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 (김기택)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관을
도로 꺼내려고
소복 입은 여자가 달려든다
막 닫히고 있는 불구덩이 철문 앞에서
바로 울음이 나오지 않자
한껏 입 벌린 허공이 가슴을 치며 펄쩍펄쩍 뛴다
몸뚱어리보다 큰 울음덩이가
터져나오려다 말고 좁은 목구멍에 콱 걸려
울음소리의 목을 조이자
목멘 사람의 팔다리처럼
온몸이 허공을 세차게 긁어대고 있다 가려움
긁어도 긁어도 긁히지 않는
겨드랑이 없는
손톱에서 피가 나지 않는 가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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