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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이야기

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by 홍차영차 2014. 1. 28.



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읽기의 급진성이라는 이름으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어 버렸다. 책을 읽는 것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급진적이라고 불리는 책들을 읽은 이유는 뭐지. 지금부터 나에게 사사키와 니체는 책을 읽는 매번마다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고, 나에게 일종의 지침, 혹은 치료법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두려움에 대한 치료법!

 

두려움은 병이다. 그것도 뼛속 깊이까지 내려가서 내 영혼을 좀먹어 버리는 무서운 전염병. 두려움으로 점철된 자신의 영혼은 자신을 망가뜨린다. 자신 뿐 아니라 자기 주변을 물들이게 되고 결국은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마음의 병으로 인해서 이제는 어느 곳에서도 더 이상의 평화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지금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의 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집, 자동차, 패션 그리고 생각을 유지하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발생하는 것 같은 불안함의 바이러스로 인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두려움의 증세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두려움이라는 전염병의 특성은 병에 걸린 상대방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병을 더욱 키워 나간다는 것. 혼자 있을 때보다 두려움으로 물들어버린 사람들이 더 많아질수록 상대방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두려움의 강도도 함께 커져 나간다. 아무도 이 병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끝없는 절망. 하지만 니체와 사사키가 그랬듯이 희망은 있다. 읽기를 통한 희망.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미쳤다고 빨리 돌아오라고 그렇게 해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그러한 외침과 나를 향한 불안한 시선이야말로 내가 그 에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두려움이라는 전염병은 약을 먹었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니체가 말했듯이 내 영혼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극소량으로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먹다 말다, 먹다 말다하는 것은 육신과 영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들 뿐이다. 언제 어디에서 맞닥뜨릴지라도 다시 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까지 내성을 키워야 한다. 두려움의 정체를, 그 특성과 종류들을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까지도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책을 대할 때, 하나의 글을 쓸 때, 한 가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에 이러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 그저 읽었다는 것으로, 글을 썼다는 것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쓰고, 하는 일들을 통해서 내가 가진 두려움을 씻어내고 싶다. 그렇게 건강해진 모습으로 우리가 가진 두려움의 실체를 드러내고 걷어내고 싶다. 함께.

 

2014.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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