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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이야기

오감(五感) 폭력에 관하여

by 홍차영차 2013. 9. 24.



오감(五感) 폭력에 관하여

 

폭력이라고 하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무식하고 힘만 쎈 사람이 휘두르는 주먹만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폭력 다시 말해, 우리 오감(五感) 중에서 촉감에 해당하는 폭력만을 의미한다. 과연 우리에게 폭력이란 이런 육체적인 폭력 밖에는 없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는 오감을 비롯해서 정서적인 감정을 통한 폭력에 둘러 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 폭력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먼저, 도시 생활에서 만들어지는 소음을 생각해 보자. 100년 전으로만 돌아가 보더라도 덩치 큰 동물의 소리가 아니고서는 들을 수 없었던 시끄러운 소음들을 우리는 이제 어느 곳에서나 마주치고 있다. 굉음을 내고 지나가는 버스들과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자랑이라도 하듯 질주하는 오토바이, 여기 저기서 큰 소리로 싸우듯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람들은 이제 조용한 곳에 있으면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는 지경에 도달해 있다. 저마다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생기는 TV 시청, 음악 청취, 통화 등 사용자 자신은 모르겠지만 이제는 소수자가 되어버린 그 외 모든 타인들에게는 시끄러운 소리 자체만으로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아무런 의식 없이 이러한 소음의 환경에 둘러 쌓여 있어서 모를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소음은 우리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며 그러한 정서적 불안감으로 인해서 우리는 현대인의 자랑스러운(?) 정신병을 달고 살게 되는 것이다.

 


시각적 폭력으로 넘어가 보자. 보는 것만으로 어떻게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각이야말로 자발적으로 자신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폭력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밤이 되도 온전한 밤을 맛 볼 수 없게 된 불빛의 공격이다. 이제 각자의 방에 암막 커튼은 필수적인 수면 장비가 된지 오래고, 자연스러운 어둠을 맛보려고 하면 멀리 여행을 가지 않고는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출퇴근할 때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버스와 전철을 따져 보면, 수 많은 자극적 광고들을 피하고서는 어디도 다닐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한시도 자신의 시각을 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내 눈은 분명히 나에게 속해 있는데, 내 눈을 가지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택시, 버스, 전철 혹은 이동하는 공간의 모든 곳이 광고라는 모습으로 잠식되어서 우리는 보고 싶은 것과 보고 싶지 않을 것을 선택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것이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시각적 폭력을 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컨대, 내 몸에 내 마음대로 문신을 하는데,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었는데, 내가 화가 나서 그러는데 내 표정이 뭐가 문제냐고 말 할 때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 자유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누르지 않기를 바란다.


 

오감을 넘어서 정서적인 폭력에 대해서 한 가지만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 자신의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사람. 적절한 수준만 유지한다면 두 종류의 사람들은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너무나 강하게 밀어붙이고 자신의 생각만이 정답인양 주장한다면 이것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폭력적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있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과중한 업무 때문이기도, 동료와의 마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꿈이 되는 것은 어쩌면 내 맘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고, 내 속의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될 때 내 속에는 어떠한 스트레스도 생기지 않지 않을까?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가 폭력의 행위자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자신의 삶의 환경에서.

 

2013.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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