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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인도 없고 개인주의 가족도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것만 존재할 뿐

by 홍차영차 2021. 1. 18.

개인도 없고, 개인주의 가족도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것만 존재할 뿐

: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개인주의 가족>, 문학테라피

 

 

 

서로 사랑한다는 건 언제 아는 걸까? 저녁 아니면 아침? 아직 시간이 있을때, 아니면 이미 너무 늦어 버렸을 때?

나는 모니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52

인샌은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거라고 하시는구나. 그러니까 그 운명에 맞서 싸워야 하는 거라고. 이겨야 한다고. 60

내 자리에 가서 앉고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월급을 받으려면 사람들이 내게 어마어마한 일을 시킬 거라는 사실을 간파했으니까. 예상한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96

한 번만 베면 충분할 것을 난도질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던 거다. 그때 나는 눈물을 글썽였다. 131

‘애정이란/때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도/ 둘이 다시 말나면 행복한 마음. 147

나는 ‘15초’만에 빛으로 들어섰다. 돈을 많이 벌었다. 불행도 벌었다. 149

더 이상 고통은 없지만, 기쁨도 없었다. 190

에두아르, 네 소설은 지금 어떻게 돼 가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넌 그 어느 책보다 더 멋진 이야기를 우리에게 써 주었어. 211

 

 

노란 표지 위에 있는 다섯명의 가족들 얼굴에 눈 코 입이 그려 있지 않다는 것에서 눈치챘어야 했다. 가족이란 주제를 가지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성장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1부를 다 읽어갈때부터 사라졌다. 2부를 읽어가면서는, “이거 너무 무겁게만 전개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침울하기만 한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3부를 읽으면서는 어떻게 이렇게 모두가 겪어야 하는 삶의 부분 부분들을 잘 그려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주의 가족>에는 일곱살 천재 작가님이라고 불렸던 주인공 에두아르의 탄생에서 시작하는데 소설은 에두아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하고 동생이 죽고 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부분까지가 다 들어있다. 성장소설이기보다는 한 인간의 삶에 필수적으로 들어 있는 애환과 고통, 기쁨과 기대, 슬픔과 인내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맞다. 우리는 내 삶의 기쁨과 성공에 대해서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인생의 순간 순간 지나쳐야 하는 고통, 슬픔 그리고 인내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들이야말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지 않던가. 고통을 맞이하는 법, 슬픔을 지나가는 기술, 다치지 않고 헤어지는 법……

 

제목은 ‘개인주의 가족’이지만 <가족의 탄생>(2006년 영화)이라던가 <이상한 정상가족>(2017년 동아시아출판사)와는 다루는 것이 조금 다르다. 혈연이 아닌 다른 가족이 가능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가족 구성원들이 가진 특성들을 잘 이해해주고 또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기대하는 것처럼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에두아르는 사랑하지 않는데 결혼하고 이혼하고, 동생의 죽음을 맞이하고,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지만 이 과정들을 담담히 맞이한다. 실패하거니 비정상이 아니다. 순간 순간 주어진 삶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결과를 외면하지 않는다. 꾸역꾸역 사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연들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조금은 실존주의적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11년에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2021년 대한민국의 상황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홈, 스위트 홈’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간접이지만 구체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은 다를테니까. 청소년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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