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38 새벽낭독 5일차 - 몸은 생각보다 빠르다 지난주 새벽낭독을 시작했다. 매번 6시쯤에 일어나서 제 시간에 잘 읽었다. 이후에 다시 잠자리에 들지도 않았다. 다만 바이오리듬이 바뀌어서인지 몸도 정신도 좀 정신이 없었던 듯하다. 어제서부터 조금 달라졌다. 6시에 일어나는데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물론 일어나기는 싫은 마음은 비슷... -.-;;) 운동도 잘 되고, 책도 잘 읽혔다. 그리고 5일차 이제는 6시에 일어나서도 정신이 그렇게 산만하지 않다. (일어나기 싫은 마음은 여전) 음.....몸은 벌써 바뀐 리듬에 적응하고 있는 듯 싶다. 예전에도 느낀 적이 있는데 정말 "몸은 생각보다 빠른 것 같다." 이렇게 오래했던 습관이 그렇게 쉽게 바뀔리 없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생각일뿐이다. 일단 몸을 움직여 해보고, 또 다시 해보면 생각보다 몸.. 2024. 1. 30. 낭독은 '듣기'다 낭독은 사실 읽기가 아니라 '듣기'다. 새벽낭독 3일차 처음으로 소리를 듣는 것에 집중해봤다. 낭독, 그것도 새벽 낭독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소리, 듣기의 감각이었다. 우리는 읽기를 그 자체로 시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읽기란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새벽 낭독에서는 '잃어버린 지혜'로서의 듣기-읽기를 체험해보고 싶다. 눈을 감고 두 분이 읽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일단 눈으로 볼 때는 시각적으로도 피곤하고 '내용'을 파악하려는 의지가 작동하게 된다. 물론 처음 눈을 감고 들으면 그 소리를 따라가려고 더 힘이 들 때도 있다. (내용이 뭐지, 어디를 읽고 있지, 내 차례인가? 뭐 이런 생각들) 그런데 가볍게 눈을 .. 2024. 1. 28. 시를 읽어주는 도슨트가 필요해 아직 공지를 올리지 않았지만 3월부터는 한 달에 한 권의 시집을 각자 읽고,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시를 낭독하고, 암송하고, 또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이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진행자가 될 것이다....그래야 한다. ^^;;)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 자주 이야기했지만 22, 23년 2년동안 프루스트를 읽으면서 '시(詩)'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지금도 매주 시를 읽고, 낭독하고, 또 읽어보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詩를 읽고 싶고 듣고 싶고 줄줄 암송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읽고 또 읽어도 느낌이 오는 게 잘 없다. 물론 읽다보면 애착이 가는 詩와 시인을 만나기도 한다. 다만 내가 워낙 문학 .. 2024. 1. 24. 예술과 AI - e.想세계_낯선정원展 오랜만에 미술관에 갔습니다. 매주 화요일은 양평에 있는 몇몇 분들과 걷는 날인데 아침 날씨가 영하 14도를 넘나드는 날씨라 살짝만 걷고 가까운 군립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올해는 양평 근처에 있는 미술관, 전시관들을 자주 찾아보려고 한다. 양평군립미술관에서는 이 펼쳐지고 있었다. 인간과 사물, 사물과 AI, AI와 자연의 조화를 모색하는 전시였다. 일반적인 회화들도 좋았지만 이번에 눈에 띄는 작품들은 주로 최신의 기술을 반영하는 작품들이었다. 관람자와 대화하면서 점점 변화하는 정신(?)을 갖게 되는 큰머리들, 21년과 23년도 각각 다른 시간에 똑같은 시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품. 바닷속 오염을 해결하려는 오션머신과 전통의 용신을 결합하는 단편 영상들까지. 대화하는 큰머리 AI는 '전시장에 있으.. 2024. 1. 24.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과 프루스트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한나 아렌트의 'banality of evil'의 '악의 평범성'으로 번역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봤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보면서 banality of evil이라고 말하는 것은 악은 평범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가 아니라 '악과 사유능력'과의 관계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banality라는 말을 '평범성'이라는 말로 번역하면서 오해가 생긴다는 말이었다. 사실 '악은 평범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라는 말과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면 - 피상적으로밖에 생각하면' 평범한 누구라도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중적인 번역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번역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해볼수록 좀 더 감각적인 말로 표현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2024. 1. 24. 모집) 2024년 철학작당 - 들뢰즈와 언어 (3/19~) 인문학실험실-루바토 2024 기획세미나 모집) 들뢰즈와 언어 3/19(화) 저녁 7:45~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809 들뢰즈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실패한 작가들이다. 실패했기에 성공한 작품들. 프루스트, 베케트, 카프카, 보르헤스, 멜빌의 작품들을 보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단어에 집착하고, 점점 더 말이 없어지며, 시작도 끝도 없는 길을 걷고, 한계 저편으로까지 우리를 밀어간다. 사실 실패란 말도 성공이란 말도 들뢰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에게 예술은 하나의 도주(탈주)하기이자 탈영토화이기 때문이다. "낡은 무기들은 녹슬고 부패한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정확하게 겨냥해야 한다." 도주하기란 하나의 선, 혹은 여러 개의.. 2024. 1. 22.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언어 유희 "글쎄요, 우리 나라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대개 어딘가에 닿게 되거든요." 