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26 동지(冬至)의 다른 관점 어제와 그저께는 영하 15도 밑으로 훌쩍 내려가는 얼음장같은 날씨였죠. ^^;; 겨울 날씨를 꽤 좋아하는 저도 이렇게 온도가 내려가면 걱정이 많아집니다. 한낮에는 집에서는 쩍~쩍 굳었던 몸을 펴는듯한 나무들과 금속들의 외침들이 들려오고, 또 밤새 물이 얼지 않게 물도 살살 틀어줘야 하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하지만 이런 추운 겨울에는 사물들도 잘 견뎌주기를 기도하면서 만반(萬般)의 준비를 잘 해야합니다. 어제 송년회가 있어서 몰랐는데 돌아와서 보니 어제가 바로 동지(萬般)더군요. 팥죽을 먹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는데 이제 '동지'면 아직도 겨울이 한참 남았구나 생각이 들어서 따뜻한 봄날은 언제오나 생각했습니다. 동지 뜻을 찾아보면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니.. 2023. 12. 24. 여주 파사성(城) 산책 예전에 한여름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한겨울에 방문!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수도를 틀어보면서 보일러와 펌프가 얼지 않았나 점검해야 하는 겨울. ㅎㅎㅎ 계속 따뜻한 날씨로 좀 여유있게 지냈는데, 주말부터 춰지더니 오늘 새벽에는 훌쩍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졌다. ^^;;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양평 이곳 저곳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일어나서 혹시 누군가(?) 너무 추워서 산책을 하지 말자고 톡을 올리지 않았나 기대반 걱정반으로 살펴봤는데, 오늘따라 톡은 아주 조용하다. ㅎㅎㅎ 두터운 파카, 내복, 목도리, 장갑까지 거의 최상위 레벨의 산책옷을 챙겨입고 산책하러 나갔다. 특히 오늘은 양평에서 아주 가까운 파사성을 가기로 해서, 다같이 양평문화재단앞에서 만나 두대의 차로 출발! 요즘.. 2023. 12. 18. 세계 끝의 버섯 은 말 그대로 버섯 이야기다. 특히 미국 오리건주, 일본, 핀란드의 송이버섯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송이버섯 채집꾼들, 소나무의 생태,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공생적 관계까지. 그렇다고 이 책이 송이버섯'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송이버섯으로 생태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신기하게도 애나 칭은 송이버섯의 채집 유통경로를 따라가면서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을 보여주는 책들은 많다.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과연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자본주의가 끝날 수 있을까 한탄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냉혹한 자본주의 세계가 끝나지 않음에 절망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비자본주의적 삶과의 연계성을 보여준.. 2023. 12. 14. 모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돈키호테 읽기(12/26~) 모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돈키호테 읽기 : 혹은 들뢰즈의 예술가들 읽기(12/26~)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759 문자와 사물은 더 이상 유사하지 않다. 문자와 사물 사이에서 돈키호테는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닌다. 그렇지만 언어가 완전히 무력해지지는 않았다. 이제 언어는 새로운 힘을 지니게 되는데, 이 힘은 언어에 고유한 것이다. 이 소설의 2부에서 돈키호테는 1부를 읽은 인물ㄷ르을 만나고, 그들은 실재 인물 돈키호테를 책의 주인공으로 알아본다. 세르반테스의 텍스트는 이중으로 접히고, 텍스트 자체의 두께 안으로 파묻히며, 그 자체로 이야기의 대상이 된다. (미셸 푸코, 86~87쪽) 에서와 마찬가지로 에서도 핵심적인 것은 매우 특수한 존재들, 즉.. 2023. 11. 29. 동트기 전 한 시간 몸에 새겨놓고 싶은 말이라 요즘 자주 자주 읽어보는 시인의 말. 친구의 소개로 읽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 처음 읽어보는 일본 시인의 말. -------------------------- 시인의 말 (고이케 마사요, 한성례 옮김, 『동트기 전 한 시간』, 포엠포엠,2014.) 언어 이전 ‘언어란 작은 돌과 같아서’라고 쓰는 순간, 금방 작은 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렇듯 언어는 늘 ‘의미’를 동반한다. 의미를 가진 작은 돌을 몇 개 짜 맞춰서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어디서나 굴러다니는 그 작은 돌은 나 혼자만의 소유가 아니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의미가 전해진다. 전해진다는 것은 반드시 의미의 전달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른 뭔가가 옮겨졌다 해도 마찬가지.. 2023. 11. 28. 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두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평소에 듣기 어려운 아주 낯선 단어나 말, 예를 들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 우연히 귀에 꽂혔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사이에 이 낯선 사자성어가 친구의 말, TV, 소설, 드라마를 통해서 자꾸만 나타날 때가 있다. 나한테는 지난 일주일이 그랬다. 꽤 오랫동안 문자와 언어가 가진 한계성에 대해서 허우적거리면서 절망감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인간이란 '자신의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없는 존재'라는 니체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고, 비존재와 죽음을 통해서 문자가 가진 딜레마를 너무나도 아름답고 적확하게 표현해준 모리스 블랑쇼의 세례를 받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말은 나에게 존재를 주지만, 존재를 박탈당한 존재를.. 2023. 