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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21세기 무한 경쟁의 당위성 : 종의 기원 - 1

by 홍차영차 2013. 7. 12.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소멸의 자연학 by 박성관 (그린비)

 

17세기는 그야말로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대변혁의 시대였다. 15세기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의해서 열려진 대항해 시대에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콜럼버스1)에 의해서 세계는 현재와 같이 전지구적으로 연결되게 되었다. 이후로 인간이 주체가 되어서 세계를 대상으로 인식하는 근대시대로의 진입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는데, 그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고대의 그리스 세계관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기계론적 세계관2)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5명의 중요한 인물들이 나타나게 된다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것은 베이컨3)이었다. 그리스인들에게 학문이란 사물의 형이상학적인 ‘왜’를 탐구하는 것이었는데근대시대를 들어서면서부터는 학문을 사물의 ‘어떻게'를 연구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게 되었다. 베이컨이 보기에 그리스인들은 추상적인 논의만 진행하느라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은 하나도 이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나오는 가치는 바로 더 많은 부의 창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베이컨이 생각하기에는 객관적 지식과 과학적 방법으로 무장하면 모든 자연물을 지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이런 방식으로 자연을 통제하여 더 가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학문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현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과히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베이컨이야 말로 현대 실용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수학자인 데카르트4)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열쇠로 수학이 제시되었다. 그는 수학을 통해 자연을 단순히 움직이는 물체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뉴턴5)은 수학적 방법론으로 자연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운동의 3대 법칙을 찾아낸 것이다이러한 노력들을 통해서 기계론적 세계관의 초안이 완성되었고, 우리들은 이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이제까지 더 많은 부 창출기술의 발전을 추구하며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 자연은 이러한 법칙을 통해서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데, 사람들의 활동은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인가? , 자연 법칙을 어떻게 인간의 삶에 적용하여 질서 정연하고 통제 가능한 완벽한 세계를 만드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존 로크6)와 애덤 스미스7)에 의해서 해결되었다. 먼저 존 로크는 인간사회의 정부에 대해서 기계론적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그가 보기에 신은 그 본질상 불가지하므로, 종교는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개인의 순수한 자기 이익 추구를 사회 구성의 유일한 기반으로 세운 것이다. 그에 의하면, 자연은 그대로 있을 때보다 인간에 의해서 통치되고 발굴 될 때 더 가치 있는 것이 되고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에 애덤 스미스는 움직이는 천체가 일정한 법칙을 따르듯이, 경제 역시 마찬가지로 자연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통제 때문에 경제는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끌려가고 따라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으니, 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의 원칙-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기계론적 세계관의 도입으로 더 많은 부의 창출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목표가 되며, 물질의 풍요를 통해서 질서 있는 세계를 만들 것이라는 신념이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찰스 다윈(1809~1882)


이제까지 조금은 길게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다윈8)종의 기원을 다뤄보기로 하자.

 

왜냐하면, 이런 기계론적 세계관을 더욱 폭발적으로 확장시키고, 최대의 승리를 거둔 것은 바로 다윈의 종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다윈은 기본적으로 인류의 역사는 진보한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세계관이 진화론에 영향을 주어 중요하고도 위험한 개념들을 낳게 된 것이다. ‘종의 기원에서 주장하는 진화론의 기본 되는 전제는 생존경쟁(적자생존)9)과 자연선택10)으로 볼 수 있다. 생존경쟁이라는 개념은, 다윈이 주장하는 바를 보면, 사실은 생존투쟁을 포함하는 상호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었고, 자본가는 또 다른 자본가와 치열한 자유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당시 유럽의 시대 현실을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 종의 기원이 단기간 내에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진화론의 주요 개념으로 상호의존 대신 생존경쟁의 이미지를 도입하여 대중적으로 강한 호소력을 가졌던 것에 크게 기인한다.

