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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by 홍차영차 2013. 6. 21.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by 진은영 (그린비)

 

내가 30년 전쯤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기계를 보았을 때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컴퓨터가 DOS라고 하는 소프트웨어와 HDD, RAM, 그래픽 카드 등의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었으나 이것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컴퓨터로 인해서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세상을 바꿀 새로운 기계라는 유행 속에서 프로그램 언어를 배웠을 뿐이었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화면에 영상을 조작하고 조악하지만 간단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고 재미있어 했을 뿐이었다. 그 때 만약 컴퓨터라는 것이 단순히 속도 빠른 계산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능력이 있음을 알았더라면, 그 때 컴퓨터에 대한 원리와 그 사용법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지금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하여 공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지내오다 보니, 철학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생경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는데, 칸트라는 사유의 저수지는 또 다른 차원이라고 할까 칸트 철학을 접해 본 느낌이 바로 컴퓨터를 처음 접할 때의 내 모습과 똑같았다.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 갈 때는 알 것 같고, 감성이니 오성이니 또 오성의 12범주니 하는 것들의 정의를 개별적으로 설명해 줄 때는 이해가 가는 것 같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어두 컴컴한 깊은 동굴에 들어가서 아주 작은 손전등을 비추고 동굴탐험을 한 결과처럼 칸트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다만, 그가 제기한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인식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 인생이 꼭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라는 것과 그의 산책을 통해서 시간을 맞추었다는 칸트의 성실한 인생을 통해서 끝까지 진리 탐구를 추구했던 한 인간의 진지함은 내 인생의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특히, 칸트는 그의 전 인생을 통해서 그가 태어난 쾨니히스베르크를 멀리 떠나 본 적 없지만, 그의 철학을 통해서 독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꿈의 결과는 외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의 크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칸트 철학을 통해서 나 또한 내 인생에서 나만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처음에는 '순수이성비판' 원문을 읽으려 하였으나 한글로 쓰여진 것은 분명한데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은 낯설음으로 인해 리라이팅을 선택하게 되었다.


2013. 06. 21


*DOS: Disk Operating System

 HDD: Hard Disk Drive

 RAM: Random Access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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