11. 26. 프루스트가 보여준 세계 2023년도 다시읽기를 마무리 한 지 2주일이 지났습니다. 강의를 마치는 시간부터 '프루스트 읽기'를 마무리하는 글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추워지는 날씨에 점점 더 게을러지네요. 정신 없이 지낸 여름을 보상하면서 겨울잠을 자야하는 건 아닌가 핑계를 대보면서 말입니다. 역시 강제적인 데드라인이 없으니 쉽지가 않네요. 강의에서는 자기 안에서 넘처 흐르는 무언가(something)를 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 다행히 마지막 시간에 읽었던 예술에 대한 프루스트의 이야기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체험하는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 이 삶은 어떤 점에서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매 순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삶을 밝.. 2023. 11. 24. 원주미리내도서관 - 문학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자아 정체성 11/8일부터 4회에 걸쳐 문학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문학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자아 정체성"이고, 구술성과 문자성을 바탕으로 '자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문학작품 속 인물을 통해서 살펴봅니다. 원주는 처음인데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네요. 혹시 원주에 계신분이 있다면 놀러오세요. ^^ 2023. 10. 28. 시와 양자역학은 통할 수 있을까 요즘 생뚱맞은 조합으로 낭독읽기를 하고 있다. 시와 양자역학 1시간 정도는 하이젠베르크의 를 읽고, 30분 정도는 현대시를 이것저것 읽는다. 시는 참여자인 미묘님이 읽고 있는 것들 중에서 골라서 함께 읽는데, 오늘은 서대경, 김소형의 시를 읽었다. 들어본 시인이라곤 김수영, 이상, 백석 정도인데 동시대인의 시를 읽는 기분이 묘했다. 신기한 것은 양자역학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담기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대화가 묘하게 시적이라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뉴턴의 역학으로 살아 온것은 3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세상에 나온지 이제 겨울 100년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사실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고, 언어적으로(수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한.. 2023. 10. 26. 양강섬예술축제에 다녀왔습니다 (feat. 이희문-오방神과) 양평 양강섬은 평소 자주 산책하는 곳인데 이번에 축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양강섬예술축제'라고 하는데 사실 '이희문-오방神과'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냈습니다. 이희문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싶은 맘은 있었는데 운좋게도 양평에서 볼 수 있어서 넘 좋았죠. 5시부터 공연인데 1시간 전에는 가봐야지 하면서 4시쯤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희문 공연과 함께 관심이 갔던 공연은 '컨컨'이라는 팀이 하는 '도시 조류도감'이라는 서커스를 결합시킨 공연이었습니다. 완전한 서커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행위예술도 아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연이었습니다. 새 모양의 인형이 날기도 하고, 직접 새털을 입고 줄 위에서 행위를 보여주는데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메타버스와 영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직접.. 2023. 10. 21. 뇌과학으로 풀어본 니체의 힘의지 에 나오는 뇌과학의 사례들을 읽다보면 마치 현대의 뇌과학이 스피노자의 '복합개체', 니체의 '힘의지', 들뢰즈의 '리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처럼 읽힌다. 지난주에 본 3, 4장은 특히 니체가 이야기했던 '힘의지'나 '충동들'에 대한 뇌과학적 증명으도 봐도 무방할것 같다. 니체는 근대적 인간에 대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달 수 없는 존재'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내릴때 기독교적 '영혼'처럼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충동들, 힘의지들이 서로 경쟁한다고 말한다. 이런 힘의지들이 매일 매일 경쟁하면서 전날에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결정했지만 다음날에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당신이 .. 2023. 9. 20. 두물머리 구(舊) 철교길을 걸어봤어요 8월 한달은 날씨도 덥고 강의도 많아서 제대로 걷지 못했었는데 9월이 되고 날씨도 선선해져서 오랜만에 양수리 두물머리 근처에 있는 구 철교길을 걸어봤어요. 두물머리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살짝 옆쪽에 있는 수풀로 철교길을 걸어보니 넘 좋네요. ^^ 구철교길 바로 옆에 기차길이 있어서 전철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여서 신기했다는 햇살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남한강을 보면서 걸으니 기분 좋더라구요 2023. 9. 6. 나는 마음대로 상상할 수 없다? 흔히 '상상은 내 맘대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상은 내가 하고 싶은데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뭔 말인가 하면 내가 아무리 마음대로 상상한다고 해도 상상이란 자신의 패러다임, 지식체계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평생 조성음악만 들었던 (즉 조성 음악만 음악이라고 여겼던) 사람에게 음악적 상상력은 언제나 조성음악이라는 패러다임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것. 