 

또 다른 이유로 상호의존이 아닌 생존경쟁이라는 말을 선택한 이유는 이론적인 필요성 때문이었다. , 다윈은 자연조건의 물리적 변화 가지고는 진화의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러 생물들이 그냥 자연 조건에 의존하고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의 변화나 자연조건의 순환에 따른 순환적인 변화밖에 도출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윈의 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생존경쟁이 핵심 상황으로 설정되어야만 생존 및 생식에서 차등적인 성공을 거둔 새롭고 개량된종류들이 끊임없이 진화하여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종의 기원에서 이야기하는 진화론은 단순한 과학 사실을 재발견이나 오류의 수정이 아닌 전체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과학적 혁명이었다. 이로 인하여 바뀐 것은 단순히 인간과 원숭이가 같은 조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넘어서게 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과학서적이라기보다는 철학서이고, 사상서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관점일 것이다.

 

개체간의 차이와 변이가 생기는 과정을 동족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보고, 이 경쟁을 이겨나가면서 만들어진 변이가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닌가라는 주장. 어쩌면 우리는 찰스 다윈에게 철저한 무사유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례들로부터 관찰된 결과에 무수한 가정을 전제하여 만들어진 가설11) 인데, 이런 가설 뒤에 발생할 일들은 충분히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논리를 가정한다면 우리는 여러 다른 생물들의 생존경쟁과 같이 태어나면서부터 수 억분의 일의 경쟁을 이기고 승리해야 탄생할 수 있고, 유치원과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옆에 앉아 있는 친구를  친구이기보다는 이겨야 할 경쟁자로 여기고, 또한 자라서는 옆 자리의 동료를 이기며 승진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면에서 보면, 다윈의 진화론은 신자유주의가 가정, 기업, 나라할 것 없이 극단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도록 영향을 주는 모습에 당위성과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의 기원을 읽지 않더라도 이제는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이 아닌 상호의존관계가 필수적인 새로운 시대에 맞아서, 이러한 상호관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려는 노력이 지금 이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가정, 학교, 기업, 나라가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3. 07.11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저/이창희 역
종의 기원
찰스 다윈 저/송철용 역
종의 기원,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
박성관 저



*참고 사항 (네이버 지식 백과 참조)

1) 바스코 다 가마(포르투갈, 1469~1524) : 70년에 걸친 인도 항로 사업 성공

    콜럼버스(이탈리아, 1451~1506) : 스페인 후원, 신대륙 발견

    마젤란(포르투갈, 1480~1521) : 스페인 후원, 인류 최초의 지구일주 성공  

2) 기계론적 세계관 :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참조

3) 프란시스 베이컨(영국, 1561-1626) : 과학적 귀납법 제창, 신기관론, 학문의 진보 등 저술

4) 르네 데카르트(프랑스, 1596~1650) : 근대철학의 출발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5) 아이작 뉴턴(영국, 1642~1727) : 근대과학의 선구자, 운동의 3대 법칙 발표 (관성의 법칙운동의 법칙, 작용-반작용)

6) 존 로크(영국, 1632~1704) :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로서 계몽철학 및 경험론 철학의 원조

7) 애덤 스미스(영국, 1723~1790) : 경제학의 아버지, 국부론 저술

8) 찰스 다윈(1809~1882) : 진화론자, 종의 기원 저술

9) 생존경쟁(적자생존) : 생물이 한정된 자원, 즉 먹이나 서식장소를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간에 벌이는 경쟁. 다윈(C. Darwin)이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해 창안했으며 그 이후 의미가 계속 확장

10) 자연선택 : 동종의 생물 개체 사이에 일어나는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적응한 것이 생존하고, 그렇지 않은 생물은 멸종한다는 개념.

11) 가설 :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가진 명제 형태의 추측으로서, 이미 알려진 사태를 설명하는 성질을 갖는 것. '가정(假定)'이라고도 하지만, 가정은 보통 가설보다 일반적이고 덜 엄밀한 의미로 사용됨. , 가설은 이미 알려진 사태의 알려지지 않은 원인에 대한 추측을 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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