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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철학,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by 홍차영차 2013. 6. 1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철학,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철학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재미 없고, 지루하고, 당췌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개념과 용어들만 이야기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 일상 생활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정말 철학은 내 삶과 아무런 관련 없는 탁상공론이자 상아탑 안에서전문가만의 이야기일까? 철학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찾아보도록 하자.

 

 원체 유명한 영화이다 보니 내용이나 배우 이야기를 빼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면, 주인공 앤디는 원래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뉴욕에 상경한다. , 앤디는 패션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을 뿐더러 우리가 철학을 바라보는 것처럼 패션은 우리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원하는 신문사에 취직에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런웨이라는 패션잡지사에서 비서로 근무하게 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살펴 보면, ‘런웨이컨셉 회의 중 한 디자이너가 비슷한 컬러와 스타일의 벨트를 두 개 들고서 '너무 어려워서 결정 못 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 앤디는 무의식 적으로 피식 웃게 되고 여기서 편집장인 미란다는 아래와 같은 말로 패션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지를 독설로 퍼부어 준다. (실상 두 개의 벨트 색은 내 눈으로도 정말로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

 

 

 

 

 

"아침에 옷장에서 멋대가리 없는 스웨터를 꺼내입고, 대단한 지성이나 갖춘양 잘난척을 떠는데, 넌 자기가 입은게 뭔지도 모르고 있어. 니가 입고 있는 그 스웨터는 그냥 블루가 아니야. 정확히 '세룰리안 블루'라고 하지. 또 당연히 모르겠지만 2002년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세룰리안을 사용한 컬렉션을 했지. 그 후 세룰리안 블루는 큰 인기를 끌었고 백화점에서 명품으로 사랑받다가 슬프게도 네가 애용하는 할인매장에서 시즌이 마감할 때까지 수백만불의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했어.
그런데 패션계가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그 스웨터를 네가 패션을 경멸하는 상징물로 선택하다니 그야말로 웃기지 않니?"

 

 나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앤디가 패션을 바라보던 눈과 우리가 철학을 떠올리는 생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생각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못했던 세룰리안 블루라는 색을 재발견하여 다시 한번 대중의 주목을 이끌어 내는 것이 패션의 역할이듯, 그 전에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관점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이것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철학의 역할, 철학적 사유가 아닐까. 이런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기 위해서 철학은 익숙한 것에 낯선 질문을 던져보고,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 복잡해 보이는 용어들과 개념들을 설명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어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제나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므로 사유방식이 비상해 이를 향유할 줄 아는 소수의 사람들을 차분하고 겸허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부터의 세계라는 책의 서문에 있는 말이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책을 읽기 위한 많은 전제 조건들을 내건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책은 소수의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금은 대담해(?) 보이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쓰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스타일이 패션계에 영향을 받듯이, 우리의 사고는철학의 역사와 철학적 사유들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패션의 역사와 트렌드를 공부할 필요는 없듯이, 모든 사람이 철학에만 빠져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 다만, 그저 유행이라고 아무런 생각 없이 쇼윈도에 걸린 옷을 입는다면 전혀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으니 이 시대가 원하는 대로 물질 만능주의, 자본주의적 사고를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도 자신의 뜻과는 상관 없는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를 고려해 본다면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사유의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2013.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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