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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조건으로서거짓

AI는 인간의 정신을 따라올 수 있을까

by 홍차영차 2024. 2. 23.

 

AI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답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공간이 인공지능 기술과 엮이면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물어야 한다.

 

 

2016년 당시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였던 이세돌이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국을 할 때 대부분 이세돌의 압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5국 중에 이세돌은 단 한번 4국에서 기적같은 신의 한수를 두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대국 이후 인간과 AI바둑프로그램과의 대국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AI 바둑을 이길 수 있는 인간이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을 배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바둑기사들은 AI바둑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실력향상으로 평준화가 이루었다고 한다.

 

 

인간의 바둑과 AI의 바둑간의 차이는 뭘까? 일단 인간의 바둑에서는 바둑기사의 기풍이 드러난다. 공격형인지 수비형인지 공격을 할 시점에 어떤 수를 놓는지가 보인다. 대신 AI바둑은 확률을 바탕으로 한 바둑을 둔다. 현재까지도 AI바둑프로그램간의 대국을 보면 왜 이런 행마가 이루어졌는지 알기 어렵다. 다만 이렇게 두었을 때 승리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점점 더 AI의 방식을 따라하게 된다. 인간의 바둑과 AI바둑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정신공간의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바둑을 두면서 조치훈,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의 바둑을 복기하고 연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만 승부와 프로기사들의 경우에는 점점 더 AI바둑을 받아들이면서 바둑이 기풍 자체가 바뀌고 있을 것이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이후 고작 8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이 정도의 영향이라면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는 더 이상 인간의 바둑과 AI의 바둑이라는 이분법은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바둑기사들과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AI가 두었던 방식으로 바둑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이전에 모음이 없는 문자,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문장, 그리고 현재의 책과 같은 텍스트가 나오면서 점진적으로 정신공간이 변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제 디지털 문자를 넘어 인터넷과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방식의 정신공간이 형성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정신공간을 모방한다기보다는 인간의 AI처럼 생각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에 나쁜 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로지 확률을 통해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을 때 잃어버리는 것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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