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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이야기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 - 거짓말의 세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by 홍차영차 2024. 2. 2.

 

'커뮤니티'라는 말에 꽂혀 공동체 실험을 하는가보다 봤는데 예능정치게임이지만 구성 자체가 아주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남성 6, 여성 6명이 등장하고 각자는 아래 4개의 성향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 (보수/진보)

젠더 (이퀄리즘/페미니즘)

계급 (금수저/흙수저)

개방성 (꼰대/MZ)

 

너무 심플하게 나눈 것 아닌가 생각할수도 있지만 각각의 성향은 3단계로 나눠져 있어서 단순하지 않다. 보수-이퀄리즘-금수저-꼰대, 진보-페미니즘-흙수저-MZ 이렇게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페미니즘인 사람도 있고, 흙수저-보수인 사람도 있다. 꼰대이면서도 진보적인 사람도 있고, MZ(개방성에서)이지만 보수도 있다.

 

제목에 다 드러나 있지만 이게 예능정치게임이 되는 것은 서로의 사상을 맞추면(검증하면) 승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돈을 벌면서 다 같이 남을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사상을 검증해서 혼자 상금을 차지할 수도 있다. 즉 처음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성향인지를 속이려고 노력한다. 속이고 있다는 느낌도 주지 않기 위해서 전략을 짜기도 한다.

 

에이, 뭐 사람이 이렇게까지 속이면서 사람을 만날까? 생각할수도 있지만 사실 현실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특히나 이렇게 처음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에는 더욱 더 그렇다. 내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해도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관계를 맺는데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설정 하나는 여기에 12명 중에 2명은 서로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주 젊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과 국민의힘 정치인이 한 명씩 참여했다. 이게 흥미로운 이유는 이들은 서로에 대해 어느정도의 성향을 알고 친분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모르는 척해야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장치를 하나 더 만들었는데, 낮에는 함께 이야기도 하고 생활하면서 나가서 돈도 번다. 다만 밤이 되면 익명으로 4개의 성향에 대한 주제 중 하나를 가지고 찬성/반대로 나눠져 토론을 한다. 하나더. 12명 중에 한 사람은 불순분자로 존재한다는 것. 불순분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야 한다!

 

강의나 세미나에서 자주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대 세계는 문자 이후의 자기인식을 갖게 되면서 '거짓말의 세계'가 되었다는 것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참가자들 모두는 상대방이 사회적인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를 쓰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또한 참가자들은 자신을 포함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문장들은 참가자들이 사전에 인터뷰하면서 이야기한 자신의 생각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문장씩 전체에게 오픈된다. 다만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각자의 솔직한(과연 이것도 솔직한 것인지) 마음에서는 문장이 오픈될 때마다 경악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문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경악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래의 문장들은 함께 섞여서 살고 있는 가족, 직장 동료, 학교 친구, 선생님, 후배들이 갖고 있는 평범한 생각일 것이다. 다소간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않을까.

 

1, 2회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밤에 토론을 마치고 나서의 이야기중에 나왔다. 밤에 익명 토론을 하고 나면 MVP를 뽑는데

"애초에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그대로 그 믿음 그대로 투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놀랐고 당황했다. 나 역시 토론의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변하기보다는 이전의 내 생각 그대로를 확인하는, '강화'하고 있었다.

텍스트를 볼 때, 영화를 볼 때, 기존의 판단들을 내려놓고 보자고 그렇게 강하게 이야기하면서 나는 '미리' '이 생각이 옳다'고 선을 그었구나. 그러니까 내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은 좋구, 반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T.T 또한 토론을 통해서 과연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 동시에 사람이기에 대화를 통해서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예전에 '나는 솔로'가 감정역학에 대한 워크북이라고 말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정신공간을 살펴보는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미국의 흑인차별은 어느정도 정당한 근거가 있다.

동성애는 후전적 오류다.

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의 매매는 규제되어야 한다.

영화 속에서 여성의 배역이 부족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성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할 때는 엄살인 경우가 많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월급을 받게 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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