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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선법(mode)에서 조성(key)으로 - 조스캥 데 프레

by 홍차영차 2023. 6. 15.
Modes persisted as a system of organising notes into families well beyond the medieval period, only yielding to the newer definition of 'keys' in the late 17th century as we shall see when we get there. For now, it is enough to know that modes in Western sacred music, for all their supposed characteristics, were fa more ambiguous that the modern key system; the sense of 'home' in a piece of chant was not particularly reinforced. 16th century composers like Josquin were the agents of change, as they began to weaken the model system. 

<The story of music> Howard Goodall, 48p.

 

제가 알기로 조성 체계(key system)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근대(modern)이라는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음악체계라는 것!

 

중세를 거치면서 서로 호응하는 음들을 기초로 선율을 만들면 각각 '특유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용하던 것이 모드(mode)입니다. 프리지안, 리디안, 믹소리디안 뭐 이런 이름의 선법들이 있었습니다. 선법은 조성 이전에 있었던 '음들의 무리', 혹은 '음들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법이라는 일종의 음들의 무리, 가족이 조성 이전에 잘 자리잡고 있었는데, 왜 근대(modern)라는 시기에 조성이라는 새로운 음들의 가족(family)가 나타났을까요?

 

중세와 비교해서 근대에 새롭게 나타난 세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주체, 이성, 진리! 3가지라고 말했지만 딱 잡아서 하나로 축약해보자면 바로 개인화된, 탈부족화된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법에서 조성체계로의 이동 역시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 조스캥 데 프레(1440~1521)는 처음으로 "가사의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최초의 작곡가"였습니다. 그리고 조스캥이 활약하던 시대는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이 일어난 시기이고 또 종교 개혁이 일어난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사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은 개인의 감정들을 좀 더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뜻이고, 인쇄 혁명을 통해서는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변화가 급속하게 퍼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쇄 문화가 퍼지면서 전체 통독, 낭독이 아닌 책을 혼자서 읽을 수 있는 묵독이 가능해졌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개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 또한 종교 개혁 역시 이제는 각자가 하나님과 독대하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습니다. 강한 집단의식에서 해방된 개인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개인, 좀 더 강렬하게 자신을 인식하는 주체들이 나타났다는 것과 조성으로의 변화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주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의 관점(point of view), 시점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중심, 중앙에서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술에서 원근법이 나타난 것 역시 이런 자신의 관점, 주체의 발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체의 발생은 자연스럽게 중앙집권적 국가와 연결됩니다. 앞서 말했던 조성에 대한 법칙을 처음으로 세웠던 사람은 바로 루이 14세의 궁중악장인 라모였습니다. 루이 14세는 왕인 자신을 중심으로 강력한 국가를 세우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이제 국가 이전에 있었던 느슨한 공동체와 달리 법(law)이라는 강력한 규칙을 토대로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국가가 세워집니다.

이런 국가 모델에서 나온 것이 바로 (핵)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세까지만 해도 가족의 인력은 그리 강고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보다는 마을, 공동체가 더 중요했죠. 하지만 이제는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 요소로소 하나의 구심점을 가진 가족이 필요하게 됩니다.

 

선법에서 조성으로의 변화를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구달 역시 선법은 "현대의 조성보다 훨씬 모호한 성격"이었다고 말합니다. 구심력으로 보자면 (마을) 공동체 전체는 전체로서 작동하지만 엄청나게 강력한 인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핵가족, 개인이라는 요소가 두드러진 시대에 들면서 음악 역시도 좀 더 확실한 구심점을 갖고 싶었을 것.

 

개인적인 느낌으로 선법으로 작곡된 음악들은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확실한 경계가 보이지 않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모호하고 애매한 불명확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좋죠. 반면에 조성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은 '원색'으로 그려진 사실주의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경계가 확실하고 무엇을 그리려고 하는지 확실해지죠.

 

선법도 조성도 사실은 인위적인, 환경과 시대에 발맞추어 만들어진 경계라는 점입니다. 원래 소리는 아날로그적으로 연속적이지만 뭔가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을 긋고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음계를 쓰게 됩니다. 우리는 무지개를 볼 때 빨주노초파남보라고 말하지만 다른 부족들은 12개 혹은 5개의 색깔로 다르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선법이 더 좋다거나 조성이 더 뛰어나다는 말은 별 의미가 없겠죠.

 

아직까지 우리는 조성적인 음악을 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조성이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라는 것. 이정도를 기억하고 싶네요.

 

 

 

 

* 선법과 조성 음악비교

이오니안 선법으로 작곡된 예)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중 엘리자의 테마 

https://youtu.be/kaV2d8kkrAE


장음계 영화음악 예) <인디아나존스> 테마
 https://youtu.be/-bTpp8PQSog

둘 다 '도'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라서 느낌을 비교하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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