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에관하여

글쓰기는 엮임이다

by 홍차영차 2018. 9. 19.

2018년 파지스쿨 시즌 1- 글쓰기 시간 후기






2018 파지스쿨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글쓰기시간에 대한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함께하는 진달래샘을 믿었기(?)때문이다. 예전에도 파지스쿨에서 글쓰기 수업을 했었고, 글도 잘 쓰시는 분이라 잘 따라가면서 나도 배워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하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다. 진달래샘이 4월에 춘천도서관에서 강의하는 일정이 잡혔다. 이런...... -.-;;;


매번 각자가 자신의 글을 써와서 서로 합평하는  '글쓰기공작소' 방식의 세미나를 했던 기억이 좋았던 터라 이번 파지스쿨에서도 글쓰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글쓰기 수업을 계획하고 구체적으로 매시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생각해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 막막했다.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만으로 12주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2018 파지스쿨은 역대급으로 텍스트가 쉽다.(?)  파지스쿨러들이 들으면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빡센 텍스트는 별로 없다. 공부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텍스트에 압박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시즌1의 글쓰기 시간의 목표도 처음부터 소박하게 잡았다. "쓰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글쓰기 시간이지만 아무것도 읽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정한 것이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나눈 책이었는데, 5번에 걸쳐서 아주 조금씩 읽어나갔다.

나를 포함해 파지스쿨러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정말이다. ^^



처음 5번 정도는 세미나 시간에 약 1시간동안 글을 쓰고, 현장에서 바로 자신의 글을 읽었다.

되도록이면 컴퓨터가 아니라 펜으로 연습장에 글을 쓰도록 했다. 쓰고, 지우고, 줄을 긋고, 다시 읽고, 쓰고 또 다시 지우는 작업들.

5번의 '씨앗글쓰기'를 하면서 뭔가를 쓴다는게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뭔가를 쓴다는 것은 생각하고 있던 것, 말하는 것과 다른 좀 더 정돈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씨앗글쓰기에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일상의 모습들을 묘사하는 글을 주로 써는데,

이런 글을 종이에 써내려가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손으로 쓴 글을 복사해서 나눠봤습니다.)



'씨앗글쓰기'와 함께 시즌1에서 주력했던 것은 '인터뷰inter-view'쓰기였다.

은유의 말대로 인터뷰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드러난 이야기였다.

인터뷰는 서로를 마주-바라보기라는 사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경험했던 것 같다.

(새은이는 이제 1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 해은이를,

수아는 이렇게나 빡세게 논어를 남송시키는 이유를 해부해보겠다며 여울아샘을,

초희는 엄마(정래c)의 젊은 시절이 궁금하다고 했고, 

대로는 궁금한 사람이 없는 중에 뿔옹을 인터뷰했다. -.-;;;)


인터뷰 대상을 정하고, 질문지를 작성하고, 인터뷰를 하다보면서 알아가는 것은 상대방만이 아니었다.

Inter-view를 하면서 파지스쿨러들은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 알아갔던 것 같다.


시즌1이 끝났으니 이제 글쓰기 초식은 잡혔을까? ^^

예상했겠지만, 여전히 글에는 비문이 많고, 날짜와 이름을 빼먹고 있으며, 맞춤법 점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를 쓴다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님을,

그리고 뭔가를 쓰지(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살짝 경험했던 시간이다.


사실, 글쓰기시간을 함께하면서 이전의 세미나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점을 많이 느꼈다.

"아, 사람은 누구나 쓰고/말하고 싶어하는구나!" 새삼 깨달았고,

"이렇게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니"라고 놀랄 때도 많았다.

놀라면서도 놀라지 않은 척하기...쉽지 않았고, 점점 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모습에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T.T


공부하면서 어떻게 우정이 만들어지냐고 물어보시면, 함께 읽고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서로의 글을 집중해서 들어주고, 한 마디씩이라도 말해주는 것은 왠만한 활동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엮어준다.

염려와 달리 글쓰기시간을 통해서 우리들은 좀 더 엮어진 것 같다. 이렇게 알아버렸으니 이제 되돌아가는 길은 없다. (맞지? ㅎㅎㅎ)



2분기 글쓰기는 "사회학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진행합니다.

이번 글쓰기의  모델은 우리가 읽었던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나온 다양한 글들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2분기에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학의 쓸모>라는 책을 기본 텍스트로 4번에 걸쳐 지침서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6/12일(화)일에 보는 영화 <피의 연대기>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여성의 몸, 생리 이외에도 아이돌 팬덤, 유튜브 없는 삶 등 자신이 탐구/연구할 주제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주제선정 - 연구방법 - 조사/연구 - 글쓰기 - 발표)


다들 고생했고, 잘 쉬고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달려봅시다. ^^;;;;



*보너스 샷 : 초희는 자신의 글에 항상 아래와 같은 스케치를 담아옵니다.

이런 스케치를 우리만 보기 아까워 조만간 초희'전'을 해볼까 합니다. ㅎㅎ



2018. 6. 2



'글쓰기에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보학적 읽기  (0) 2021.04.06
가려움  (0) 2018.12.09
시 창작 교실  (0) 2018.12.09
시쓰기와 논리적 글쓰기  (0) 2018.1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