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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코나투스(conatus)는 그냥 '노~오력'이 아니다

by 홍차영차 2021. 10. 29.

 

아마도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정리는 바로 3부 정리 7의 '코나투스(conatus)'일겁니다.

 

각각의 실재가 자신의 존재 안에서 존속하려고 추구하는 노력(conatus)은 실재의 현행적 본질 자체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다.
<에티카> 3부 정리 7


하지만 우리는 코나투스를 단순히 '노력'에 불과하다고만 생각합니다. 니체는 자신의 철학적 선배로 유일하게 스피노자를 꼽았지만, 코나투스에 대해서는 이러한 이유로 가혹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존재 안에서 존속하려고 추구하는 노력"만으로는 강자적 삶을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실제로 <에티카>의 정리 하나 하나를 읽어보면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는 단순한 '노~오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3부 정리 7에서 코나투스(노력)가 나온 이후에는 많은 부분에서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신은 할 수 있는 한에서 신체의 행위 역량을 증대시키거나 촉진하는 것은 상상하려고 노력한다.(정리12)", "정신이 신체의 행위 역량을 감소시키거나 억제하는 것을 상상할 때, 정신은 할 수 있는 한에서 이것의 실존을 배제하는 것을 회상하려고 노력한다.(정리13) ... "우리는 기쁨으로 이끈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좀더 잘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대립한다고, 곧 슬픔으로 이끈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멀리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노력한다.(정리28) 등등.

 

노력이라고 번역된 conatus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지속하려는 노력'을 넘어섭니다. '자신의 존재 안에서 존속하려는 노력'은 현존하는 나의 역량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은 배제/파괴하려는' 경향이자 변용(변이본성)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부 정리 7 이후에 나오는 정리들에서는 '행동으로의 이행'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노력하고, 역량을 방해하는 것은 제거하려고 한다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본성!

 

자주 뉴턴의 운동법칙과 스피노자의 감정역학을 비교하는데, 코나투스 측면에서 보면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는 뉴턴역학에서 말하는 관성(inertia)보다 더 강력하고, 실재 자체의 힘에 대해서 긍정하는 것 같습니다. 뉴턴 역학에서는 데카르트식의 개념을 받아들여서 연장속성(물질)에는 어떤 힘도 없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F=ma라는 등식에서 질량(m)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이 등식은 법칙이 될 수 없으니까요. 반면에 스피노자가 말하는 모든 실재가 가지고 있는 코나투스는 그 자체로서 어떤 본성, "자신의 존재 안에서 족속하려는 노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에티카> 3부를 다시 읽어보면서, 스피노자 코나투스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지속'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이보다 더 큰 힘을 가진, 행위를 요청하는 아니 행위를 함축하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코나투스는 인류사에 인간이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위대하고 고결한 일들도 하게 하고, 또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라는 잔인한 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 <에티카>가 읽기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직접 원전을 읽는 것은 분명 읽는 사람에게 정념적 사고를 넘어서는 이성의 질서로 사고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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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3부강독 3번째후기 - 코나투스(conatus)는 그냥 '노~오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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