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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17세기자연학]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by 홍차영차 2013. 7. 23.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by 데이바 소벨 (웅진 지식하우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태양 중심 천체계(지동설)에서 코페르니쿠스가 한 일은 없는거 아닌가라는 실망감이었다.

 

짧은 주해서라는 편지 형식의 논문을 통해서 지동설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드러냈던 1510년과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출판이 이루어졌던 1543-코페르니쿠스가 사망한 해-의 시간간격을 보면, 침묵할 수 없던 시대 상황에서 침묵으로만 대응했던 모습에서 혁명적 지식인의 느낌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존경하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결과에 부합하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 단순히 이론적 계산으로 태양과 지구의 위치를 바꾸었던 것에 불과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역사적 사실을 통해 살펴본 그의 아쉬운 행적들에도 불구하고-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주장은 가히 혁명이다라고 깨닫게 되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너무나도 쉬운 결과이지만 아무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 그리고 시대적으로 감히 지구 중심 우주관에서 그 자리를 태양으로 바꾸어 버린 것은 코페르니쿠스가 해낸 것이었다.


 

그렇다면 2세기부터 16세기까지 인정되어 온 천동설을 지동설로 대체할 수 있었던 혁명적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에서 등장하는 티코 브라헤와 케플러를 살펴보면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발결할 수 있었다. 티코 브라헤는 젊은 시절부터 죽는 그날까지 천문관측에 일평생을 바쳤으며, 덴마크 최초의 천문대를 세우기도 했다. 그가 관측했던 천문학 자료는 그가 갑작스레 사망했을때(1601), 자료의 소유권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그는 살아 있을 동안에 짧은 주해서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지동설의 주장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본인 스스로가 엄청난 양의 천문측정자료가 있었지만, 기존의 천동설을 끝까지 고수하였다. 반면, 티코 브라헤의 자료를 소유하게된 케플러는 그의 광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면서, 행성들의 경로가 원 혹은 원들의 조합이 아닌 타원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의 모습은 케플러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코페르니쿠스의 체계에서는 여전히 주전원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From encyber.com

 

똑같은 관측 자료와 지동설을 가지고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은 데이터와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상상력의 차이, 지적 유연성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코페르니쿠스가 시대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서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에 대한 존경으로 그의 이론을 좀 더 완벽하게 계승하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이론적 수학자로서 지구와 태양의 자리를 바꾸는 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 생각의 한계를 갖지 않았다는 것. 케플러 역시 코페르니쿠스처럼, 이러한 지적 유연성을 발휘하여서 지동설을 지지했을 뿐 아니라 당시 수학적 자연스러움으로 대표되었던 원의 모델을 벗어나 타원을 행성들의 궤도로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학문적 연구에서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필요하고, 현 정치권에서 그렇게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되는 항목이라 하겠다. 내가 나를 한 가지 모습으로만 규정하려고 하면, 환경이 변화하거나 조금 다른 모습을 요구할 때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 가장이 자신을 가정을 위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규정하게 되면, 자신이 돈을 적게 벌거나, 어떠한 형태로든지 퇴직을 할 때 또는 아내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경우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현재까지 확고한 과학적 기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항상 그를 격려하고 힘이 되었던 친구 티에데만 기에세,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그를 강권하고 학문적으로 도와준 유일한 제자 레티쿠스 그리고, 이후로는 케플러와 갈릴레오와 같은 과학자들의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책은 과학적 발견의 과정들에서 사실적 측면보다는 시대적 상황과 인간적인 면에 좀 더 집중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면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책 중간에 희곡을 넣어놓은 것은 작가의 지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유연성을 통해서 모두가 자신의 지경을 좀 더 넓히면서 흥미진진한 인생을 살아가면 좋겠다.

 

2013. 07. 23



아르마다
개릿 매팅리 저/지소철 역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데이바 소벨 저/장석봉 역
갈릴레오의 딸
데이바 소벨 저/홍현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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