여왕이 말했다. "느려터진 나라로군! 이제 너도 알게 되겠지만,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48쪽) "내 기억은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데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기억할 수 없어요." 하얀 여왕도 자기 생각을 말했다. "과거에 대해서만 작용한다면 기억력이 형편없기 때문이야." (99쪽) 앨리스가 말했다. "그건 믿을 수 없어요!" 하얀 여왕을 측은하다는 듯이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고? 다시 해 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눈을 감아." 앨리스는 소리내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얀 여왕이 말했다. "아마 연습이 부족.. 2024. 1. 17. 기억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오랜만에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엄마 생일이기도 하고, 버릴 가구들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형제들이 다 모였습니다. 외식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서 케익, 소화제, 과일을 사려고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낯설어진 풍경에 조금 놀랐습니다. 예전의 허름한 건물들과 주택들은 모두 사라지고 신도시의 아파트처럼 신축 아파트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동네는 제가 수십년 동안 친구들과 놀고 울고 웃고 넘어지던 동네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여러가지 추억과 기억들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그런 동네. 그런데 이번에는 케일을 사고,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사고 또 마트에서 과일을 사는데 전혀 낯선 도시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이전의 기억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 2024. 1. 1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가 "차를 좀 더 들겠니?" 3월 토끼가 열심히 권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요." 앨리스는 언짢은 투로 대꾸했다. "그러니 더 먹을 수는 없어요." "덜 먹을 수 없다는 뜻이겠지." 모자쟁이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먹은 것보다 더 먹는 건 아주 쉬워." (루이스 캐럴 문학동네 89쪽) "그렇다면 네가 뜻하는 그대로 말해야지." 3월 토끼가 말했다. "그러고 있는걸요." 앨리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적어도 - 적어도 내 뜻은 내가 말하는 그대로예요 - 그거나 그거나 똑같잖아요." "전혀 똑같지 않아!" 모자쟁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먹는 것을 본다'라고 하나 '내가 보는 거승ㄹ 먹는다'라고 하나 똑같겠구나." ... "내가 구하는 것을 좋아한다'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한다'나 똑같겠네... 2024. 1. 11. 모집)겨울특강 : 문자의 발명과 정신의 발견 -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이행하면서 변화하는 '정신공간' 혹은 '자아 정체성' 모집) 겨울특강 문자의 발명과 정신의 발견 - 삶의 조건으로서 거짓 :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이행하면서 변화하는 '정신공간' 혹은 '자아 정체성' 첫 강의 : 1/30(화), 저녁 7:30 ~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795 2016년 에 가수 크러쉬가 '멍 때리기 대회'에 출전해 큰 이슈가 됐다. 벌써 8년 전 일이다. 뭐지? 특별한 기술도 능력도 필요 없을 것 같고, 돈도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대체 이런 대회는 왜 열렸을까? 그러고 보면 뭔가 정신적인 쉼이 필요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멍 때리는' 시간을 찾는다. 캠핑에 가서 불멍을 때리고 등산하면서 산책하면서 물을 보면서 멍때린다. 또 야외로 나가지 못하면 화면으로라도 불타는 모습을.. 2024. 1. 11. 모집) 새벽낭독 -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읽기 모집) 작심삼일 프로젝트 - 몸을 깨우고 마음을 움직이는 새벽낭독 새벽낭독 - 니체의 읽기 : 1, 2부 시작일 : 1/22(월), 새벽 6:15 ~ 7:15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792 모집) 작심삼일 프로젝트 : 새벽낭독 - 니체의 읽기(1/22~) 모집) 작심삼일 프로젝트 - 몸을 깨우고 마음을 움직이는 새벽낭독 새벽낭독 - 니체의 읽기 : 1, 2부 시작일 : 1/22(월), 새벽 ... cafe.naver.com "나는 신체이자 영혼이다" 어린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찌하여 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깨어난 자, 깨달은 자는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며, 영혼이란 것도 신체 속에 있는 .. 2024. 1. 11. 상실의 기쁨 부탁할 것이 있어서 12월 초에 함께 공부했던 호수님을 만났다. 3년도 더 못본 것 같은데 보자마자 반가웠고 오랜만에 일상의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아마도 함께 밀도있게 공부하면서 나눴던 공통의 감각들이 신체에 새겨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도 좋은 친구. 헤어질 때쯤 호수님이 책을 선물해주셨다. 함께 공부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수님은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번역한 책을 선물로 주셨다. 이 책은 아마도 내 관심사와 좀 맞닿아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번역해서 출판사에 넘겼다는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2권의 책이 더 궁금하긴 했다. 어서 빨리 출판되서 나오기를 바란다. 