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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호메로스11

'나'는 어떻게 '내'가 되는가 ‘오뒷세우스’는 어떻게 ‘오뒷세우스'가 되는가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오뒷세우스는 어떻게 자신이 오뒷세우스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19권부터 24권까지는 마치 이런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구성되어 있다. 즉,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오락가락했던 오뒷세우스는 행위(역량)와 흔적(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해낸다.20년 만에 이타케로 돌아온 오뒷세우스는 ‘내가 이타케의 왕이(었)다’라는 주장으로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기존의 질서와 기준이 무너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이타케의 왕’이(었)다라고(본질) 외쳐도 이타케 공동체는 이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할만한 공동체적 역량도 갖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뒷세우스는 스스로가 이타케의.. 2018. 8. 29.
무조건적 환대는 가능한가 무조건적 환대?! 에는 수많은 환대hospitality의 모습이 나타난다.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이 자신을 탄원자로 부르며 찾아왔을 때, 대부분의 주인들은 그들의 신원과 답례 가능성에 관계없이 환대한다.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포도주를 권하고, 목욕물을 준비하고 좋은 옷도 선물한다. 15권에서는 스스로를 친족을 살해한 도망자로 소개하는 인물까지도 텔레마코스는 환대한다. 또한 오뒷세우스는 구태여 가지 않아도 될 장소들까지 가면서 위험을 담보하면서 환대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건 뭐지? 이들에게 환대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들의 모습은 마르셀 모스가 에서 이야기했던 증여와 선물의 순환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고대 부족들에게 다른 부족들과의 관계는 전쟁 아니면 친교일 수밖에 없기에, 그.. 2018. 8. 22.
이성logos의 시대에 신화는 왜 필요했을까 이성logos의 시대에 신화는 왜 필요했을까 분명 호메로스는 이전의 왕궁 중심의 뮈케네 문명과 다른 새로운 정치체인 폴리스polis가 형성되는 시점에 와 를 문자화했다. 그런데 호메로스는 왜 신화가 필요했을까?지난주 ‘뮈토스mythos의 영웅에서 로고스logos의 영웅으로’란 말에서 언급했듯이, 의 철학은 신화적 배경을 명확히 한다. 그래서 아킬레우스의 시대는 신과 인간이 함께 지내고, 인간이 황소에게 유혹당하기도 하고(미노타우로스), 반인반수의 존재들(켄타우로스)에 대해서 아무런 의문도 제기되지 않았던 시대, 신화의 시대였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뮈토스에 대해 사람들은 의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 사람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고 의심은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영웅의 이상향도 완전히 바뀌어 힘과 용기로 대.. 2018. 8. 22.
'길' 위의 앎과 삶 ‘길’ 위의 앎과 삶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보여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없을 때 나타난다. 호메로스의 와 가 쓰여졌을 때는 이미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총체성을 잃어버릴 즈음이었고, 그리스의 반짝거리는 유산들은 실상 그리스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더 이상 드러나 보이지 않는 시점에 넘쳐나기 시작했다.호메로스의 시대로 알려진 서사시의 시대는 총체성의 시대였다. 삶과 이상은 서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서사시의 등장 인물 누구도 자연과 유리된 자신,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 총체성의 시대에는 누구도 삶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신과 자연, 인간으로 엮어진 촘촘한 그물망의 필연성으로 움직이기 때.. 2018. 8. 8.
호메로스읽기(5) - 운명애와 호메로스의 영웅들 운명애(愛)와 호메로스의 영웅들 -호메로스 읽기(5) 호메로스적 인간은 의지와 행동 사이에 간극이 없는 투명한 인간이다. 그래서 이런 호메로스적 인간은 펼쳐진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순간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맘 속에 아무련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트로이아 전쟁의 대표적인 두 영웅이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태도는 호메로스적 인간의 특징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들은 불리한 상황에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서슴치 않고 전투에 나서고,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도리어 죽음으로 돌진하는 듯한 선택을 한다. 왜일까? 헥토르를 죽이는 아킬레우스 운명애(Amor fati)호메로스적 인간과 운명은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운명’이라.. 2015. 12. 22.
