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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문화와 문자문화

나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by 홍차영차 2023. 7. 2.

 

양평으로 이사 오면서 본의 아니게 길고양이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분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계속 줘서 그런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고양이들이 몇마리씩 집 앞에 와서 기다리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도 주고 겨울에는 집도 마련해줬습니다. 그러다가 그 중 한마리가 새끼를 낳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새끼를 낳은지 며칠 되지 않아서 고양이(미미)가 새끼 고양이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음....집 안이 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았습니다. 뭔가 나를 신뢰하는 느낌 나름 기분 좋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죠. 오래 전에 강아지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처음이었거든요. ^^;;;;;;;; 할 수 없이 새끼 고양이를 돌봐주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 기르는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개들은 주인에게 많이 기대고 계속해서 놀아줘야 하는데, 역시 고양이는 좀 독립적(?)이라는 느낌. 사료 주고 고양이 모래 좀 구비해놓으니 그냥 잘 지내더라구요. 그런데 고양이 엄마와 새끼 냥이와 계속 지내게 되다 보니 고양이한테 부러운 점이 생겼습니다. "나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 .

 

인간은 진화하면서(?) 아무 쓸모 없는 꼬리가 없어졌다고 배웠는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고양이, 강아지들을 보고 있으면 꼬리야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자신의 꼬리를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자기 꼬리를 잡으려고 한참을 낑낑대기도 합니다. 엄마 고양이와 놀때는 능동적으로 뛰어다니고 술래잡기도 하는데, 가끔 엄마는 그냥 자기 꼬리를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놀아줍니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쉬는 동안에도 새끼 냥이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꼬리 잡기 놀이에 아주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고양이를 비롯해 강아지를 보면서 가장 부러운 점은 바로 꼬리의 동작을 통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솔직한, 투명한 감정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숨기려해도 보이지 않던 주인이 보이면 꼬리를 살랑 살랑 움직이면서 뭔가 기분 좋은 감정을 보여주고, 흥미 없고 심드렁할 때는 별 움직임 없이 그저 축 쳐진 꼬리를 보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뭔가 호기심있는 물건, 곤충을 보게 되면 그저 꼬리만 봐도 뭔가 아주 흥미로워한다는게 보입니다. 빠르기보다는 모데라토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꼬리를 움직이는 모습. 그냥 고양이의 모습 자체로, 특히 꼬리의 움직임과 형태 자체로 고양이의 감정(?)을 알겠더라구요.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개통령 강형욱이 이야기한 것도 비슷했습니다. 훈련 중에 꼬리를 들고 있을 때, 축 내려설 때, 비슷해 보이는 움직임에도 조금씩 다른 감정을 이야기해주더라구요. 신기하게도 꼬리의 움직임은 꼬리를 가진 고양이와 개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들 경험해 봤겠지만 신나게 꼬리를 흔들고 달려드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좋아지니까요. 

 

만약 인간에게, 의식과 정신의 발견으로 속마음을 갖게 된 인간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 )

아마도 지금처럼 마음과 행동이 다른 것으로 고민하지 않았을 겁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해서,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할지 모르는 그 답답함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겁니다. 강아지와 냥이들은 비문자적인 세계에 대한 감응을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아 보이는 꼬리를 통해서 비문자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양평생활문화센터에서 구술성과 문자성에 관해서 "삶의 조건으로서 거짓"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전에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강의를 하면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구술성, 신체성, 비문자적인 감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사물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한테 올라오는 감응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꼬리를 가진 강아지와 냥이가 부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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