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39 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두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평소에 듣기 어려운 아주 낯선 단어나 말, 예를 들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 우연히 귀에 꽂혔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사이에 이 낯선 사자성어가 친구의 말, TV, 소설, 드라마를 통해서 자꾸만 나타날 때가 있다. 나한테는 지난 일주일이 그랬다. 꽤 오랫동안 문자와 언어가 가진 한계성에 대해서 허우적거리면서 절망감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인간이란 '자신의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없는 존재'라는 니체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고, 비존재와 죽음을 통해서 문자가 가진 딜레마를 너무나도 아름답고 적확하게 표현해준 모리스 블랑쇼의 세례를 받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말은 나에게 존재를 주지만, 존재를 박탈당한 존재를.. 2023. 11. 26. 프루스트가 보여준 세계 2023년도 다시읽기를 마무리 한 지 2주일이 지났습니다. 강의를 마치는 시간부터 '프루스트 읽기'를 마무리하는 글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추워지는 날씨에 점점 더 게을러지네요. 정신 없이 지낸 여름을 보상하면서 겨울잠을 자야하는 건 아닌가 핑계를 대보면서 말입니다. 역시 강제적인 데드라인이 없으니 쉽지가 않네요. 강의에서는 자기 안에서 넘처 흐르는 무언가(something)를 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 다행히 마지막 시간에 읽었던 예술에 대한 프루스트의 이야기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체험하는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 이 삶은 어떤 점에서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매 순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삶을 밝.. 2023. 11. 24. 원주미리내도서관 - 문학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자아 정체성 11/8일부터 4회에 걸쳐 문학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문학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자아 정체성"이고, 구술성과 문자성을 바탕으로 '자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문학작품 속 인물을 통해서 살펴봅니다. 원주는 처음인데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네요. 혹시 원주에 계신분이 있다면 놀러오세요. ^^ 2023. 10. 28. 시와 양자역학은 통할 수 있을까 요즘 생뚱맞은 조합으로 낭독읽기를 하고 있다. 시와 양자역학 1시간 정도는 하이젠베르크의 를 읽고, 30분 정도는 현대시를 이것저것 읽는다. 시는 참여자인 미묘님이 읽고 있는 것들 중에서 골라서 함께 읽는데, 오늘은 서대경, 김소형의 시를 읽었다. 들어본 시인이라곤 김수영, 이상, 백석 정도인데 동시대인의 시를 읽는 기분이 묘했다. 신기한 것은 양자역학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담기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대화가 묘하게 시적이라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뉴턴의 역학으로 살아 온것은 3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세상에 나온지 이제 겨울 100년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사실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고, 언어적으로(수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한.. 2023. 10. 26. 양강섬예술축제에 다녀왔습니다 (feat. 이희문-오방神과) 양평 양강섬은 평소 자주 산책하는 곳인데 이번에 축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양강섬예술축제'라고 하는데 사실 '이희문-오방神과'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냈습니다. 이희문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싶은 맘은 있었는데 운좋게도 양평에서 볼 수 있어서 넘 좋았죠. 5시부터 공연인데 1시간 전에는 가봐야지 하면서 4시쯤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희문 공연과 함께 관심이 갔던 공연은 '컨컨'이라는 팀이 하는 '도시 조류도감'이라는 서커스를 결합시킨 공연이었습니다. 완전한 서커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행위예술도 아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연이었습니다. 새 모양의 인형이 날기도 하고, 직접 새털을 입고 줄 위에서 행위를 보여주는데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메타버스와 영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직접.. 2023. 10. 21. 뇌과학으로 풀어본 니체의 힘의지 에 나오는 뇌과학의 사례들을 읽다보면 마치 현대의 뇌과학이 스피노자의 '복합개체', 니체의 '힘의지', 들뢰즈의 '리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처럼 읽힌다. 지난주에 본 3, 4장은 특히 니체가 이야기했던 '힘의지'나 '충동들'에 대한 뇌과학적 증명으도 봐도 무방할것 같다. 니체는 근대적 인간에 대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달 수 없는 존재'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내릴때 기독교적 '영혼'처럼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충동들, 힘의지들이 서로 경쟁한다고 말한다. 이런 힘의지들이 매일 매일 경쟁하면서 전날에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결정했지만 다음날에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당신이 .. 2023. 9. 20. 