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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읽기

단지 신체 표면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by 홍차영차 2025. 10. 20.

 

오랜만에 다시 헤나 타투를 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레터링과 식물이 그려져 있는 타투다. 확실히 단순한 별 모양이나 태양을 선택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헤나 타투는 일주일에서 십일 정도 지속되는 타투다.)

 

라캉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다보면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신체는 기표들로 덧쓰여져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라캉식으로 보면 우리 신체는 사실은 죽은 신체다. 즉 우리의 신체는 법(문자)이 쓰여지는 서판이다. 이렇게 덧쓰여진 기표들로 인해서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기표들이란 우리 이전에 형성된 법이고 질서) 우리는 신체에 덧쓰여진 기표대로, 사회규범과 질서에 맞추어 마치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움직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욕망이런 것이 있긴 있는건가.

 

사실 해답은 아주 심플하다. 신체에 쓰여진 기표를 지우고, 새로운 기표를 새겨넣으면 된다! ^^;;; 물론 우리 신체는 이러한 기표가 층층이 쌓여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신체 표면에 새겨진 기표만 지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자기 기술의 실천, 놀이로서의 수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타투를 해보면 아주 직접적인 효과를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라캉 정신분석학을 적용해보는거 아주 쉽다. 신체 표면을 바꿔보면 된다.

 

 

헤나 타투, 사실 별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스티커를 가지고 장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헤나 타투는 영구적이지도 않다. 길어야 2주 짧으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 아주 직접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이다.(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익숙했던 신체의 표면에 타투를 하게 되면 '스스로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달라보인다. 시각적으로 그렇다. 예전에 별모양과 태양을 팔에 그렸을 때도 뭔가 새로워진 나를 경험했는데, 이번에 식물을 그려넣고 보니 좀 더 자유롭게 존재가 된 기분이다. 머릿 속에서는 쿠바에서 춤을 추는 자유로운 인간이 떠오른다. 예전의 나, 헤타 타투를 새기지 않은 나라면 하지 못했을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용기가 생겼다기보다는 그냥 존재가 달라진 느낌이랄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다. 타투가 새겨진 팔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완전 다르다. "와, 뭔가 힙한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이전과 다른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물론, 불량스럽고 반항적으로 보는 것일수 있다.

 

실제 타투를 하게 되면 일정 정도의 고통이 수반된다.(고 한다.) 또한 영구적이기 때문에 지우기 어려울 수 있고, 시간과 돈이 많이 소모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타투를 하면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자신으로 변신이 가능해진다. 너무 일차원적이지만, 신체의 새겨진 법들을 지우고, 새로운 나만의 기표(기호)를 새겨넣는 것은 곧바로 새로운 존재로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타투가 합법화됐다. 기념으로 올해 안에 타투를 하나 해보고 싶다. 자, 어떤 문양으로 해보면 좋을까. 일단 기하학적 무늬가 좋을것 같은데... 함께 타투 하러 가실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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