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by 강대진 (그린비)
‘일리아스’가 4일간의 전투를 통해서 인간의 흥망성쇠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려주고 있다면,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이후 20년간의 귀향 길을 통해서 이 책이 현대 SF의 시초임을 보여주고 있다.
20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우리나라의 ‘토지’와 같은 대하역사드라마나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처럼 다양한 인물들과 복잡한 역사 관계를 상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리아스가 4일간의 짧은 기간을 통해 인물과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트로이아 전쟁사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심리까지도 다루고 있는 반면, 오뒷세이아는 20년의 기간을 크게 3가지 장소-오뒷세우스의 고향 이타케, 귀향 중의 경험, 귀향 후의 이타케-로 나누어서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몇 해 전에도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아킬레우스 역을 맡아서 ‘트로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서양 고전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는 영화와 문학뿐 아니라 현재의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샘솟는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오뒷세이아의 하일라이트는 그의 고향 이타케에서 일어난 일보다는, 역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그가 겪은 환상 세계에 대한 환타지일 것이다. 기억을 잊게 만드는 로토스라는 열매, 외눈박이 거인과의 싸움, 세이렌의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유혹 등 구전을 통해서 들었을 그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이 상상 속 환상 세계는 지금 우리가 영화로 경험하는 그 어떤 3D 기술과 영상을 뛰어넘을 만큼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지금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책과 영화로 나올 때가 있는데, 책을 먼저 읽게 되었을 경우는 영화를 아무리 잘 만들었을지라도 책을 통해서 맛본 상상력의 세계를 넘을 정도로 재미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
저자의 말처럼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읽기 원하지만 고전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기 전에 포기할 것 같은 분들은 전쟁 서사시인 ‘일리아스’보다는 환상 세계로 거침 없이 내달릴 수 있는 ‘오뒷세이아’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오뒷세이아의 설정이 트로이아 전쟁 이후 귀향길이라는 배경에 트로이아 전쟁 참가자인 오뒷세우스 주인공으로 할 뿐 내용면에 있어서 일리아스를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리아스를 읽으면서 생긴 인간보다도 더 인간다운 신들에 대한 궁금증을 이 책에서 풀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신들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인간의 이야기와 환상 여행으로만 가득차 있었다. 아무래도 그 궁금증은 계속해서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면서 풀어봐야 할 것 같다.
2013.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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