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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세계는 텍스트다

by 홍차영차 2021. 3. 10.

세계는 텍스트다 - 관점주의와 계보학

: <니체, 문학으로서 삶>,  1장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

키워드 : 스타일과 문체, 계보학, 자유정신, 관점주의, 인식과 진리, 이성, 무지, 거짓

 

 

 

알렉산더 네하마스는 알쏭달쏭한 니체 텍스트를 읽는 흥미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니체는 예술 작품을 대하듯 세계를 보았으며, 세계를 문학 작품처럼 읽었다는 주장이다. 문학 작품 속의 세계와 인물은 오로지 텍스트 속에 주어진 상황과 사건들의 결합을 통해서 창조되어진다. 똑같은 작품을 읽었더라도 독자마다 인물과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즉 니체는 세계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상황들을 문학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를 텍스트로 이해한다’는 것이 니체에게서 관점주의가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문학 작품 속에서 어떤 결합이 가장 훌륭한지, 어떠한 결합이 인물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지에 대한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각자의 해석이 있을 뿐. 개구리의 눈, 잠자리의 눈, 인간의 눈으로 본 세계는 모두 다르다.

 

니체의 사상은 그의 스타일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일을 이해하지 않고서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다. 관점주의라는 그의 방식을 항상 염두에 두고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니체에게 “사실은 없다. 오직 해석만이 존재한다.”

 

“오랜 경험과 실험을 통해 실험되고 증명된 삶의 방식인 도덕은 마침내 인간의 의식에 자리를 잡고서 속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법이 되었다. 그러자 그것과 연결되어 있던 가치와 상황들도 인간의 의식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도덕이 침범할 수 없는 성스러운 진리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도덕의 발전 과정에서 기원의 망각은 필수적이었다. 그것의 기원이 망각되면 도덕은 주인으로서 군림한다.”(<선악의 저편> 202 참조)

 

관점주의와 함께 살펴봐야할 니체의 방법론은 계보학(genealogy, 족보학, 가계도)이다. 계보학은 독단주의에 대한 비판으로서 관점주의와 연결된다. 철학자들이란 자신의 견해를 진리로 설파하면서 그것의 역사적 기원을 숨기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신의 이론이 보편적 진리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보학이란 이러한 진리의 기원에 얽혀 있는 특정 이해관계와 상황들을 드러내는 연구 방법론이다. 숨겨진 기원을 밝히고, 개인적 생각을 진리로 만들어주는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것. 니체의 계보학적 탐구는 도덕 영역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니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스타일에 관한 알렉산더의 주장은 니체의 ‘문체(스타일)의 다양성’을 ‘관점주의’와 연결시킨다. 니체 스스로가 세상을 텍스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문체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나는 많은 스타일(문체)상의 가능성, 즉 한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스타일(문체)을 가지고 있다.”(<이 사람을 보라> 3.4) 문체의 다원주의는 관점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알렉산더의 주장이다. 니체는 스스로가 다양한 문체로 글을 쓰면서 “엄밀하게 말해서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란 다만 해석일 따름이다”라는 자신의 주장을 반영하고, 이런 다양한 문체가 자신의 견해 역시 개인적인 견해로서 제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니체의 방법론인 관점주의와 계보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니체의 사상과 떼어낼 수 없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도 한 번 짚어보면 좋겠다. 스타일이란 순간적인 특징, 예외가 아니다. 스타일은 오랜 반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양식이다. 다른 사람과 무조건 다르게 행위하고, 표현한다고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인습을 무시하는 그림이 예술적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면 누구도 왜곡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유 없이 기존의 전통을 무시하면 왜곡이 일어난다.” 그것이 하나의 스타일이 되려면, 삶의 양식으로 드러나야 한다. 다른 해석이 더 좋다고 말하는 것으로 스타일이 되지 않는다. 다른 해석, 다른 관점을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입증할 때에야 나의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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