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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6

죽음의 거울에 비친 생명 죽음의 거울에 비친 생명 1. 모순의 언어 혹은 모호한 태도의 루쉰 “가령 말일세,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에 수 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 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그렇다. 비록 내 나름의 확신은 있었지만, 희망을 말하는데야 차마 그걸 말살할 수는 없었다. 희망은 미래 소관이고 절대 없다는.. 2017. 9. 29.
그림자의 고별 - 루쉰의 中, 전문 - 사람이 때가 어느 때인지 모르게 잠들어 있을 때 그림자가 다음과 같은 말로 작별을 고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천당에 있으니, 나는 가지 않겠소. 내가 싫어하는 것이 지옥에 있으니, 나는 가지 않겠소, 내가 싫어하는 것이 미래의 황금 세계에 있으니, 나는 가지 않겠소.그런데 그대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오.동무,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소, 나는 머무르지 않으려오.나는 원치 않소!오호오호, 나는 원치 않소. 나는 차라리 무지에서 방황하려 하오. 내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소만, 그대를 떠나 암흑 속에 가라않으려 하오. 암흑이 나를 삼킬 것이나, 광명 역시 나를 사라지게 할 것이오.그러나 나는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방황하고 싶지 않소, 나는 차라리 암흑 속에 가라않겠소. 그렇지.. 2015. 12. 3.
루쉰이 사람을 기억하는 법 루쉰이 사람을 기억하는 법- , - 루쉰이 사람을 기억할 때는 그 사람을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고 또한 비판적 입장에서 미래를 다시 생각하기를 원할 때다. 은 루쉰이 샤먼대학에 있을 때 쓴 잡감문이다. 그곳에서 그는 “황량하던 섬에 처음으로 신문화의 분위기를 전파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원고를 평가하고 교열했고, 여러차례 강연을 하면서 ‘자유평등과 반항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도중에도 루쉰은 샤먼에 있는 것이 편치 않았다. 수완은 좋을지 모르지만 허위의식과 교활함으로 가득찬 “썩은 수원” 구제강을 비롯해서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하나의 고도(孤島)였기 때문이다.이런 곳에서 그가 떠올렸던 사람은 “억양이 뚜렷한 어조로 말을 하려는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용기를 북.. 2015. 11. 4.
[루쉰읽기] 아침꽃 저녁에 줍다 1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 1924년은 군벌간의 전투가 가장 극심하게 일어났던 해였다. 그리고 1921년 창건된 중국공산당은 부르주아 세력과 연합하여 제국주의와 대항하라는 국제공산당의 요청에 따라서 1923년 국민당과 국공합작을 하게 된다. 당시 323명의 당원밖에 없던 공산당과 5만명의 당원을 가진 국민당과의 합작. 처음부터 불리한 합작이었던 국공합작은 결국 1927년 장제스가 주도하는 국민당 세력이 중국 초기 공산당 진영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5000여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4.12 상하이 사건으로 마무리 된다. 이처럼 중국이 괴이하고 난잡한 정치 상황을 겪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고 루쉰 역시 이 시기에 그의 생에 있어서 겪어야 할 끔찍한 사건들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1925년 베이징여사대 사건에서.. 2015. 11. 3.
죽음을 슬퍼하며 사랑과 혁명은 일상을 꾸리는 것 - 루쉰 전집 2권, 방황 - 1925년은 루쉰과 쉬광핑의 교류가 시작된 해였으며, 이글이 쓰여진 10월은 베이징여사대 사건에 루쉰이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즉 에서 나오는 쥐안성과 쯔쥔을 보면 루쉰과 쉬광핑의 관계가 떠오른다. 쥐안성과 쯔쥔이 어떤 관계였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이런 모습은 자신의 아내가 가족과 함께 있는 상태에서 쉬광핑과 교류하고 있는 루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전통과 규범에 저항하는 사람들. 하지만 전체를 읽어가면서 통감하는 부분은 루쉰에게 혁명이란, 사랑이란 일상을 꾸리는 것, 자질구레한 일을 하고, ‘강물이 흐르듯 끊임없이’ 밥먹는 일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루쉰은 이런 혁명과 쉬광핑과의 관계.. 2015. 10. 21.
<아Q정전> 혁명에 대응하는 다양한 군상(群像)들 은 1921.12월부터 1922년 2월까지 베이징 일간지인 에 발표된 루쉰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시기적으로는 1911년의 신해혁명과 위안스카이의 2차 혁명 그리고 1919년의 5.4운동까지 모두 겪은 이후에 쓰여졌다.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번의 사건을 통해서 중국인들도 이제는 ‘혁명’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을 때이다. 하지만 루쉰이 보기에 진정한 혁명은 그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아 보였다.의 주인공은 웨이좡(가식/가장)에 살고 있는 날품팔이 아Q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웨이좡(가식)에서 사람들이 하라는 일들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나 아Q의 성과 본관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은 ‘근대’를 맞이하면서 휘청대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관습과 전통에 따라서.. 2015.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