슈만의 피아노 소품이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바그너의 음악극 그리고 쇤베르크의 무조 음악은 아무렇게나 생각하면서 그냥 나올 수 있는게 아니다. 상상의 한계를 뚫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과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혹은 자신의 감각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지금과 다른 생각, 다른 사고 방식, 다른 행동 양식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지.. 2023. 8. 23. 신체적 기본 욕구로서 촉각 자극 은 주로 영유아기의 피부접촉, 피부자극이 행동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살펴본다. 물론, 애슐리 몬터규는 청소년기 이후 성인들에게도 피부접촉(쓰다듬기, 껴안기, 손잡기 등등)이 중요한 생존욕구라고 말한다. 하짐나 대부분의 챕터들은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따뜻한 접촉을 하는지, 특히 태어나고 1~2년까지의 피부자극에 집중하고 있다. 애슐리 몬터규가 영유아기의 피부자극이 중요하지만 너무나 그 시기에만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럼, 어른들은 피부접촉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건가?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보더라도 언제나 따뜻한 피부접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딱 궁금하던 차에 거의 마지막 장인 8장에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자궁 밖 성장기에 경험하는 접촉의 종류가 영유아의 발달에 그토.. 2023. 7. 19. 피부의 정신 '피부의 정신' 혹은 '접촉(skinship)이나 피부 자극(촉각경험)이 인간의 행동이나 사고(thought)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표현만 보면 뭔가 대단히 밝혀내기 어려운 연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피부의 정신'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경험해온 쓰다듬어주기, 안아주기, 깨물기, 손잡기와 같이 다정한 행동, 아껴주는 행동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세미나를 하는데 한 분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뭔가 새로운 것처럼 풀어주고 있네요." 신체적 접촉, 그루밍이 건강과 신체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스킨쉽이 정서적, 심리적인 마음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 즉, 이전에는 자연스러운.. 2023. 7. 17. 나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양평으로 이사 오면서 본의 아니게 길고양이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분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계속 줘서 그런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고양이들이 몇마리씩 집 앞에 와서 기다리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도 주고 겨울에는 집도 마련해줬습니다. 그러다가 그 중 한마리가 새끼를 낳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새끼를 낳은지 며칠 되지 않아서 고양이(미미)가 새끼 고양이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음....집 안이 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았습니다. 뭔가 나를 신뢰하는 느낌 나름 기분 좋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죠. 오래 전에 강아지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처음이었거든요. ^^;;;;;;;; 할 수 없이 새끼 고양이를 돌봐주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 기르는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 2023. 7. 2. 2023년 양평생활문화센터 인문학프로그램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2023년에는 양평생활문화센터 에서 인문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25번의 강의를 진행하는데,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 지난 몇 년동안 관심을 갖고 루바토에서 함께 세미나 하고 강의했던 구술성과 문자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2번은 철학의 관점에서, 13번은 시대별 문학을 살펴보면서 '삶의 조건으로서 거짓'이라는 주제를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구술성에서 문자성으로의 이행, 삶의 조건으로서 거짓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좀 더 세밀하게 탐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23. 6. 18. 선법(mode)에서 조성(key)으로 - 조스캥 데 프레 Modes persisted as a system of organising notes into families well beyond the medieval period, only yielding to the newer definition of 'keys' in the late 17th century as we shall see when we get there. For now, it is enough to know that modes in Western sacred music, for all their supposed characteristics, were fa more ambiguous that the modern key system; the sense of 'home' in a piece of chan.. 2023. 6. 15. 이전 1 2 3 4 5 6 7 8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