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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6

낯선 사람을 만날 때는 생강을 씹어 밷어라 트로브리안드 섬의 키리위나 사람들은 말리노프스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도부섬 사람들은 우리처럼 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잔인하고 인육마저 먹습니다. 우리가 도부 섬에 도착할 때에는 그들을 경계합니다. 우리를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생강 뿌리를 씹어서 뱉으면 그들의 정신이 바뀝니다. 그들은 창을 버리고 우리를 환영합니다." 축제와 전쟁 간의 불안정한 관계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것은 없다. 마르셀 모스 280쪽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점점 더 와닿는다.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긴장이 되고,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익명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더 그렇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인데도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2024. 3. 21.
진리와 주체 혹은 진리의 가격에 대한 문제 진리와 주체 혹은 진리의 가격에 대한 문제 : 1장 소크라테스의 문제제기 소크라테스의 문제제기는 이것이다. 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그리스 최고의 영웅인 아킬레우스에게 비유했다. 이는 단순한 영웅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면서 시대에 ‘생각과 행위에 간극’이 없었던 호메로스적 인간에 대한 환기이기도 하다. 호메로스의 영웅 시대에도 물질(전리품)이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동맹이었고, 그에 대한 정당한 선물과 보증이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가 그리스군이 거의 패배할 때까지 전투에 나가지 않았던 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상호적 인정으로 주어진 전리품을 빼앗겼기 때문에, 이러한 시위를 통해서 시대의 윤리로 작용했던 선물로 이어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자 했다. 이렇게 보면.. 2021. 3. 16.
모호함이 주는 풍요로움 모호함이 주는 풍요로움 : 조르주 바타이유, 희생된 포로의 몸도 전사의 것이다. 그는 그 몸을 집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소금이나 고추 이외의 다름 양념을 치지 않고 불에 구워 축제 동안 먹는다. 하지만 그 제물을 먹는 사람들은 그를 데려온 전사가 아니라 초대받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전사는 그 제물을 아들, 또다른 하나의 자신으로 여기기 때문에다. 축제의 끝에 이르면 전사는 제물의 머리를 손에 들고 춤을 춘다. 95쪽 멕시코인들의 전쟁과 제의에서 보여주는 너무나 잔혹해보이는 행위들은 바로 ‘공동체적 감성’을 각인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집단의식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멕시코전사 역시 생명을 죽이는 행위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문자 이후에 정신이 발명되었다고 해도 자아, .. 2021. 2. 24.
생태원리로서의 증여, 그리고 탈자아 구성 방식으로의 증여 2장 메모 단상 생태 원리로서 증여 “쿨라는 그 기본적인 형태에서는 사실 트로브리안드 도민들의 경제생활과 비종교적인 생활 전체를 포괄하는 것처럼 보이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광대한 체계 중에서 가장 엄숙한 한 순간에 불과하다.”(114쪽) “그러나 트로브리안드 섬의 ‘쿨라’가 선물교환의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틀래치도 북서부 아메리카 연안 사회에서는 선물제도의 일종의 기형적인 산물에 불과하다.”(165쪽) 우발라쿠Uvalaku 대항해원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들과 학문의 발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수백킬로미터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수년동안 꼬박 대형 배를 만드는 것에만 종사하는 무리들이 있었을 것이고(화학/물리/항해술), 또한 안전하게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기술(천문학)은 필수적이.. 2021. 2. 1.
증여 혹은 다른 종류의 유대 증여 - 다른 종류의 유대 혹은 다른 정신공간의 형성- 2장 - “물건이 선물로 간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가치를 지닌 어떤 것을 받기를 기대했으며, 만일 답례의 선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화를 냈다.”“누구도 제공된 선물을 마음대로 거절할 수 없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후함에서 서로 상대방을 능가하려고 애쓴다. 누가 더욱 가치있는 물건을 가장 많이 줄 수 있는가를 두고 일종의 경쟁이 있었다.” ‘자발적이면서 의무적’이라거나 ‘친밀하면서 공포스럽다’ 혹은 ‘신화적이면서 법적’이며 ‘경제적이면서도 도덕적’이라는 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 있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감각이다. 자발성과 강제성이 어떻게 한 행위에서 나타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와 증여의 사회 2장에서 모스는 근대인의 이런 낯섬과 의.. 2018. 6. 6.
[선물과증여] 선물을 되갚아야 하는 이유 선물을 되갚아야하는 이유 - 하우(hau)의 비밀 - 3장 비판 모스는 에서 선물이 되갚아지는 이유로 마오리 원주민의 하우(hau)를 들고 있다. 모스는 하우를 “사물에 깃든 영, 특히 숲속 사냥감의 영”이라고 소개했다. “원시 사회나 고대 사회에서 일단 받은 선물은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권리와 이해관계의 원리는 무엇인가? 증여된 물건 속에 받은 자로 하여금 되갚도록 강제하는 어떤 힘이 존재하는가?” 여기서 말하는 힘이 바로 ‘하우’이다. 하지만 하우는 논리적으로 단지 왜 선물이 되갚아지는가를 설명해줄 따름이다. 하우는 애초에 증여해야 할 의무와 받아야 할 의무에 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모스는 호혜적 교환의 의무를 논하면서 마오리의 하우를 일반적 설명원리로 위상.. 2015.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