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by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교양(Liberal Arts)이란 단순히 시간 많고 돈 많은 사람이 있는 척하기 위해서 쌓아가는 있어 보이는 지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전인격적인 삶을 살아가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 능력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청주대에서는 회화과, 중앙대에서는 비인기4개학과를 폐지하고, 배재대에서는 국문과를 통폐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많은 대학에서는 순수 학문을 없애면서 다른 한편에서 이와는 반대로 점점 더 높은 경쟁률과 인기를 반영하고 있는 학과들이 신규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시대의 고민이 명확하게 보이게 된다. 성균관 대학교의 반도체시스템학과, 경북대의 모바일공학과의 경우는 입학과 함께 장학금과 취업이 보장된다고 하니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요즘 대학교들의 실학 중심 개혁이 정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여지고, 몇 년 후에는 순수학문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대학은 왜 이런 방향으로 변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대학이 변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살펴보면 대학들이 실용 학문 중심으로 변해가는 근간에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기준이 자리잡고 있고, 이 평가기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취업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은 여러가지 평가 지표중의 하나라고 주장하겠지만, 대학을 입학하기 원하는 학생들과 기업 입장에서는 대학을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잦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러한 변화 방향은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해진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1998년) 에도 그랬지만, 현재에도 학부만 졸업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신의 전공과는 별반 상관 없는 회사 혹은 부서에 배치 받게 된다. 설령 박사학위까지 마치고도 자신의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업에서는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으로 그 사람의 교양 즉 일반적인 상식과 변화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믿는 것이다.
기업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원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그 문제를 추론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철학적 사색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공부한 전공분야를 바탕으로 이후에 다른 영역을 맡겼을 때 스스로가 길을 찾아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핵심적 연구테마는 몇 년마다 바뀔 수 밖에 없고, 이런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는 바로 이런 철학적 사고로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업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실무적인 영역을 공부한 사람을 요구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폭 넓은 지식과 대처 능력(교양)을 가진 사람을 입사시키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 하겠다.
여기서는 두 번째 질문, 이렇게 대학이 실용 중심으로 변해갈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단기적으로 살펴보면 실용 중심의 최적화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대학, 기업,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시스템 학과를 나와서 바로 기업에서 아무런 추가 교육 없이 일할 수 있으니 개인과 기업에게 모두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모순된다고 하겠지만, 21세기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상은 창조성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제일되는 요건은 문제의 발견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달 수 있는 능력을 첫번째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서 제기된 문제를 푸는 일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주어진 상화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창조성은 자신의 전공에만 몰두하고 집착하여 다른 분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발휘되기 어렵고 일반적인 사실들과 타 학문과의 마주침을 통해 갖추게 되는 것인데 몰락한 교양과정의 현실을 보면 절대 창조적인 인재들이 배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지식을 쌓는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어떻게 교양을 갖춘 인간이 배출 될 수 있겠는가
교양은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사람이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학문을 이야기 하는데, 대학은 원래 이러한 기본적 교양을 갖추는 장소였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이러한 이유로 라틴어가 가장 기본적인 교양 과목이 되었고, 최초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12~13세기 유럽의 대학들도 기본적으로는 교양을 가르치는 학교였다. 즉, 스스로 묻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곳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교양을 습득하고 나서야 자신의 전공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이 점점 더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몰되어감에 따라 모두가 실용성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철학적 사고는 무시하게 된 것이다. 요즘 대학교 1학년의 고민은 졸업 예정자들의 고민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아니 취업이 가능할까라는 것이 유일한 고민이자 주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학교 1학년에 들어와서 미술의 이해, 현대음악의 의미, 현대사, 철학사, 물리, 생물과 같은 순수학문에 열의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 계속된다면 저자가 일본을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조금씩 조금씩 잃게되어 더 이상의 발전과 진보가 없는 나라로 퇴락하고 말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수학 교과서는 아이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으로 돌아가 어릴 때부터 실용적 학문과 문제를 푸는 단편적 지식에서 벗어나 철학하는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 최고의 인재를 배출하고 요즘 우리나라가 그렇게 타기 원하는 노벨상자를 배출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초/중/고등학생 교과 과정과 대학교 교과과정에 이러한 인간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교양(Liberal Arts)에 더 힘을 실어야 하겠다.
이렇게 변해가는 대학들의 모습에서‘교양’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은 한낱 공허한 외침밖에 될 수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더욱 교양의 부활을 주장하고 다시 한번 교양 전성시대를 꿈꿔 본다.
2013. 06.01
*철학적 사색이란?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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