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블랑쇼1 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두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평소에 듣기 어려운 아주 낯선 단어나 말, 예를 들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 우연히 귀에 꽂혔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사이에 이 낯선 사자성어가 친구의 말, TV, 소설, 드라마를 통해서 자꾸만 나타날 때가 있다. 나한테는 지난 일주일이 그랬다. 꽤 오랫동안 문자와 언어가 가진 한계성에 대해서 허우적거리면서 절망감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인간이란 '자신의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없는 존재'라는 니체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고, 비존재와 죽음을 통해서 문자가 가진 딜레마를 너무나도 아름답고 적확하게 표현해준 모리스 블랑쇼의 세례를 받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말은 나에게 존재를 주지만, 존재를 박탈당한 존재를.. 2023. 11.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