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역사가, 푸코
지금 생각해 보면 푸코의 첫 번째 책으로 「주체의 해석학」을 보게 된 것은 나에게 모험이자 행운이었다. 그에 관한 아무런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어렵다는) 선입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빛과 같은 속도를 보여주는 그의 사유를 따라 갔다기보다는 끌려 다녔다는 편이 맞겠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끌려가다보니 다행스럽게 푸코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의 심장을 겨누다. (Taking aim at the heart of the present)”
그가 사망했을 때 위르겐 하버마스가 바쳤다는 짧은 헌사. 그를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그는 한 순간도 그의 생각을 멈췄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주장을 지키기 보다는 과거 자신의 연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서 더 변화하기를 힘썼던 철학자. ‘몇 년 전에는 이렇게 이야기하더니 이번에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시네요.’라고 사람들이 말에 ‘글쎄요! 그럼 당신을 제가 지난 몇 년간 열심히 연구해서 변함없이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대답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함몰되기 보다는 항상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온 힘을 다했던 현재의 사상가, 푸코.
바로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의 사유는 시기적으로 계속 변화하면서, 때로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그는 자신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우려고 한 적이 없었기에 그것은 그의 단점이라기보다는 푸코를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만드는 생산적 모순, 오로지 위대한 사상가만이 누릴 수 있는 교훈적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신경 쓰기보다는 현실에 집중했던 푸코.
푸코의 이론적 작업을 특징짓는 것은 바로 기존의 상식이나 관념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이다. 그는 전통적인 학문적 경계선을 넘나들며 이를 무너뜨리고자 했고, 한 가지 학문적 틀 내에서만 무엇인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의 이론적 작업은 알튀세와 같은 많은 마르크스주의자 비평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이들이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문제시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그의 저작들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사라 밀스가 썼던 것처럼 푸코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그의 이론의 충실한 추종자, 수행자가 되기보다는 그의 책들과 그의 이론적인 사유 방식을 통해서 우리들만의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기를 바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푸코의 간략한 삶(1926~1984)의 여정에서부터 그의 사상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개념들- 권력과 제도, 담론, 에피스테메, 권력/지식, 몸과 섹슈얼리티-을 저작과 논문, 그리고 인터뷰 자료를 통해서 소개해 주고 있다. 사라 밀스는 이 책을 통해서 푸코의 전체 이론을 조망하고, 특히 그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준다. 저자는 사유 방식 자체를 문제시하는 푸코의 방법론을 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접근법들을 친절히 설명해 주면서 우리를 독려하고 있다. 신비한 푸코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어쩌면 푸코와 사라 밀스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가이드와 설명들을 무시하고 우리 마음대로 그를 독해해 가는 것. 발랄하고 새로운 사유들을 통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 자, 이제 시작해볼까!
2014.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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