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53

비존재 가운데 드러나는 존재 - 모리스 블랑쇼 밤의 불가능성으로서의 밤: 모리스 블랑쇼 하지만, 존재 대신에,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듯이 존재자 대신에, 존재에 관한 것만 남았으며, 자신이 생겨나게 해야했던 의미를 통하지 않고서는 인간은 그 어느 것에 다가갈 수도 그 어느 것을 살아갈 수도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43쪽) 바타유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말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는 너무 거대했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주어지는 죽음, 무(無), 모호함, 부재/현재, 의미/무의미라는 단어 앞에서 어떤 태도와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당황스러웠다. 신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싫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처음 읽을 때 ‘이해 불가능성’은 모리스 블랑쇼 읽기의 장애였지만 또한 이는 미지의 것에 대한 욕망으로 작동했으니까... 2020. 8. 13.
니체 읽기, 답이 아니라 문제 니체는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니체 읽기’는 사실상 익숙했던 길을 헤매게 만드는 작업이고,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한 지도 만들기이다. 자신의 일부인줄 알고 지냈던 두터운 옷들을 벗어버리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지 않으려던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문제에 맨살로, 온 몸으로 부딪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삶이 철학의 도구이자 시험이 되고자 한다면. 2020. 8. 12.
스피노자 개념확대경 4) 명석판명한 관념과 적합한 관념 호모-파시오날리스의 일상기술 에티카: 스피노자 개념 확대경 4) 명석판명한 관념과 적합한 관념 명석판명한 관념이 아니라 적합한 관념 어떻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질문되었지만,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순간 자신이 진리라고, 참되다고,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살아간다. 데카르트 이후, 우리는 참된 관념과 명석판명한(clear and distinct) 관념을 동의어로 여기며 살아왔다. 즉 우리는 참된 관념은 대상과 일치하는 관념이고, 외부에 있는 대상을 명석판명하게 재현하는 관념이라고 전제한다. 만약 우리가 재현적 관념을 진리로 여기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대상(기준)에 일치하느냐에 따라 1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우기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 2020. 8. 6.
나는 의식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의식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 호수: 공부하다보면 다른 친구의 해석과 글에 매혹될 때가 있다. 그리고 함께 세미나를 하다보면 내 생각과 그의 생각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친구의 글을 계속해서 읽고 다시 써보면서 각인시키는 방식을 쓰곤한다. 이번에 스피노자 의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글은 다시 쓰기보다는 친구의 글 그대로를 여러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부 신에 대한 지적 사랑의 해석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가끔 생각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그의 ‘평행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연의 모든 사물에는 그에 상응하는 각각의 관념이 존재한다. 연필에는 연필의 관념이, 책상에는 책상의 관념이 있다. 연필은 단.. 2020. 8. 5.
2020년 여름 횡성호숫길 & 대관령 자연휴양림 여행은 걷기가 쵝오!하루동안 횡성호숫길을 걷고, 다음날 사천해수욕방의 거친 파도를 잠시 보고, 다시 대관령자연휴양림 걷기! 2020. 8. 3.
바타유의 <불가능> 읽기 불가능해 대해 말한다는 것: 1부 현실주의는 내게 오류의 느낌을 준다. 오직 폭력만이 그런 현실주의적 체험의 빈곤감을 떨쳐버린다. 숨통을 막고, 끊는 힘은 오로지 욕망과 죽음에만 있다. 죽음과 욕망의 과잉만이 진실에 가닿도록 한다. (14쪽)인간 앞에 펼쳐진 두 가지 전망이 있다. 한쪽은 격렬한 쾌감, 공포, 죽음 - 정확히 시의 전망 - 그 정반대 쪽은 과학 혹은 유용성의 현실 세계, 유용한 것, 현실적인 것만이 신뢰할 만한 것으로 취급된다. (15쪽) 클리셰(cliché)없는 이야기(영화, 소설)를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다. “와, 뭔가 신선하고 멋지다.” 혹은 “이게 뭐야? (내게 익숙한 것이 없어) 이해할 수가 없잖아.” 아래 영어 문장을 보자.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살짝 쳐다봐서는 이해하기.. 2020. 8. 2.