두물머리 구(舊) 철교길을 걸어봤어요 8월 한달은 날씨도 덥고 강의도 많아서 제대로 걷지 못했었는데 9월이 되고 날씨도 선선해져서 오랜만에 양수리 두물머리 근처에 있는 구 철교길을 걸어봤어요. 두물머리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살짝 옆쪽에 있는 수풀로 철교길을 걸어보니 넘 좋네요. ^^ 구철교길 바로 옆에 기차길이 있어서 전철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여서 신기했다는 햇살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남한강을 보면서 걸으니 기분 좋더라구요 2023. 9. 6. 나는 마음대로 상상할 수 없다? 흔히 '상상은 내 맘대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상은 내가 하고 싶은데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뭔 말인가 하면 내가 아무리 마음대로 상상한다고 해도 상상이란 자신의 패러다임, 지식체계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평생 조성음악만 들었던 (즉 조성 음악만 음악이라고 여겼던) 사람에게 음악적 상상력은 언제나 조성음악이라는 패러다임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것. 슈만의 피아노 소품이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바그너의 음악극 그리고 쇤베르크의 무조 음악은 아무렇게나 생각하면서 그냥 나올 수 있는게 아니다. 상상의 한계를 뚫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과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혹은 자신의 감각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지금과 다른 생각, 다른 사고 방식, 다른 행동 양식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지.. 2023. 8. 23. 신체적 기본 욕구로서 촉각 자극 은 주로 영유아기의 피부접촉, 피부자극이 행동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살펴본다. 물론, 애슐리 몬터규는 청소년기 이후 성인들에게도 피부접촉(쓰다듬기, 껴안기, 손잡기 등등)이 중요한 생존욕구라고 말한다. 하짐나 대부분의 챕터들은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따뜻한 접촉을 하는지, 특히 태어나고 1~2년까지의 피부자극에 집중하고 있다. 애슐리 몬터규가 영유아기의 피부자극이 중요하지만 너무나 그 시기에만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럼, 어른들은 피부접촉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건가?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보더라도 언제나 따뜻한 피부접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딱 궁금하던 차에 거의 마지막 장인 8장에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자궁 밖 성장기에 경험하는 접촉의 종류가 영유아의 발달에 그토.. 2023. 7. 19. 피부의 정신 '피부의 정신' 혹은 '접촉(skinship)이나 피부 자극(촉각경험)이 인간의 행동이나 사고(thought)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표현만 보면 뭔가 대단히 밝혀내기 어려운 연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피부의 정신'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경험해온 쓰다듬어주기, 안아주기, 깨물기, 손잡기와 같이 다정한 행동, 아껴주는 행동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세미나를 하는데 한 분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뭔가 새로운 것처럼 풀어주고 있네요." 신체적 접촉, 그루밍이 건강과 신체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스킨쉽이 정서적, 심리적인 마음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 즉, 이전에는 자연스러운.. 2023. 7. 17. 나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양평으로 이사 오면서 본의 아니게 길고양이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분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계속 줘서 그런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고양이들이 몇마리씩 집 앞에 와서 기다리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도 주고 겨울에는 집도 마련해줬습니다. 그러다가 그 중 한마리가 새끼를 낳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새끼를 낳은지 며칠 되지 않아서 고양이(미미)가 새끼 고양이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음....집 안이 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았습니다. 뭔가 나를 신뢰하는 느낌 나름 기분 좋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죠. 오래 전에 강아지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처음이었거든요. ^^;;;;;;;; 할 수 없이 새끼 고양이를 돌봐주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 기르는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 2023. 7. 2. 2023년 양평생활문화센터 인문학프로그램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2023년에는 양평생활문화센터 에서 인문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25번의 강의를 진행하는데,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 지난 몇 년동안 관심을 갖고 루바토에서 함께 세미나 하고 강의했던 구술성과 문자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2번은 철학의 관점에서, 13번은 시대별 문학을 살펴보면서 '삶의 조건으로서 거짓'이라는 주제를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구술성에서 문자성으로의 이행, 삶의 조건으로서 거짓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좀 더 세밀하게 탐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23. 