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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세미나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by 홍차영차 2020. 11. 15.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브람스를좋아하세요 를 보고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볼까하는 분들까지 콕 집에서 추천합니다.
 
* 책에 나와 있는 곡들의 플레이 리스트가 아래의 유튜브에 올라가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찬찬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마티(도서출판)와 계약을 서울 나들이를 다녀온 것이 5월이었으니 꼬박 6개월이 걸렸네요. 첫 출판이 마티라는 것도 참 뜻깊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마티에서 출판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 <평행과 역설>, <말년의 양식>이었기 때문이죠. 예술미학 세미나라고 하면서 3년 전에 미술, 작곡, 피아노, 바이놀린, 춤,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1년 정도 세미나와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각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연주를 했는데, 거기서 쓴 작은 글에서 영감을 받아서 틀을 만들고 살을 붙이더니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었고, 도서출판 마티에서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우연, 아니 필연! 우연인 것 같지만 니체가 말했듯 우연의 필연성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책을 쓰겠다는 목적을 갖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활동을 하다보니 생산(창조)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고 그 욕망을 따라서 이렇게 뭔가를 생산하게 되었으니까요.

 

 

 

이 책에는 (제 생각에는) 음악에 대한 계보학적 탐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왜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슬프다고, 또는 기쁘다고, 광기적이라고 말할까? 원래부터 그랬다고 말하지 않고, 상황을 살펴보면서 탐구해 보는 것! 어떻게 음악을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가사가 없으니까) 충만하게 말한다고 느끼는 걸까? 클래식 음악을 듣는 척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 바라보고 드을 수 있도록 감정, 이미지, 수사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탐구서입니다.

클래식 관련해서는 아직 이런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 관련책이라고 하면, 슈만/클라라/브람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에피소드, 베토벤이 어떻게 악성이 되었는지, 모차르트의 천재성, 글렌 굴드의 특이한 습관 뭐 이런 것들에 관한 일화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류였습니다. 물론, 다른 한쪽에서 좀 더 전문적인, 아카데믹한 책들이 나오기는 합니다. 이 책의 위치는 그 중간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에피소드를 많이 아는 것은 음악이나 사람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더 많은 음악 에피소드가 음악 자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담보하지는 못합니다.

이 책이 처음 클래식을 듣게 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 좀 더 들어가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이 책이 대박나야 한다는 것. ^^ 많이 사서 보시고, 주변에도 많은 추천 바래요. ㅎㅎ

 

 



아래는 출판사 리뷰입니다. ^^----------------------------------------------------

 

 

음악은 어떻게 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할까?

듣는 이를 위한 음악 언어 가이드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은 작곡가와 곡에 얽힌 에피소드, 명연주와 명음반을 소개하는 책과 달리 곡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특정한 곡을 악장별로 세세하게 분석하는 곡해설과도 다르다. 이 책은 음악사를 넘나들며 곡을 만들 때 사용된 음악의 단어와 문법, 특정한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동원된 수법, 청자들을 설득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구조를 소개한다. 음악이 사람들을 슬픔과 고통, 광기와 열정에 빠지게 하는 방법, 자연과 천국, 악마를 떠오르게 하고 몽상에 젖게 만드는 장치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또 말 없는 음악이 어떻게 고향을 떠나 모험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러티브를 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작곡가가 남긴 단서,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변형되어온 음악의 문법을 발견하게 하는 이 책은 독자와 청자가 음악을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르네상스 작곡가에서 김동률까지 슬픈 음악의 비밀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음악의 어떤 요소가 청중의 감정을 한순간에 휘어잡는 것일까. 수백 년 동안 되풀이되어온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눈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음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른바 “눈물음형”이다. 르네상스 작곡가들이 슬픈 내용의 가사에 선율을 붙일 때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떠올려 악보에 음표가 차례로 한 음씩 내려가는 음형으로 그린 것이 유래다.(18쪽) 이것이 저음에서 떨어지면 탄식저음이 되며, 바흐에서부터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에 이르기까지 슬픔을 자아내는 대표적인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장조는 밝고 단조는 어둡다는 편견

