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간(9/2)에는 몽양 여운형의 독립과 신체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철학 + 발레를 겹쳐서 진행했다. 철학강의는 '나는 어떻게 자신이 되는가'라 주제로 진행했는데, 현재의 독립은 각자가 직면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전형적 삶' '이상적 삶'이란 없어졌고, 또 100세 시대를 넘어가면서 각자가 자신의 삶의 발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신적 의지보다는 신체적 리듬이다. 몽양 여운형은 독립운동가이면서도 체육과 예술에 주목했는데, 아마도 나라의 독립이라는 것이 '해방된 정신과 몸'에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 시간에는 '나도 모르는 몸, 나에게 낯선 몸'을 강의와 발레를 통해서 경험해 봤다. 다행이었던 것은 다들 프로그램을 마치고 뭔가 호기심이 욕망이 더 생기는 듯 했다. 그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첫시간 7명이 참여했는데, 두번째 시간에는 14분이 함께 했다.
두번 째 시간(9/9)에는 철학 + 색면작업 + 움직임을 함께 했는데, 또한 예상을 넘는 광경이 펼쳐졌다.
철학 강의에서는 '해방된 정신과 몸'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리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니체 역시 리듬과 운율이 가진 힘을 강조했고, 이런 힘은 개인뿐만 아니라 신까지도 복종하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즉 현재 우리가 9시에 일어나 6시나 저녁 10시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동안 신체에 새겨진 사회적인 명령과 법 덕분이다.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모르게 내 신체에는 이런 명령들로 꽉차 있다.
시의 기원 - 운율에는 어떤 강제력이 있다. 그것은 순종하게 하고, 동의하게 하는 억누를 수 없는 쾌락을 만들어낸다. 발걸음뿐만 아니라 영혼도 이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사람들은 이렇게 추론했다. 아마 신들의 영혼도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운율을 통해 신들에게 강제를 가하고 압력을 가하려 했다. 시를 마법의 밧줄처럼 신들에게 던졌던 것이다. (니체 <즐거운 학문>)
그래서 '신체는 법이 새겨진 서판'이라는 라캉과 카프카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신체에 다른 리듬을 새기는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삶 = 다른 리듬은 ...... 자기 수련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한낱 피부에 새기는 타투도 고통을 동반하는데 새로운 삶의 발명에 아무런 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30분 정도의 짧은 강의 후 곧바로 헤나 타투를 새겼다.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나이가 있는 분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고 아주 경쾌한 마음으로 마음에 드는 타투를 새겼다. 처음 해보는 타투 스티커로 조금이라도 마음과 정신이 해방되지 않았을까. (다음 주에 타투에 대한 후기를 꼭 들어봐야겠다.) 수십장의 문양들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사진찍는 것을 잊어서 달랑 한 장밖에 없다.

이렇게 강의와 타투를 하고 나서는 드디어 '색면작업'을 시작했다.
바닥에는 커다란 비닐을 깔아놓았고, 위에 흰색의 천을 준비해놓았다. 이 천 위에 각자가 원하는대로 표현해보는 것. 각자 비닐장갑(?)을 받고, 자유롭게 색작업을 해보라고 했다.
사실 작가분이 와서 함께 한다고 해서 어떤 지침(?)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환경을 조성하고,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표현하라고 했다. 아~~~~ 이게 젤 어려웠다. '자유롭게 원하는대로'라는 말이 무거운 추처럼 다가왔다. 왜냐하면 한번도 아무런 주제나 경계, 지시 없이 뭔가를 표현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두려움이라고해야할까. 다행이 한분이 과감하게 아크릴 물감을 뿌리고 서슴없는 동작으로 천의 한 부분을 칠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다른 분들도 자기 나름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색면작업을 하기 시작하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일종의 몰입!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분들도 점점 더 과감해졌다. 어떤 분은 손뿐만 아니라 발바닥에 물감을 칠하고 흰색 천위를 마구마구 걸어다니면서 흔적을 남겼다. 이게 해방된 몸과 정신이 아닐까.
작업을 다하고 각자 색면작업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는데, 입에서 나온 말들은 예상을 넘어서는 말들이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의식적 계산 없이 뭔가를 한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서 너무 기쁘다는 말들. 살짝 파격적이라고 생각하며 염려했던 분들도 있었는데, 항상 기억해야 한다. 대중은 예상보다 더 멀리가 있고, 몸은 생각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말로 하는 소감을 마치고 나서는 움직임 작업이 이어졌다. 전체 색면 작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고르고, 그것은 몸으로 표현해보는 것이었다.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 수줍게 느껴졌지만 분명 말이나 문자와 다른 뭔가를 전달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무모한 시도였다. 2시간 반정도의 짧은 시간에 철학강의도 듣고, 색작업을 하고, 또 움직임까지 하다니. 조금은 파격적이고, 예술적인 이런 시도가 잘 작동할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다들 아주 만족해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조금 더 자랑해보면, 마치고 가시는 분들이 몽양 기념관의 관계자들에게 너무나 재밌고 이렇게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하셨다는 것. 또 몇몇분들은 감사 인사를 몇번이고 하셨다.
개인적으로는 "멍 때리기의 철학" 강의에서 이야기했던 것이 실천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의식의 긴장에서 벗어나고 무의식적 주체를 만난다는 것은 결국 감각의 부활(시각중심에서 오감(청각) 전체로)이자 변화이고 이러한 감각의 변화는 예술적 활동을 통해서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발견하는 것. 서슴치 않고 실행해 보는 것, 바로 이것이 현재의 독립이지 않을까.
아래 작업은 색면작업에서 내가 했던 부분인데 작업을 하면서 점점 더 물감이나 천이라는 사물의 감각에 친숙해지는게 신기했다. 또 처음에는 뭔가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게 되었는데, 신경쓰지 않고 계속 칠해보고, 펼쳐보다 보니 나름의 깊이(?)감 있는 형태가 만들어졌다. "마음껏, 원하는대로"라는 말이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이런 작업을 계속해보고 싶다.

'음악과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몸오르기 - 둘째날 (1) | 2025.10.03 |
|---|---|
| 백남준아트센터 - 몸오르기 첫째날 (0) | 2025.09.27 |
| 철학 + 발레, 나도 모르는 나 (0) | 2025.09.04 |
| 공연은 굿이 될 수 있을까 (4) | 2025.06.19 |
| 라디오헤드의 creep (2) | 2024.1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