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란 무엇인가 by 도모나가 신이치로 (사이언스 북스)
이 책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1965) 정통 물리학자로서 평이하지만 쉽게 읽으면서 과학사를 정리할 수 있도록 쓰여진 소개서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물리학이란 무엇인가’라는 학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견해를 넣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한 평생 물리학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과학자로서 담담하게 자신의 소견을 서술하고 있다.
15~16세기 근대과학의 시초인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에서부터 현대 물리학의 발전 방향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과학자와 기술자를 구분하려는 모습과 물리학이 모든 과학을 대표한다는 물리학자의 자부심 또한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증기 기관을 발명한 영국의 제임스 와트를 과학자가 아닌 상인, 기술자로 소개하면서 과학자와 같은 업적을 남겼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과학을 순수한 학문으로, 기술을 명확한 실용을 목표로 하는 테크닉으로 단순한 정의하는 것으로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도리어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심적 태도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혹여 그 자부심이 기술과 과학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는 부분까지 갈 것이 조금은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도모나가 신이치로가 교토대학 출신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새삼스럽게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도교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언급하기를 노벨상과 같은 창의적 연구 부문에서는, 관료 배출을 위해서 국가 주도로 강제 암기위주의 교육을 펼친 도쿄대보다는-도쿄대는 1877~1897년까지 20년동안은 일본 유일의 대학이었음-창립 초기부터 토론과 자유로운 연구를 장려했던 교토 대학이 더 좋은 인재를 배출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의 최초 노벨상 수상자 역시 교토 출신라는 것이 다치바나의 말에 신뢰성을 높여준다.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명단, 2012년 노벨상 수상자)
아직 제대로 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런 비판적, 통계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조금은 부럽게까지 느껴진다. 다만, 타국의 이런 분석을 거름 삼아서 우리의 대학들이 더 이상 우물 안에서 대량 생산되는 無개성의 상품인재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 독창성을 인정받는 ‘사람’을 배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16세기 문화혁명’을 소개하면서 일본에서 자란 일본인으로서 저자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어떻게 유럽 문화에 대해 이런 엄청난 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존경심이 들기도 했고, 독창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17세기 과학의 발전은 16세기 직인 기술자, 예술가, 상인들이 과학을 이끌었다라는 새로운 주장을 한 것에 놀라움을 표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부적이지만 기술(인)과 과학의 연관성을 지적한 모습이 보이고, 이러한 점이 당시의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일본에서의 이런 다양한 관점의 선행 작업들이 있었으니, ‘16세기 문화혁명’과 같은 작업이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일본 문화의 다양성과 장인 정신으로 연결되는 학문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조차 물리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런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하지만, 한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분의 이야기는 단지 그 학문에서만 적용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사람이 저런 일들을 할 수 있을까’라는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 달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그분들의 성실함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았던가?
물리학이나 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근대 과학의 역사를 사심 없이 설명해 주고 있어 읽어 보기를 권하고, 과학과는 이제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이 되어버린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혹은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궁금하신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2013.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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