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의 역사가 아니라 모든 것의 계보학
: <니체, 계보학, 역사>
2020년은 공부의 운이 트였나보다. 퇴근길대중지성에서 1년 동안 스피노자와 니체를 보기로 했고, 양생프로젝트에서는 문탁샘의 지도를 받으며 <성의 역사> 1, 2, 3, 4권과 함께 <주체의 해석학>을 보게 되었다. 거기다가 매주 화요일마다 우응순 샘의 우아한 <논어> 강의를 듣게 되는 호사까지 누리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아직 공부하는 몸으로 데워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몸을 달궈야할 때인듯. ^^
푸코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가장 먼저 읽게 된 것은 <니체, 계보학, 역사>와 <비판이란 무엇인가>이다. 폴 벤느는 푸코는 회의주의자로 불렀는데, 기원이 아닌 계보학이라는 말 역시 회의주의자의 다른 표현인듯 하다. 현재의 위치와 권리를 강화하려는 방식이나 지금의 생각과 논리를 증거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를 바라보는 것. 가장 공고한 것으로 보이는 개념들(국가, 사랑, 애정, 도덕 등)조차도 그것이 부상하고 유래한 역사를 그 현장 속에서 바라보기.
역사는 또한 기원의 장중함을 조소할 것을 가르친다. 숭고한 기원, 이는 ‘만물의 시작에 보다 고귀하고 보다 본질적인 것이 있다는 개념에서 다시 드러나는 형이상학적 덧새싹’이다. ……
진리는 그 자체론 반박될 수 없었던 일종의 오류인데, 이는 아마 역사의 오랜 열처리가 그를 변경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
가치, 도덕, 금욕주의, 인식의 계보학을 하는 것은 따라서 결코 역사의 모든 에피소드를 접근 불능으로 무시하며 그들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정반대로 이는 단초드르이 꼼꼼함과 우연에 지체하는 것, 이들의 하찮은 악의에 빈틈없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가면들이 마침내는 벗겨져 다른 이의 얼굴로 이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기를 기다리는 것. ……
의지의 지배와 우주적 대우둔함의 그것 사이에 분할된 희랍 세계와 다르게, 신성한 거미에 의해 보편적으로 짜인 기독교 세계와 반대로, 실제적 역사의 세계는 섭리도 최종인도 아니고 오로지 ‘우연의 나팔을 뒤흔드는 필연의 철권’이 있는 유일한 왕국만을 안다. ……
우리는 우리의 현재가 심오한 의도와 안정된 필연성에 의거한다고 여긴다. 우리는 역사가들에게 이에 관해 우리를 설득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진정한 역사 감각은 우리가 기원적 지표도 좌표도 없이 무수히 많게 잃어버린 사건들 속에 산다는 것을 인정한다. ……
실제적 역사wirkliche Historie는 관점적 지식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
역사를 反기억으로 삼는 것,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시간을 여기에 전개하는 것과 관계한다. ……
형이상학적/예술적인 시대와 인간에게서 유래하는 즐겁고 눈부신 오류보다는 엄밀한 방법에 의해 발견된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진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고급 문화의 특징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든 도덕의 기원이 다음과 같은 혐오스럽고 비소한 추론에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해로운 것은 악한 것이다. 나에게 이로운 것은 선한 것이다. 나에게 한 번 또는 몇 번 해를 입히는 것은 그 자체로 적대적인 것이다. 나에게 한 번 또는 몇 번 이익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우호적인 것이다.”<도덕의 계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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