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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Kiss & Cry를 보다

by 홍차영차 2014. 3. 8.



Kiss & Cry를 보다.

 

연극, 무용, 영화가 결합된 환상적인 공연이란 광고 카피로는 부족했다.

 

무대 한 가운데에 스텝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신기한 배치! 비어 있는 무대 혹은 배우들의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곳에 스텝들이 있다니. 혹시 인형극을 보여주는 것일까라는 실망감과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기대가 함께했다. 한 가운데 스텝들(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주위에는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는 walking path가 설치되어 있었고 가장 무대 앞쪽에는 기차가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 기찻길이 준비되어 있다. 이건 뭐지?

 

드디어 시작! 스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새들의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는 시작했다. 그리고는 카메라가 움직이고 그것을 통해서 비춰진 인형들과 손가락에 빠져들어 버렸다. 사람의 손가락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슬퍼 보기이기도,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그리고 손가락의 춤은 나를 사로잡았다.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그들이 보여준 상상력과 창의력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과 인형들, 모래와 물, 작은 집과 장난감 기차. 너무나도 유치해 보이고 단순해 보이는 것들로 그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거의 모든 감정들을 표현했다. 많은 돈을 들였다기보다는 살아있는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들을 통해서 우리의 감정들과 이야기는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밤기차를 표현하기 위해서 손전등 돌려 비추는 모습, 헤엄치는 사람을 보여주는 손바닥, 작은 인형의 집 창속에 비추는 춤추는 진짜 사람의 모습. Kiss & Cry는 다른 말로 표현될 수가 없다. 영화, 연극, 무용, 인형극 그 무엇 하나라고 꼬집어 이야기 할 수가 없다.

 

하나의 영화를 즉석에서 영상으로 보여 준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니다. 영화라고 할 때는 영상 속의 장면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 될 터인데, 여기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보여지는 영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영화, 연극, 무용의 구분만이 아니라 배우와 스텝의 구분도 함께 무너진다. 여기서는 스텝과 배우 주연과 조연의 구분은 의미가 사라진다. 이곳에서는 손가락으로 아이스 스케이팅을 표현하는 무용수 뿐 아니라 카메라는 돌리는 사람, 장남감 기차역에 조명을 비추고, 장난감 언덕 위에 모래를 채우는 사람 모두가 주연이고 스텝이 된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하나의 새로운 철학을 만나는 기분이다. 우리의 인생이 바로 이 작품과 같지 않을까 아니 이러한 작품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무엇 하나로 나를 규정지어서는 안 되고, 주연 혹은 조연이라는 것에 유혹받아서도 안 되는 것.

 

이러한 작품은 한 번의 완벽한 기획으로 되진 않았을 것이다. 장난치듯이 아이디어들을 발상하고 즐겁게 작업하면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우리가 창조와 상상력을 자주 이야기 하는데, 이 작품이야 말로 자유로운 창의성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천 마디의 설명보다 더 확실하게 이해되는 것 같다. 너무나 짧은 작품 기간('13.3.6 ~ 9)이 아쉽게 느껴진다.

 

오늘 난 새로운 철학을 만났다. 발랄한 상상력을 경험했다. Kiss & Cry를 보았다.

 

2014.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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