6. 18. 선법(mode)에서 조성(key)으로 - 조스캥 데 프레 Modes persisted as a system of organising notes into families well beyond the medieval period, only yielding to the newer definition of 'keys' in the late 17th century as we shall see when we get there. For now, it is enough to know that modes in Western sacred music, for all their supposed characteristics, were fa more ambiguous that the modern key system; the sense of 'home' in a piece of chan.. 2023. 6. 15. 신호등과 회전교차로 법과 윤리에 대해서 고민이 생긴다면'신호등과 회전교차로를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 부터인지 몰라도 요즘 시골이라고 할 수있는 곳의 교통이 회전교차로로 많이 바뀌고 있다. 몇년 전 횡성 시장을 다녀오면서 느껸던 바이다. 분명 예전에는 시골의 한적한 거리에서도 대부분 신호등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신호등이 아니라 회전교차로로 바뀌어 있었다 신호들과 회전교차로?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신호들과 회전교차로는 법과 윤리라는 관점으로 보면 좀 더 확실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강압적이고 예외를 싫어하는 법만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법과 규칙으로도 세계는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강압적이고 의무적인 법, 신호등 체계에서 의외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2023. 6. 7. 강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강자를 보호해야 한다? 뭔가 사리에 맞지 않는 말 같다. 강자가 아니라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에서 말하는 강자라는 말에서는 니체적 강자를 떠올려야 한다. 강자는 힘이 쎈 사람도 아니고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난 재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강자란 무엇이고 누군인가? 그리고 왜 약자가 아니라 강자를 보호애야 할까? 여기서 말하는 강자란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명령에 따르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나는 신체적 감응의 명령을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니체적 강자란 완련이나 권력 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감응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다. 사회적 관습이나 법에 복종하기 보다는 그 상황과 자.. 2023. 6. 7. 다프자1) 잡동사니 혹은 보물창고 다시, 프루스트를 읽자 1) 잡동사니 혹은 보물창고 프루스트를 읽다보면 자주 ‘도대체 내가 뭘 읽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분명 소설을 읽고 있는데 별다른 이야기의 전개도 없고 결론도 없으며 그렇다고 스펙터클한 사건도 나오지 않는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 같기도 하고 아주 긴 독백 같기도 하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시적인 은유가 한 페이지 넘게 나오다가 난데없이 음악 작품에 대한 비평이 한 편의 논문이 될 정도로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그림이나 조각, 심지어 건축물에 대한 너무나 상세한 묘사들이 몇 장에 걸쳐 실려있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 하다. 주인공이 수준 높은 예술적 감각과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미 읽기 시작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 2023. 4. 16. 모집) 다시, 프루스트를 읽자 : 스피노자 철학으로 읽는 프루스트 (4/28 첫강의) 모집) 다시, 프루스트를 읽자 : 스피노자 철학으로 읽는 프루스트 (첫 강의 4/28 금요일)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621 고백하자면, 그때 나를 사로잡은 것은 프루스트가 다루는 이야기와 그것에 담긴 의미였지 문학적 질료나 형식이 아니었다. 사라진 알베르틴과 버림받은 남자의 절망 그리고 불안,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간 형태의 질투와 고통스러운 추억들을 열병에 걸린 듯 묘사하며 그 모든 것을 탐색하는 이 무시무시한 작가는, 난삽해 보일 정도로 복잡한 수많은 디테일을 선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들의 조합으로써 심리를 해석하는 예지가 곧장 내 가슴을 밀고 들어왔다. 그때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롭고 정밀한 심리 분석의 기구를, 새로운 시의 세계.. 2023. 3. 30. 나는 왜 자꾸 예술을 생존욕구라고 말할까 어쩌면 정신(자기 인식)을 갖게 되면서부터 비로서 인간의 예술적 창조성은 더 반짝거렸을지도 모른다. 객관성으로 무장한 과학의 시대, 근대(Modern)란 한편으로는 주체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이 시대에 탄생하고 폭발했던 게 아닐까? 200년에 걸쳐 클래식(Classic music)이 번성했고, 종교성을 벗어난 미술들이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자기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에서 타나타고 사라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근대라는 주체성의 시대에 다양한 예술이 꽃피우게 됐을까. 아직은 온 몸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던 구술성의 문화속에서 미술과 음악은 그저 실용적인 힘으로만 작용했을 것이다. 종교적인 성스러움, 자연의 위대함, 부족의 위대함을 나타.. 2023. 3. 9. 이전 1 ··· 3 4 5 6 7 8 9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