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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예술

시각 중심적 세계에서 음악 듣기 1) - 듣는 걸까 보는 걸까

by 홍차영차 2025. 10. 30.

바로 얼마전 19회 쇼팽 콩쿨이 막을 내렸습니다.

2015년 조성진과 함께 출전했던 에릭 루가 다시 나와서 우승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혁, 이효 형제가 함께 본선에 출전해서 이슈가 되었죠.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릭 루도 이혁, 이효도 아닙니다. 물론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서이기도 한데,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바로 YUMEKA NAKAGAWA의 연주였습니다.

 

일단 두번째 라운드의 연주인 프렐류드 op28의 15번을 들어보겠습니다. 26:01~31:44초이니 그리 길지 않습니다. 처음 연주를 들을 때는 영상을 보지 않고 그냥 소리만 들어보겠습니다. 6분도 되지 않으니 차분히 1~2번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어떻게 들으셨나요?

저에게는 왼손의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오른손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마치 어린 아이가 봄빛이 일렁이는 숲속에서 돌아다니는 것처럼 들리네요. 옹달샘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아다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놀란 마음에 넘어졌다가 다시 엄마 아빠를 발견하고 조용히 잠이 드는 듯한 모습. (작곡 배경을 알게 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립니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비언어적인 표현인데, 저 역시 음악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말(문자화)하려고 하다보니 사후적으로 뭔가 이해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와 문자 사이의 간극) 그런데 이제 아래의 쇼츠를 보고 다시 연주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러면 느낌이, 연주를 들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아래 쇼츠를 먼저 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2qSOuAy5hcI

 

 

 

보셨나요?

사실 YUMEKA NAKAGAWA의 연주를 살펴보게 된 것은 위의 쇼츠덕분이었습니다. 쇼츠 제목으로도 써 있지만 초반에는 상당히 많은 분들이 댓글로 '얼굴 표정으로 연주하냐' 혹은 '얼굴이 아니라 소리로 보여줘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연주 영상과 댓글을 보면서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1) "시각 중심적 세계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뭘까?"라는 질문과 함께, 2) "감정이란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 공감(共感)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쇼츠를 보고 있으면 프렐류드 op. 28의 15번이 아주 슬픈 내면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지내면서 눌러왔던 감정이 한순간 폭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주자의 얼굴표정을 비롯한 전체적인 모습과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감정이 곧 내 감정처럼 느껴집니다. 이 연주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가도 보는 순간 울컥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되죠.

 

현재는 20~30년 전과 달리 연주자들의 순간적인 표정은 물론이고 손가락이나 발동작이 어떻게 되는지를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세밀하게 반복해서 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클래식 연주라 하더라도 연주자의 보여지는 모습이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물론, 표정과 제스처만으로 감동을 주기를 쉽지 않습니다. 과도한 표정이나 연주와 일치되지 않는 제스처는 공감을 해치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의 모습을 처음에 그 곡을 듣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해한다기보다는 좀 더 듣고 싶은 욕망을 형성한다고 할까요.

YUMEKA NAKAGAWA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보면서 과도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조성진이 존경한다는 다닐 트로포노프의 연주를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미친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한 유명한 조성진의 주먹 타건을 보면 단순히 소리만이 아니라 제스처나 표정이 그 음악에 공감하는데 크나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하게 그 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른 건반을 잡고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이지만, 이렇게 표현함으로써 그 곡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분노와 열정이 잘 드러난다는 거죠. 저 역시 이 연주영상을 처음보고서는 놀람을 넘어서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연주할 수도 있구나, 이 곡이 이렇게 표현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 내가 느껴보지 못한 어떤 감정, 상상의 경계를 넘어버린 듯한 전율.

 

2025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시각 중심적 세계에서 이제 음악은, 듣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피아노 연주로 이야기를 했지만 현재 대중음악이 주로 춤과 노래하는 사람의 시각적인 모습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대중음악에서는 시각적인 모습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JglEQpkIi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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