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이2 죽음의 거울에 비친 생명 죽음의 거울에 비친 생명 1. 모순의 언어 혹은 모호한 태도의 루쉰 “가령 말일세,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에 수 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 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그렇다. 비록 내 나름의 확신은 있었지만, 희망을 말하는데야 차마 그걸 말살할 수는 없었다. 희망은 미래 소관이고 절대 없다는.. 2017. 9. 29. <들풀> 1 생명 자체에 달라붙어 있는 ‘죽음’- 루쉰 , , , 왕후이 4장 - ‘무쇠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루쉰이 보여준 태도는 뭔지 모르게 모호한 면이 있었다. “희망은 미래 소관이고 절대 없다”라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쓴다니. 희망을 갖고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은 믿지 않지만 그저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그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항상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계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콕 집어서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고, 개인주의자 같지만 항상 사회문제를 놓지 않는 루쉰의 독특한 면모. 이처럼 서문에 쓰여진 ‘희망’에 관한 혼돈스러운 루쉰의 말은 에 와서 조금 더 구체적인 해석의 단초를 주고 있다. 특히 의 전체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죽음’에 대한 루쉰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왕후이가.. 2015.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