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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반복2

다른 퇴근길(3) 퇴근길과 백수, 그 사잇길의 존재론 퇴근길과 백수, 그 사잇길의 존재론: 이건 백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가 태초부터 전쟁을 해 왔다지만, 에 관한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보아도 팔과 다리를 없애버리는 예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 일종의 원근법적 착시 때문에 우리는 절단에 의한 이러한 불구를 우연한 사고 탓으로 돌린다.” …… 사회의 최상층이든 아니면 최하층이든 처음부터 선천적인 신체 장애자, 수족이 절단된 사람, 사산아, 선천적으로 허약한 사람, 외눈과 외팔이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은 국가 장치이다. (, 819쪽) 퇴근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지 7년이 지났다. 일주일에 5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믿)게 만든 사회, 스스로-함께 살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려 ‘불구’로밖에 살 수.. 2019. 12. 12.
건강, 차이 있는 반복의 삶 건강, 차이 있는 반복의 삶 나는 어느날 아침에 본 나무 등걸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 주었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 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는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에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 2017.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