학교 음악 시간에 장조는 밝고 활기차며 단조는 어둡고 슬픈 곡에 어울린다고 배웠다. 그러나 대표적인 슬픈 곡인 <섬집 아기>, <클레멘타인>을 비롯해, 추모곡으로 널리 쓰이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등은 모두 장조 곡이다. 저자는 슬픔을 자아내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 음악에서 감정과 깊이 결부되어 있는 것은 템포라고 설명하며, “슬픈 음악은 단조로 되어 있다고 말할 바에는 차라리 느린 곡이 슬프다라고 하는 편이 더 합당”하다고 이야기한다.(30쪽) 

 

 

지나친 반복은 광기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자리, 끊임없이 같은 음식을 내놓으며 배가 불러도 계속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따스한 가족드라마는 한순간에 스릴러로 바뀐다. 저자는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음의 단편이 반복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변화 없는 반복이 과잉으로 나타난다면 이것은 음악에 있어 의도된 ‘광기’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 유명한 생상의 <죽음의 무도>는 대표적인 예다. “테마 선율은 프레이즈가 마치기 전까지 여섯 마디 동안 좁은 음정 안에 갇혀 악보와 같이 맴도는 형태로 나타난다. ... 타악기들이 합류해 불가항력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것이다.(45-47쪽) 

 

 

점점 익숙해지는 불협화음

협화음과 불협화음은 고정되어 있는 것일까? 저자는 어떤 음을 불협화음으로 여길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해왔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가 처음 정립한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음악에 적용되기 시작한 때는 9세기 중세 교회의 그레고리오 성가였고 특정한 화음만이 용인되었다. 12-13세기 미사곡에서는 그동안 교회가 금지해온 3도화음과 6도화음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의 귀에는 불안정하기는커녕 한없이 감미롭게만 들린다. 저자에 따르며,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불협화음은 바흐의 <요한수난곡>에 이르러서고, 이어 20세기 쇤베르크, 펜데레츠키 등의 작곡가 등의 현대 음악은 불협화음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전원 풍경을 그리는 음악의 팔레트 

음악에 대한 사전적인 정보가 없어도 특정한 곡을 들으면 전원의 목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3악장 등을 들으면 누구든 쉽게 느긋하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전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몇 가지 장치를 악보와 함께 소개한다. 새소리를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으로 주고받는 단순한 선율, 샤프나 플랫이 붙지 않은 단순한 조성, 선열과 화음이 바뀌어도 여러 마디에 걸쳐 지속되는 음 등이다. 악보를 읽고 정확한 음을 머릿속에 그릴 수 없는 이들이라도 악보의 형상을 보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이 요소들의 악보는 직관적이다. 

 

 

말없이 소리만으로 어떻게 교훈을 전달할 것인가

사람의 감정을 쉽게 좌지우지하는 음악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고대나 중세 시대에 낮은 예술로 취급받았고, 가사에 복속되어 있었다. 이후 차츰 텍스트에서 풀려나 자유를 획득하게 된 음악은 가사 없는 기악음악을 꽃피우게 된다. 그러나 가사 없이 소리 구조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저자는 텍스트 없는 음악이 찾은 길이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이었고(211쪽), 이것이 결국 여러 과정을 거쳐 소나타 형식의 탄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수사학의 다섯 요소, 1) 주제를 설정하고, 2) 이를 어떻게 배열하며, 3) 어떤 기술을 동원하며, 4)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고 5) 전달하는지를 차례로 설명한다. 모티프, 푸가, 카논 조성을 통한 논증과정, 평균율, 5도권, 프레이징, 연주자들의 기교 등 음악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와 개념들이 이 여정 속에서 설명된다. 

 

※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에 등장하는 곡을 모두 모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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