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딸 by 데이바 소벨 (웅진 지식하우스)
과학(자연학)에 관한 책들을 읽어가다 보면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째, 과학적 발견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천동설과 지동설, 뉴턴 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역학, 기하학과 대수학 등 이런 전문(?) 용어만 들어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쓰는 누구라도 독자들에게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그 내용을 설명해주고자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결코 친숙하게 여겨지지 않던(?) 이런 수식과 증명들은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하더라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한 겹의 벽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 어려움은 바로 그 과학적 발견이나 증명의 중요성을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천동설과 지동설을 예로 생각해보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지동설이 아닌 천동설로서 우주의 체계를 생각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현실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년 전에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하고 갈릴레오로 하여금 종교재판까지 가게 했던 지동설에 대해 16~17세기 동시대인들과 같은 놀라움, 당혹감, 감동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을 돌이켜 볼 때 데이바 소벨의 책들은 그 가치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녀의 책들은 16~17세기의 과학(자)을 다루고 있지만,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이 책 안에 문화적인 배경과 시대적인 상황을 녹여 놓아서 우리로 하여금 그 발견의 중요성과 감격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갈릴레오의 딸’은 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놓았던 갈릴레오의 생애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당시 유럽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페스트 영향, 과학을 종교의 위협으로 보고 탄압했던 그 시대의 상황을 그의 딸 마리아 첼레스테와의 편지를 모티브로 하여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갈릴레오가 겪었던 종교재판 과정은 당시 재판에 관한 문서를 기초로 하여서 비교적 상세하게 그 심문과정을 기술하고 있는데, 재판과정에서 이루어졌던 질문들과 대답들을 보게 되면 그 긴박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전해 주고 있다.
자연학에 관해 그동안 읽어온 ‘새 물리학의 태동’, ‘물리학이란 무엇인가’과 같은 깊이(?) 있는 과학적 설명과 증명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대신 갈릴레오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구체적 인물을 통하여 17세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앞서 읽은 책들이 16~17세기 자연학 발전의 뼈대들이라고 한다면 데이바 소벨의 책들은 그 뼈대들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근대 과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전해 왔는지를 유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을 알아가는 지식(知)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樂) 이런 배움의 즐거움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면 그것이 바로 최선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자연학)이라는 단어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그저 한 발을 내밀어 볼 수 있다면 자신이 살아왔던 영역과는 전혀 다른 삶의 지경이 펼쳐질 수 있으니 두려움 말고 이 책을 통해서 과학(자연학)의 세계에 살짝 들어와 보기를 바란다.
2013.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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