YELLOW - LIM KIM 오래 전에 수퍼스타K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인상깊었던 김예림.이렇게나 멋진 모습으로 컴백. 계속 들어보고 싶다. 2020. 7. 29.
SsingSsing 이날치밴드로 연결되서 보게 된 씽씽.그저 음악과 삶, 정신과 신체가 하나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음악. 2020. 7. 29.
범 내려온다 요즘 자동차를 타면 듣는 국악방송.왠지 모르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그러다가 듣게 된 음악, "범이 내려온다" 말이 필요없는 음악이다. "이날치밴드"라는 이름과 여기에 연결된 "씽씽"의 음악들. 국악을 듣고 싶고 부르고 싶고 배우고 싶게 만든다.억지로 국악을 사랑합시다라고 말하는게 아니라국악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게 바로 이런 것인듯하다. 2020. 7. 29.
"술맛이 어떠냐?" 스피노자 를 읽다보면 뭘 알고 뭘 모르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쓰지 않으면, 정리하지 않으면 신체에 흔적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뭔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스피노자의 를 읽어가면서 정념적 인간(호모-파시오날리스)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혀봐요! ^^ 호모-파시오날리스의 일상기술 에티카 4) 적합한 관념“술맛이 어떠냐?” 세간에 화재가 되었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서, 주인공 박새로이에게 소주 한 잔을 따라주며 그의 아버지가 묻는다. “술맛이 어떠냐?” 그날은 새로이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날이었다. 전학 간 첫날, 같은 반 친구를 ‘개취급’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견딜 수 없어서 그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하필 그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 회장의 아들이었다. 잘못.. 2020. 7. 28.
눈물의 구조(救助) 눈물의 구조(救助): 미셸 푸코, , 영성/아스케시스askesis/paraskeue Paraskeue는 자기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고, 이 목표에 고정되어 그 무엇에 의해서도 동요되지 않는 상태로 있게 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즉 영혼이 하는 전투와 그것의 목표, 그리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장비를 마련하는 행위이다. (푸코, , 273쪽) 세미나를 하다가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또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면 머릿 속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들. 그러면서 얼마전 이사를 하고 나서 경험하게 된 아주 ‘낯선’ 이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토마토 두 개, 밴댕이 굴젓 조금, 오렌지 주스, 맥주 한 캔과 강냉이, 초콜렛 몇.. 2020. 7. 21.
호모-파시오날리스 일상기술 에티카 3) 너의 느낌을 말해다오! 스피노자 를 읽다보면 뭘 알고 뭘 모르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쓰지 않으면, 정리하지 않으면 신체에 흔적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2020스피노자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 히말라야와 뿔옹이 뭔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스피노자의 를 읽어가면서 정념적 인간(호모-파시오날리스)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혀봐요! ^^호모-파시오날리스의 일상기술 에티카 3) 느낌, 정서, 정동“너의 느낌을 말해다오!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알려줄께!” 히말라야 자기가 쓴 글을 들고 뿔옹을 만날 때 히말라야는 조마조마하다. 만약 뿔옹이 경쾌한 목소리로 “좋네!” 하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렇게 말해주는 뿔옹이 잘생겨보인다. 그러나 글을 읽는 내내 한숨을 내쉬며 인상을 찡그리다가 “대체 글에서.. 2020. 7. 14.
2020 퇴근길대중지성 - 니체 읽기! 2020 퇴근길대중지성 2학가,니체와 별들의 우정 - 강자들의 공동체 자유로운 개인들의 네트워크는 어떤 모습일까? 상처는 고통스럽고 위로는 달콤하기에, 우리는 쉽게 친구와 적을 가른다. 동시에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 얕은 관계로 만족하면서, 관계의 깊이 속에서 맛볼 수 있을 큰 기쁨을 미리부터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비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니체는 “너는 악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선량하다”라고 말하는 자를 ‘노예’ 혹은 ‘약자’라 부른다. 자기를 선하게 만드는 이유가 상대에 대한 비난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인을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고귀한 인간’으로 찬양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상처주는 타인을 적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또.. 2020. 7. 14.
