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없는 학교] 페다고지 by 파울로 프레이리 (그린비)
‘페다고지’는 1970년에 쓰여진 책이다. 즉 당시에는 브라질을 비롯하여 남미의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국민들 다수가 글을 읽지 못하였고,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P. 프레이리는 이러한 현실 상황을 변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혁명적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신의 이론을 통해서 프레이리는 자신의 모국인 브라질 뿐만 아니라 남미와 세계 여러 나라의 해방 교육에 이바지하게 되었는데, 그가 제안한 방식은 단순하게 교사로부터 지식을 받아 담아 놓는 은행 저금식 교육이 아니라, 교사-학생이 상호 소통을 통해서 서로 배우는 문제 제기식 교육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혁명과 해방을 언급하고 있는 이 ‘페다고지’라는 책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세계에서 문맹률이 제일 낮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는 부적합하지 않은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는 더 이상 억압자와 피억압자를 구분하기는 어렵고, 해방, 노동착취와 같은 말은 거의 들을 수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사회에는 억압적 상황과 피억압자들은 모두 사라진 것일까?
프레이리는 책임있는 인간으로서 자기긍정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상황을 억압적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고 세계를 이름 짓는 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피억업자로 상정한다. 이러한 정의를 생각하면서 현재 우리 자신을 대입해 보면, 우리는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세계를 이름 짓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더욱이 예전처럼 지주라든지 혹은 독재자라는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억압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변해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더욱 어렵게 되어 버렸다. 현재 우리 세계의 매트릭스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더욱 촘촘하게 짜여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지는 잘 모르면서 무조건적으로 이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있고, 왜라는 질문은 사치라는 듯이 모든 직장인들은 오직 성실하게 더 열심히 일할 것만을 요구 받고 있다. ‘근대식 교육과 학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 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떠받들기 위해서 그저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서 프레이리가 제시한 문제제기식 교육은 오직 좋은 대학과 돈 많이 버는 직장만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것들을 주고 있다. 그는 사랑, 겸손, 신념을 기반하여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대화야말로 교육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사랑타령인가라는 푸념이 나올 수도 있지만, 프레이리가 주장하는 사랑은 민중과 학생들을 향한 관심에 근거하고 있는 구체성으로 나타난다. 프레이리의 대화는 이제껏 우리가 잊어버리고 역사 속 사건으로만 생각했던 간디의 비폭력 투쟁의 힘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해 준다.
‘페다고지’를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깊이 각인된 생각은 교육의 주제, 방법, 내용을 모두 민중에게서, 학생들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 혹은 지도자들이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민중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존재라는 자만과 학생은 우리가 지식을 채워 주어야 하는 그릇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버릴 때,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세계관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다. 즉, 그들에게 익숙하고 흥미롭고 알기 원하는 주제, 내용, 방법을 통해서 교육하게 될 때, 내가 변화할 수 있고 세계를 변혁시키는 참다운 이론적 실천(Praxis)이 가능하다.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세계를 이름 짓는 능력을 회복하게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100명의 아이들이 1등부터 100등으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100명의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그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세계. 진정한 교육의 목적은 피억압자가 억압자의 위치에 서서 더 많은 부를 획득하거나 그러한 권력을 취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예속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2013.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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