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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장자

쓸모없음의 쓸모 - 만물제동과의 연결점

by 홍차영차 2019. 11. 18.

쓸모 없음의 쓸모

: <장자> 잡편 외물




좋은 삶[養生]이란 무엇인가? 외물(外物)에 흔들리지 않는 삶이다. 돈, 명예, 외모, 지위, 건강, 지식, 아름다움……. 마음이 외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삶의 기준이 외부에 있지 않다는 말일 뿐만 아니라 외물과 내가 상호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이야기는 사실 좋은 삶의 비유같다.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을 나눌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외부적 기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이득이 되는가[何必曰利]라는 양혜왕의 질문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의(仁義)라는 최상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더라도 이것은 결국 하나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결국 그 기준과 얼마나 가깝냐에 따라서 위계를 갖게 된다.

좋은 삶에 기준은 없다. 오직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의 여부일 뿐이다.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항상 만물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고, 다시 말해서 그 기준이 내 안에 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자 세계의 만물은 모두 하나[萬物齊同]이고, 거기에 높고 낮음이란 없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물들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나라는 것은 항상 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그렇다면 내 안의 기준도 항상 변할 수밖에 없다.




내가 서 있는 땅이 쓸모 있으려면, 내가 밟고 있는 땅 이외의 땅들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내가 밝고 서 있는 땅이 아니더라도, 즉 현재 그 어떤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라도 그것들이 없다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쓸모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쓸모도 그 외부의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존재(쓸모) 이유를 발견한다. 쓸모없음(無用)과 쓸모있음(有用)은 그것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 자체의 쓸모는 아무 의밈가 없다. 쓸모없음도, 쓸모있음도 그것 이외의 것들과의 연계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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