선물받은 책이면 당연히 읽어야하겠지만 사실 다 읽지는 못한다. 의외로 선물받은 책들은.. 2023. 12. 27. 동지(冬至)의 다른 관점 어제와 그저께는 영하 15도 밑으로 훌쩍 내려가는 얼음장같은 날씨였죠. ^^;; 겨울 날씨를 꽤 좋아하는 저도 이렇게 온도가 내려가면 걱정이 많아집니다. 한낮에는 집에서는 쩍~쩍 굳었던 몸을 펴는듯한 나무들과 금속들의 외침들이 들려오고, 또 밤새 물이 얼지 않게 물도 살살 틀어줘야 하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하지만 이런 추운 겨울에는 사물들도 잘 견뎌주기를 기도하면서 만반(萬般)의 준비를 잘 해야합니다. 어제 송년회가 있어서 몰랐는데 돌아와서 보니 어제가 바로 동지(萬般)더군요. 팥죽을 먹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는데 이제 '동지'면 아직도 겨울이 한참 남았구나 생각이 들어서 따뜻한 봄날은 언제오나 생각했습니다. 동지 뜻을 찾아보면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니.. 2023. 12. 24. 여주 파사성(城) 산책 예전에 한여름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한겨울에 방문!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수도를 틀어보면서 보일러와 펌프가 얼지 않았나 점검해야 하는 겨울. ㅎㅎㅎ 계속 따뜻한 날씨로 좀 여유있게 지냈는데, 주말부터 춰지더니 오늘 새벽에는 훌쩍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졌다. ^^;;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양평 이곳 저곳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일어나서 혹시 누군가(?) 너무 추워서 산책을 하지 말자고 톡을 올리지 않았나 기대반 걱정반으로 살펴봤는데, 오늘따라 톡은 아주 조용하다. ㅎㅎㅎ 두터운 파카, 내복, 목도리, 장갑까지 거의 최상위 레벨의 산책옷을 챙겨입고 산책하러 나갔다. 특히 오늘은 양평에서 아주 가까운 파사성을 가기로 해서, 다같이 양평문화재단앞에서 만나 두대의 차로 출발! 요즘.. 2023. 12. 18. 세계 끝의 버섯 은 말 그대로 버섯 이야기다. 특히 미국 오리건주, 일본, 핀란드의 송이버섯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송이버섯 채집꾼들, 소나무의 생태,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공생적 관계까지. 그렇다고 이 책이 송이버섯'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송이버섯으로 생태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신기하게도 애나 칭은 송이버섯의 채집 유통경로를 따라가면서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을 보여주는 책들은 많다.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과연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자본주의가 끝날 수 있을까 한탄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냉혹한 자본주의 세계가 끝나지 않음에 절망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비자본주의적 삶과의 연계성을 보여준.. 2023. 12. 14. 모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돈키호테 읽기(12/26~) 모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돈키호테 읽기 : 혹은 들뢰즈의 예술가들 읽기(12/26~)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759 문자와 사물은 더 이상 유사하지 않다. 문자와 사물 사이에서 돈키호테는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닌다. 그렇지만 언어가 완전히 무력해지지는 않았다. 이제 언어는 새로운 힘을 지니게 되는데, 이 힘은 언어에 고유한 것이다. 이 소설의 2부에서 돈키호테는 1부를 읽은 인물ㄷ르을 만나고, 그들은 실재 인물 돈키호테를 책의 주인공으로 알아본다. 세르반테스의 텍스트는 이중으로 접히고, 텍스트 자체의 두께 안으로 파묻히며, 그 자체로 이야기의 대상이 된다. (미셸 푸코, 86~87쪽) 에서와 마찬가지로 에서도 핵심적인 것은 매우 특수한 존재들, 즉.. 2023. 11. 29. 동트기 전 한 시간 몸에 새겨놓고 싶은 말이라 요즘 자주 자주 읽어보는 시인의 말. 친구의 소개로 읽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 처음 읽어보는 일본 시인의 말. -------------------------- 시인의 말 (고이케 마사요, 한성례 옮김, 『동트기 전 한 시간』, 포엠포엠,2014.) 언어 이전 ‘언어란 작은 돌과 같아서’라고 쓰는 순간, 금방 작은 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렇듯 언어는 늘 ‘의미’를 동반한다. 의미를 가진 작은 돌을 몇 개 짜 맞춰서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어디서나 굴러다니는 그 작은 돌은 나 혼자만의 소유가 아니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의미가 전해진다. 전해진다는 것은 반드시 의미의 전달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른 뭔가가 옮겨졌다 해도 마찬가지.. 2023. 11. 28. 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두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평소에 듣기 어려운 아주 낯선 단어나 말, 예를 들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 우연히 귀에 꽂혔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사이에 이 낯선 사자성어가 친구의 말, TV, 소설, 드라마를 통해서 자꾸만 나타날 때가 있다. 나한테는 지난 일주일이 그랬다. 꽤 오랫동안 문자와 언어가 가진 한계성에 대해서 허우적거리면서 절망감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인간이란 '자신의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없는 존재'라는 니체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고, 비존재와 죽음을 통해서 문자가 가진 딜레마를 너무나도 아름답고 적확하게 표현해준 모리스 블랑쇼의 세례를 받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말은 나에게 존재를 주지만, 존재를 박탈당한 존재를.. 2023. 11. 26. 이전 1 2 3 4 5 6 7 8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