적 지식인이 방다가 정의한 초월적 재능을 가진 초월왕 혹은 성인들과 다르게 된 것은, 이러한 간접 경험들이 에드워드처럼 개인의 경험으로 흡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생각과 지식을 간접 경험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지식들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행동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그와 상응하는 개인적 경험이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재배치하거나, 그러한 상황 속으로 자신이 들어갈 때에만 가능하다.

 

요즘에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엄청난 양의 자료(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이 넘쳐나고 있고, 이러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많은 싱크탱크(thinktank)들이 있다. 그러나, 불만족스러운 현실 모습을 진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와 지식에서 지혜(wisdom)를 창출하고 그러한 제안들을 스스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지식인들로 구성된' 야성적인 액션탱크(actiontank)이다.


2013. 07. 21

 

참고)

1) 안토니오 그람시 (이탈리아, 1891~1937) : 지식인의 기능을 수행하는 이들로 첫째, 교사, 성직자, 행정가와 같은 전통적인 지식인과 둘째로, 유기적 지식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여러 계급이나 기업 조직과 직접적으로 연결됨. 그람시는 이러한 유기적 지식인들이 활발한 사회 참여를 하고 있고, 그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믿음.

2) 줄리앙 방다 (프랑스, 1867~1956) : 지식인이란 매우 적은 수의 초월적 재능을 갖고 도덕적으로 무장된 철인왕들로서, 이들은 인류의 양심을 수립하게 됨. 이들은 성인에 가까운 지식인들로 사실상 매우 드물게 볼 수 있는 인물들임.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 예수, 스피노자, 볼테르를 언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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