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스토리

슈베르트, 파우스트 그리고 양자역학의 산책

by 홍차영차 2024. 2. 2.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야기해줄까 기대하면 읽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의 토대를 놓은 물리학자니까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괴테의 <파우스트> 이야기, 플라톤의 <티마이오스>까지.

바이올리니스트와 물리학자가 음악과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양자역학의 이론적 발견에 대해서는 파우스트적 발견이라고 기뻐하고, 호수와 숲이 있는 한적한 곳으로 떠난 친구들은 산책을 하면서 플라톤과 함께 물리학적 발견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다 읽고나면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발견이 이런 과정 속에서 태어나겠구나 생각했다.

 

고전물리학은 명확하고 확실하다. 사물과 사물의 관계에 대해서 정확한 식을 갖고 있고, 사물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대답해준다. 양자역학은 불명확하다. 불명확한 과학의 문을 연 것이 양자역학이다.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 아니던가. 

 

고전물리학에서 양자역학으로의 이행은 들뢰즈식으로 보면 전혀 다른 '사유의 이미지'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하이젠베르크는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하면서도 기존의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원자라고 그려졌던 오래된 형상들과 이미지를 버렸다. 신기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것은 양자역학에 새로운 이미지는 논리적인 사유가 아니라 직관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친구들간의 가장 큰 충돌들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기존에 확실하다고 여겨지던 이미지를 버리는 것. 다른 내용이 아니라 다른 사유형식으로 보는 것. 본인 스스로가 뉴턴역학과 다른 상대성원리를 제안했던 아인슈타인도 여기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하이젠베르크 자신도 음악을 연주하는 애호가였고 자식들 모두도 악기를 다룬다. 친구들이 모였을 때는 합주를 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또한 인상적인 부분은 책에 나오는 대화의 많은 부분이 산책, 자연 속에서였다는 점이다.

호수로 갔던 하이킹,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산장에서 지내야했던 과정에서의 대화. 캠핑이나 산으로 놀러와서 무슨 물리학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하이젠베르크와 친구들에게 물리학과 삶, 예술과 과학, 철학과 문학은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음악 속에서 물리학 이야기가 나오고 철학에서 과학의 실마리를 찾는다. 어쩌면 가장 중요했던 것은 친구, 동료들간의 끊임없는 대화였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나니 양자역학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싶어졌다. 동시에 문학도 더 보고 싶어졌고, 악기도 연주하고 음악도 듣고 싶어졌다.

책을 추천한 친구가 생각난다. 하루 종일 산책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참, 이 책은 낭독으로 전체를 읽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