강아지풀 꽃꽂이 환경이 달라지니 하는 짓도 달라지는 듯.오늘도 산책다녀오는 중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을 뜯어왔다. 꽃병에 꽂아놓으니 더 없이 좋아 보인다.들에 피는 풀들이 이쁘다는 것을 조금씩 발견하는 중이다. 2020. 7. 8.
(단독)주택에서 살아가기 1 주택에서 살아가기 1 - 이불을 널자! 산에 둘러쌓인 아파트 단지에서 2년을 살았다. 가끔 산에 올라가고, 산책하다 보니 산이 좋아졌다.산에 둘러쌓인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좋은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자동차 소음이 없다. 이거 굉장히 중요하다. 현대사회의 기본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질환은 거의 이 소리, 특히 자동차 소음으로 인해 생긴다.(고 나는 거의 확신한다.) 주변이 항상 소음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소음 없는 집에 살아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관계도 확실히 안정된다.둘째, 공기가 다르다. 사람들은 탄천을 앞에 둔 집이나 한강뷰를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민)물을 근처에 두고 살아보면 사실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다. 여름철마다 냄새가 나고, 항상 걷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니 여유 있.. 2020. 7. 6.
스피노자 개념 확대경 2) 개체 혹은 복합개체 스피노자 개념 확대경 2) 개체 혹은 복합개체 개체(individual)는 보통 전체, 집단, 공동체와 상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개념이다. 개체의 사전적 의미는 ‘단일하고 독립된 존재’다. 그러면 공동체란 독립된 개체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체는 언제라도 전체를 떠나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같다.그런데 스피노자가 말하는 개체는 좀 다르다. 그는 『에티카』에서 신 즉 자연인 실체를 증명한 후 , 개체란 실체의 변용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논리적 증명을 따라가다 보면 개체는 그 실존 자체도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 실망스럽다. 정의로부터 실존을 보증하는 것은 오직 실체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실체는 다른 실체에 의해 생산될 수 없다. (1부 정리 6)실체의 본성에는 .. 2020. 7. 1.
스피노자 개념 확대경 3) 관념과 감정 스피노자 개념 확대경 3) 관념과 감정 모든 관념은 상상이고, 잘려진 인식이다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들은 언제나 ‘무엇에 대한’ 관념이다. 다시 말해, 관념은 ‘무엇’ 자체가 아니라 ‘무엇에 대한’ 표상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물을 마시고, 글을 쓰고, 우정을 나누지만 컵과 물, 손과 연필, 사랑과 우정 그것 자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2부 정리 25, 27, 29) 왜냐하면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신체의 변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것의 관념도 갖지 못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갖고 있는 관념에는 대상의 본성과 동시에 신체의 본성이 함께 섞여 있어, 우리는 항상 잘려진 인식, 혼란스러운 관념을 갖게 된다. 나는 관념을.. 2020. 7. 1.
주체와 진실 주체와 진실: 2월3일 강의 (5강) ‘진실을 대면하라’는 말은 항상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라’는 말과 동의어였고, 진실에 접근한다는 것은 신 혹은 우주적 전체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주체가 주어진 원래의 상태로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고대의 보편적 특성, 근본적 원리였습니다. 주체는 자기 자신으로 하여금 진실의 능력을 갖게 만드는 다수의 실천/변형/변모를 하지 않고서는 진실의 능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 222쪽) 기원후 1, 2세기를 거치면서 ( 5강(2/3일 강의) 자기배려가 점차적으로 삶 전체를 가로지르는 “실존(삶)의 기술tekhne tou biou”이 되었고, 실존의 기술에 대한 질문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나는 자아를 어떻게 변형시켜야 하는가?”의 문제가 되었다. .. 202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