호메로스 읽기(4) - 전리품과 아킬레우스의 분노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전리품- 호메로스 읽기(4) - 호메로스적 인간 아킬레우스는 어쩌면 트로이아 전쟁의 마지막이 됐을지 모르는 그 순간에도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있었다. 왜? 전리품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도대체 ‘전리품’이 뭐길래?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전리품은 하나의 ‘물건’, 상품에 불과하다. 더 값진 전리품을 준다면 빼앗긴 물건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물건은 그저 무엇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 이상의 인격적인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다.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아킬레우스는 빼앗긴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주면서 사과를 청한 아가멤논을 거절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킬레우스에게 전리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전.. 2015. 11. 30.
호메로스읽기(3) - 호메로스적 인간, 아킬레우스 호메로스적 인간, 아킬레우스호메로스 읽기(3)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리스와 트로이아 연합군이 생사를 건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전리품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것도 전쟁의 막바지인 전쟁 10년차에. 특히 빼앗긴 전리품이 여인이었다는게 더 마음에 걸린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아킬레우스는 여자때문에 나라를 버렸던 것인가? 더욱이 이렇게 화만 잘내는 아킬레우스가 호메로스 이후 그리스에서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니! 영웅이라고 하면 우리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절대적 능력과 환경과 상관없이 도덕을 지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에서 아킬레우스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2015. 11. 13.
호메로스읽기(2) - 트로이아 전쟁의 초상 트로이아 전쟁의 초상, -호메로스 읽기(2) -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두 편밖에 없다. 와 ! 단 두편의 이야기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다른 소재와 세계관을 보여준다. 가 10년째를 맞이하는 전쟁에서 매일매일 동료들의 죽음을 마주치면서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고민했다면, 는 트로이아 전쟁 이후 거짓과 속임수가 판치는 모험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인지를 이야기한다. 두 편의 이야기가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 두 이야기는 모두 희망이 없어 보이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호메로스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보자. 는 10년동안 치뤄진 트로이아 전쟁을 다루고 있다. 10년간의 전투를 설명하려면 엄청난.. 2015. 10. 7.
호메로스 읽기(1) - 트로이아 전쟁과 호메로스의 문제 트로이아 전쟁과 호메로스의 문제- 호메로스 읽기(1)- 그리스, 오해와 이해 사이그리스는 우리에게 항상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서구 문명의 기원인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던 아테네. 또한 제우스와 헤라로 대표되는 그리스 신화로부터 철학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얼마전 그리스로 여행을 떠났던 ‘꽃보다 할배’까지. 하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리스의 인물들과 사건들은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의 상상과 다른 모습이었음에 놀라게 된다. 직접민주주의의 정치적 활기와 그리스 전체의 문화적 번성을 이끈것으로 생각하는 페리클레스 시대(기원전 5세기)는 실상 주변 도시국가들을 탄압하면서 빼앗은 부를 가지고 만들어낸 아테네 제국시대의 결과였다. 또한 철학 체계를 처음으로 수립한 플라톤(.. 2015. 9. 10.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by 강대진 (그린비) ‘일리아스’가 4일간의 전투를 통해서 인간의 흥망성쇠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려주고 있다면,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이후 20년간의 귀향 길을 통해서 이 책이 현대 SF의 시초임을 보여주고 있다. 20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우리나라의 ‘토지’와 같은 대하역사드라마나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처럼 다양한 인물들과 복잡한 역사 관계를 상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리아스가 4일간의 짧은 기간을 통해 인물과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트로이아 전쟁사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심리까지도 다루고 있는 반면, 오뒷세이아는 20년의 기간을 크게 3가지 장소-오뒷세우스의 고향 이타케, 귀향 중의 경험, 귀향 후의 이타케-로.. 2013. 9. 3.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by 강대진 (그린비) 신앙을 갖기 시작해서 20대 초까지는 신앙서적이나 신학서적은 거의 읽지 않았다. 당시에 내가 그러한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신앙을 위해서 그러한 '관련'서적을 읽는 시간에 바로 원전인 성경을 보는 것이 더 옳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신앙 패턴을 바꾸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독서를 통해서 성경을 더욱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연찮게 읽게 된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은 얻게 되었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서 조나단 에드워즈, 아더 핑크 같은 좋은 저자들의 책들을 연이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신학 서적을 보면서 기본적인 구약성경의 구조는 어떻.. 2013.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